문학의 맛, 소설 속 요리들 - 가장 인상적인 세계 명작 속 요리 50
다이나 프라이드 지음, 박대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문학의 맛, 소설 속 요리들>이라니. 나 같은 사람은 제목만 봐도 땡긴다. 하지만 언니네 집 탁자 위에서 이 책을 발견 한 순간, 속으로 '에이 뭐 이런 책을 사서 봐' 했다. 안그래도 살 책이 얼마나 많은데..ㅠㅠ 그래놓고 도서관에서 발견한 순간 냉큼 집어 들었다. 그랬다. 사실은 제목만 보고도 사고 싶은 책이다. 심지어 '가장 인상적인 세계 명작 속 요리 50'이라지 않는가.

 

 땡기는 제목 임에는 틀림 없지만 기대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나의 취향적 책이라 사진잡지 보는 정도로 설렁설렁 페이지를 넘기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머리말을 읽는 순간 책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다.

 

책에서 가장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것들은 대부분 등장인물이 식사하는 장면이다. <하이디>를 읽은지 20년도 더 되었지만, 여전히 하이디의 할아버지가 차려주는 치즈 냄새가 나는 금빛 토스트 맛이 입안에 감돌고...P11

 

책은 2년쯤 전,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서 작은 디자인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 내가 읽은 소설에서 기억에 남는 음식들을 요리하고, 디자인하고, 사진으로 찍을 생각이었다. 사진기와 곧 망가질 것 같은 삼각대 하나, 홀푸드 상품권, 그리고 짝이 맞지 않은 접시들로 가득한 찬장이 당시 내가 가진 전부였고, 프로젝트 마감일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P12

 

작가가 자신의 독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책이 탄생했는지 알려주는데 진솔함이 와 닿았다. 디자인스쿨의 과제로 시작된 만큼, 일단 책이 아주 예쁘다. 처음 시작하는 부분에서 머리말과 교차 편집 된 사진들이 그간의 과정들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요리들'이 바로 보여지는데, 첫 장이 <모비딕>이다. 소설 속에서 짧게 구절을 인용하고, 아래에 작가나 소설 주변의 정보를 간단하게 적고 있다.  첫 장의 요리 사진에서 눈길을 끈 것은 조개 수프를 담은 이가 나간 보라색 그룻이었다. 선원들의 식사에 쓰였을 법한 낡은 식탁수건과 깨진 조개 껍질, 뜯어 놓은 빵은 작가의 디자인 솜씨이다. 사진 한 장에 드러난 작가의 상상력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구체화한다.

 

오, 사랑하는 친구들아, 내 말 좀 들어봐. 그것은 개암만큼 작지만 즙이 많은 조개에다가, 건빵가루와 소슴에 절여 얇게 썬 돼지고기를 섞고, 버터를 넣어 풍미를 더한 다음, 소금과 후추를 넉넉히 넣어 간을 맞춘 요리였어. p18

 

 

음...한 마디로 기대 이상이었다. 뭐 대단히 훌륭해서가 아니다. 이런 소재로 감각적인 눈요기를 제공하고 핵심적이고도 읽기 편한 책 정보를 준다는 것. 작가의 책에 대한 사랑과 책에 담긴 소재로 무엇인가를 시각적으로 재창조했다는 것, 정열적으로 만들었지만 심플한 예쁨 그 안에 다 담아내었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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