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일찍 가락시장에 갔다. 뭔가 북적북적 할 걸 예상하고 갔는데,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이제 하나 둘 가게 문을 열고 있었다. 사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다 해먹으려고 발버둥치는 내가 그려져서 참고 또 참았다.  꽃게와 두릅, 머위잎만 샀다. 꽃게탕을 끓이고 두릅과 머위잎을 데쳐서 두 끼를 실하게 먹었다. 여느 봄 같으면 서해안을 기웃거리고, 두릅 따러 강원도 산자락을 헤매 다녔을 시절이 가락시장으로 대체 되었음에도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제 밤에 마저 읽은 이스마일 카다레의 <부서진 사월>은 여운이 아주 길게 남는다. 순간순간 카프카나 쿤데라 느낌이 나기도 하면서, 전혀 상관 없었던 공간과 시간 속으로 나를 데려다놨다. 그런데 그것이 전혀 낯설지 않고 내가 그 세계의 사람이 된 듯한, 그리고 내가 사는 세계가 이해되는 듯한, 조금 오버하면 내 삶을 조금 용서 받는 기분이 되었다. 오늘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을 마저 완독하고 <문학의 맛 소설 속 요리들>을 짬짬이 맛보는 걸로 고요한 하루보내기..봄바다와 봄산에서 느끼던 충족감이 책 속에도 있었음을 새삼 깨닫는 5월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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