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을 갈 때면 챙기는 품목 중의 하나가 자수실과 천이다. 수틀이나 가위, 바늘을 사고 싶은 욕심을 누르느라 늘 힘이 든다. 예전엔 얼기설기 아이들 옷을 만들어 입히기도 했고, 먼 도시의 천시장에 일부러 가서 천을 욕심껏 사던 시절도 있었다. 내가 입을 바지를 만들다가 완성하지 못한 경험 이후로 천에 대한 욕심을 자제하게 되었다. 비단실이 공단천을 통과하는 느낌이 좋아 동양자수 배우는 데를 기웃거리다가, 생활이 너무 번잡해지는 것을 경계하여 마음을 접었다. 금방 싫증을 내는 나를 믿지 못한 탓도 있었고...  

 

 <세계의 귀여운 자수>는 자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당연히 좋아할 책이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여느 기념품점에 가더라도 자수작품들은 꼭 있기 마련이니까.  <세계의 귀여운 자수>는 리더스 다이제스트보다 살짝 큰 사이즈이면서, 두께감은 한 손에 감기듯 잡히고,  설렁설렁 넘기며 보기 좋은 귀여움이 묻어 난다. 자수라 하면 당연히 프랑수 자수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 책은 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 자수들이 앞부분을 차지했다.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순서로  55개국 68종의 자수를 소개했는데, 사진 위주의 작은 그림책을 생각하면 맞다. 정작 자수를 그리워는 하지만 손에 잡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런 책을 한 권 사서 곁에 두는 것만으로도 그리움이 좀 가실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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