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나흘이 이렇게 긴 시간일 줄 몰랐다. 고작 나흘 서울을 비웠을 뿐인데, 아파트 화단의 목련이 개화하여 떨어지고 있다. 어제 나가는 길에 바닥에 떨어진 목련 꽃잎들을 보며 올 봄은 정말 오는 지 가는 지도 모르게 보내게 생겼다며 혼자 피식 웃었다. 봄을 유난하게 보냈던 2,30대를 지나니 40대의 봄은 정말 먹을거리 많은 한 시절쯤으로 보내게 되었다. 일찌감치 산천을 돌면서 땅꽃들을 탐하고, 시절을 기다렸다 제철 먹거리들을 채취하고 먹는 것으로 나를 잊었고, 많이 웃으며 다녔는데, 더 웃을 일이 남아 있을 줄이야. 인생 참 오묘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읽을 책이 많고, 사실 글이 잘 눈에 안들어오기도 하지만, 지나가는 봄에게 미안하여 봄독서 한 권은 해보려 한다. 누군가에게 건네서 없겠거니 한 책이 어디선가 나오면 반갑기 그지 없다. 지난 주에 소파 밑에서 발견한 공선옥의 <행복한 만찬>. 남도쪽이 고향인 분들이라면 몰입도 백프로. 먹거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몰입도 이백프로가 될 이 책이 달 출판사에서 나온 것을 알게 된 것도 발견이라면 발견이다. 몇 년전에 읽을 때도 탄복했는데, 이런 책은 매 년 한 번씩은 읽어 주어 살아 있다는 기쁨을 느껴야 한다. 주제, 소재, 사진,그림, 어휘, 그립감, 사이즈, 디자인, 마지막으로 필력, 어휘들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는 명품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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