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남쪽 지방의 섬에 동백꽃을 보러 다니긴 했지만, 제주에 동백을 보러 간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제주에 동백나무가 이렇게 많은 줄 알았더라면 해마다 겨울 제주를 찾았을지 모르겠다.

서귀포쪽은 길 가 가로수가 그냥 동백이었고, 집집 마다 동백 한 그루정도 없는 집이 없었다. 특히나 위미 마을과 신흥마을의 오래 된 동백림은 정말 감동이었다. 첫날 묵은 선흘리 숙소 마당의 동백나무는 12월 1월이 절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신흥2리 초입에 가로수로 심어져 있던 겹동백은 이제 피기 시작하는 참이었다. 동백나무도 다 같은 동백이 아니라 꽃의 모양새나 크기, 수형이 다를 뿐더러 꽃 피는 시기도 달라 좀 더 찾아 보고 싶어졌다. <우리 나무 백 가지>에 나오는 동백 나무에 대한 소개는 동백의 종류에 대한 설명은 없지만 동백 나무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가 잘 나와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그래서 동백 나무의 절정의 시기에 맞춰 제주를 방문한다는 것은 운인 것 같고, 겨울이 시작하고 봄이 오기 전까지 겨우내내 제주는 동백의 고장이라 할 만 하겠다. 특히 이번에 못 가 본 선흘리 동백동산은 제주에서 동백이 가장 뒤늦게 피는 곳이라 하니 3월 초에도 동백꽃을 볼 수 있는 곳이 아닐까 기대해본다.

 

 

 

 

일본에서는 동백나무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세계적으로 동백나무의 원예품종은 겹꽃, 홑꽃과 가지가지 색깔과 크기로 만들어 자그마치 600여가지에 달한다고 하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일본에서 나온 품종이다. 물론 우리가 여기저기 심어 놓은 동백나무 중에서도 많은 수가 일본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더라도 자생하는 본래 홑겹의 진붉은 동백나무의 단아한 기품은 그 어느 것도 따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동백나무는 동양의 꽃이지만 서양에 소개되어 많은 인기를 모았고 정열의 붉은 색으로 많은 노래와 시와 소설의 소재가 되었다. 대표적으로 뒤마의 소설 <춘희>와 이를 변형하여 오페라로 한 베르디의 <춘희>가 있다. <라 트라비아타>라고 부르는 이 오페라의 주인공 비올레타는 한 달 가운데 25일은 흰 동백을, 5일은 붉은 동백을 들고 사교계에 나오는 창녀였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일본에서는 동백나무를 두고 춘(*)자를 쓰기 때문에 이 오페라의 제목을 <춘희>라고 불렀다. 즉 춘희는 동백나무 아가씨가 되는데 문제는 우리 나라의 경우 춘(*)자를 쓰면 가죽나무를 이야기할 때가 많으므로 잘못 해석하면 가죽나무 아가씨가 된다는 63

동백나무의 학명은 카멜리아 자포니카(Camellia japonica)이다. 여기서 모든 동백나무를 총칭하는 속명 Camellia는 17세기경 체코슬라바키아의 선교사 Kamell이 세계를 여행하면서 동백을 수집하여 유럽에 소개하였기에 그이 이름을 붙였다고 하며 종소명 japonica는 일본산이라는 뜻이나 우리 나라는 물론 중국에도 자라고 있다. 64

이 동백나무 꽃의 특이한 점은 조매화라는 것이다. 조매화란 수분을 하는 데 있어서 벌과 나비가 아닌 새의 힘을 빌리는 꽃을 말한다. 크고 화려한 꽃이 많은 열대 지방에서는 이러한 조매화를 간혹 볼 수 있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아마 동백나무가 유일한 듯하다. 동백나무의 꿀을 먹고 사는 이 새는 이름도 동박새이다. 동백나무에는 꿀이 많긴 하지만 곤충이 활동하기에는 너무 이른 계절에 꽃이 피므로 녹색, 황금색, 흰 색 깃털이 아름다운 작은 동박새가 주로 그 임무를 맡는다. 동박새는 작은 곤충도 잡아 먹지만 동백나무 꽃이 피면 꿀을 따고 열매를 맺으면 이를 먹고 사는 새로 동백나무와는 뗄 수 없는 사이이다. 65

동백나무 종자에서 나는 동백 기름은 아주 유명하다. 늦가을 동백 나무 열매가 벌어지면 마을의 아낙들은 댕댕이덩굴을 엮어 만든 바구니를 끼고 씨를 주우러 간다. 가득 모은 종자를 씻어 말리고 절구에 넣어 껍질을 부수고 키질을 하여 속살만 모은다. 속살만을 더 곱게 빻아서 삼베주머니에 넣어 단단히 묶으면 기름떡이 되고, 이것을 기름판에 올려 놓고 쳇날을 얹고는 한편엔 빗장을 채우고 다른 한편에는 무거운 돌을 올려놓으면 기름틀 밑으로 기름이 졸졸 흘러 나온다. 이렇게 만드는 동백기름은 맑은 노란 색인데 변하지도 않고 굳지도 않고 날아가지도 않는다. 이 동백 기름은 식용으로 쓰는데 맛도 괜찮은 편이고 마르지 않아 아주 정밀한 기계에 칠하면 좋다. 물론 전기가 없던 시절 호롱불을 켜는데 쓰기도 했지만 뭐니 뭐니 해도 동백 기름은 부인네들의 머리 기름으로 이름이 높다. 동백 기름을 머리에 바르면 그 모양새가 단정하고 고울 뿐 아니라 냄새도 나지 않고 마르지도 않으며 더욱이 때도 끼지 않아 머리 단장에는 꼭 필요한 필수품이었다. 66

동백나무 꽃은 약으로도 쓴다. 생약명은 산다화이다. 꽃이 피기 전에 채취하여 불이나 볕에 말려 쓴다. 지혈 작용을 하고 소종에 표과가 있으며 멍든 피를 풀거나 식히는 작용을 하며 피를 토하거나 장염으로 인한 하혈, 월경과다, 산후 출혈이 멎지 않을 때 물에 달이거나 가루로 빻아 쓴다. 그 밖에 화상이나 타박상에는 가루로 빻은 약재를 기름에 개어 상처에 바른다.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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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2015-02-14 10:06   좋아요 0 | URL
동백나무. 동박새.. 이런 독특한 나무였구나. 사진에 한 송이 핀 동백 참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