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시월과 오월을 좋아한다 여겼는데, 언젠가 부터 11월이 참 좋았고, 올 해는 12월이 더 좋다.  그런 12월이 훅 가고 있다. 단순하고 싶어서 약속을 부러 안 잡았다고 여겼는데 연락을 아주 끊지 않는 다음에야 완전히 홀로이긴 역시나 어려워, 사람들에 쏠려 책을 멀리한 12월이 되었다. 아쉽고 아깝다.

 

 

  

 

 

 

 

 

 

 

 

 

 

 

 

 

 

 

 

[불멸]이 두꺼운 책을 스스럼 없이 재밌다며 읽은 것은 11월에 읽은 삶은 다른 곳에와 웃음과 망각의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삶은 다른 곳에는 작가적 관점에서 읽혔는데, 불멸은 완전히 작중 인물에 동화되는 느낌으로 읽어졌다. 불멸이라는 단어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었고, 뭔가 인생에 대해 그 이전의 방식이 아닌 방식으로 사유하게 된 기분이 들었다. 다이내믹한 시공간과 관계의 씨줄과 날줄을 얽어가며 풀어가며 읽는 그런 느낌들을 즐겼다. 두 번 세 번 읽어야지 싶은 밀란 쿤데라의 책들. 다시 읽으면 어떤 것이 읽힐지 무궁구진 궁금한 책이다.

[향수]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가 워낙 강렬한 책이라, 향수하면 무조건 쥐스킨트의 향수가 떠오른다. 그 향수가 아니다. 여러모로. 장편인데 단편처럼 읽힌 향수. 그저 그렇게 쉽게 읽힌다 싶었지만 떠남과 머묾 사이의 아슬한 줄타기 같은 삶, 쿤데라의 전기적인 부분과 연결해서 읽었을 때 더 와 닿아 사는 것이 아프게 여겨진 소설. 그래서 아픔을 달래준. 향수 조차 그리운 붙박이의 삶이면서도 향수라는 말 앞에서는 무너지는 삶도 있다.

 

[만남]쿤데라의 산문집. 전집에 있어서 빌려와 봤는데, 의외로 아주 재밌게 읽었다. 무덤덤한 하루키의 산문도 좋은데, 쿤데라의 산문도 좋았다. 모르는 인물과 모르는 사상 투성이었지만 그 모름을 알아가는 기분과 쿤데라식의 서술이 마음을 잡아 끄는 책. 지명인지 인물인지 모를 단어 찾느라 흐름은 끊겼지만, 나름 끊어가며 읽는게 또 산문집의 매력인지라.

 

몇 달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놓고도, 못 읽고 반납한 책. 우연히 군산 같이 간 친구가 커피집에서 이 책 이야기를 꺼냈다. 너무 좋다며 표정이 무너지길래 믿음을 가지고 읽기 시작. 산문집 치고 두꺼운 그립감이 특징.  너무 내 맘 같은 문장 들이 많아서 한 숨 쉬며 울어 가며 읽었다. 인생 뭐 별 거 있나, 가 한국식 극단적 허무주의 라는데 이 책 읽고 인생 뭐 별 거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은 자리에서 평생을 산 것 같은 느낌. 온돌방이 뜨거워 움찔 움찔 옮겨 앉으면서도 결국은 그 방을 못 뛰쳐 나온 게 내 인생 아니었나. 여기 아니면 없다. 지금 아니면 없다가 평소에 하던 말들인데,

가을과 겨울을 넘어 오면서 삶은 다른 곳에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들어갈 방은 좀 덜 우는 곳이었으면 하는 생각도 더불어 한다. 혼자서 커피집에 앉아 커피 두 잔 세 잔 계속 마시며 읽기 좋은 책이다. 물론 머리 맡에 두고 일 년 내내 아무 곳이나 펼쳐도 좋을 것이다.

 

 

단숨에 읽는 책은 아닌데 단숨에 읽었다. 헤르타 뮐러의 책을 더 읽고 싶다. 외국문학이라는 생각은 당연히 들었지만 문장이 너무 자연스러워 번역가를 찾아 보니, 국문학을 전공하고 독일에서 번역을 공부한 분이더라. 모름지기 소설은 이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푹 빠져서 읽었다. 처절한 이야기인데 문학적으로 아름답게 형상화 되었다는 것은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요소요소 마음을 관통하는 문장들이 나와서 쓰면서 읽고 싶은 소설이었다.

 

 

 

 

 

 

 

마더 나이트는 몇 년 전에 읽었지만 숨그네를 읽는 동안 마더 나이트 생각이 많이 나서 덧 붙인다. 읽을 당시에는 뭔가 좀 지루하다는 생각으로 읽었는데, 그 후로 두고 두고 장면들이 떠오른다. 삶의 순간 순간에 끼어 드는 책이다. 영화로도 나온 걸 이참에 알았다. 책으로만 읽었는데, 장면이 자꾸 떠오르는 이상한 경험. 조만간 다시 읽을 책이다.

 

 

 

 

흔한 여행기려니 했다가 마음에 들어 온 책이다. 뮤지션으로서의

애환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청춘의 고뇌를 가볍게 풀어 놓은

읽을 만한 책이었다. 아기자기하고 재치있는 글솜씨도 맛깔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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