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기 좋은 방
용윤선 지음 / 달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읽다' 라는 말에 대해 생각한다. 읽는 다는 행위, 읽어 낸다는 의지, 읽고 있다는 만족감. 어떤 책은 의지를 가지고 읽는다. 일단 읽어내기만 하면 읽어질 것이고 만족 할 수 있으리란 믿음을 가지고 추진하는 행동이다. 어떤 책은 읽는 순간 '쓰다'라는 행위와 동일시 되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내가 이런 글을 못 써서, 그렇게 많은 말을 지껄이고 다녔구나라는 깨달음이 오는 순간. 참 많이 부끄러운 거. 그러니 빠져든다. 가만히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울며 자기 고백을 하는 듯이 그렇게 네가 읽힌다. 너를 읽는다.

 

아침엔 입을 열기가 싫다. 말을 하기 싫다는 것 보다 좀 더 강한 표현이다. 그런데 아이를 학교에 보내려면 아이를 깨워야 한다. 잠에 취한 아이를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로 깨우긴 힘들다. 아침의 그런 소란이 성가시고, 방문을 열고 들어가 아이의 공간을 침범하는 느낌도 싫다. 결국 나는 전화로 아이를 깨운다. 사소하기에 극심한 일상의 고통이다. 내가 말을 하기 싫을 뿐만 아니라 남의 목소리도 듣기 싫다. 이런 사람은 혼자 살았어야 했는데, 생각없이 결혼하고 애도 낳고. 산다는 것의 민폐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울기 좋은 방은 사소하고 극심하고 일상적인 고통에 대한 끄적거림이다. 비슷한 이야기들이 이렇게나 두껍게 펼쳐져 있으니 공감하지 못하면 지루할 뿐이다. 남들 눈에 지루할 지 모르는 지지부진한 이야기들이 내 삶의 근간이다. 이런 것들에서 빠져나오려고 진을 빼느라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널브러짐이 특기가 되었다. 이런 게 책읽기의 폐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울기 좋은 방>을 옆에 두고 울며 불며, 더 잘, 더 자주, 널브러져야겠다. 마음 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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