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독서 - 욕망에 솔직해지는 고전읽기
이현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고3들에게 자유가 도래했다. 성적이 발표나기 전 얼마간의 유예이고, 단지 몇 퍼센트의 수능생들에게만 허용된 자유일까 생각하면 씁쓸하기 그지 없지만. 나는 그동안 책을 읽고 싶어도 못 읽었던 고3들이 분명히 있었다고 믿는다. (그래도 그렇지, 고3필독서라니..제목을 넘 선정적으로 뽑았나...)

 

이제 방금 <아주 사적인 독서>의 [주홍글자]편을 읽었는데, 바로 고3들이 떠올랐다. 이 책은 일곱 권의 고전을 다루고 있다. [마담 보바리],[채털리 부인의 연인][햄릿][돈키호테][파우스트][석상손님]. 이 중 내가 읽은 작품은 그나마 너댓편 정도인데, 옛날 옛적의 일이라 안 읽은바나 진배없다. 배경지식이 완전히 없는 지경..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독서가이드로 몹시 훌륭하다.  야할 것 같아서 멀리 한 책 두 권도 아주 훌륭한 책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으니 책을 펼칠까 덮을까 고민스럽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독서하거나 독서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일텐데, 않으면 않아서 하면 해서, 두 경우 모두 의미 있는 길잡이가 되리라 믿는다.

 

[주홍글씨]를 읽는 동안 머릿 속으로 '고리와 독법'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좋은 책의 좋은 점은 좋은 책을 안내해 준다는 것이다. [주홍글씨]를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와 토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에 견주어 설명하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확 되었다. 책을 읽어내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뿐인데 자연스레 책을 읽어내는 방법이 체화되는 느낌이었다.

 

[마담 보바리]나, [채털리부인의 연인]은 작가나, 문학사적으로나 작품 자체로나 왜 이렇게 몰랐던 것 투성인지 무식을 다시 한 번 절감했고, 고3인 딸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딸은 고교시절 도서부를 해서 비교적 책과 가까이한 편이었지만, 학교에서 읽는 책들도 고전은 드물었다. 고전 읽기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책 속에 있는 제목, 주인공들의 이름이라도 읽고, 언제 어느 순간에 본서를 접할 기회가 온다면, 보다 더 수용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지 않을까 한다. 또는 어차피 20대 초반에 읽어도 이해 안 될 고전을 이정도 맛보기만 보고 지나도 훌륭할 듯 하다.

 

만약 집안에 꽂혀있기만 하는 세계문학전집이 있다면, '책 좀 읽어라'고 해놓고 보태어 줄 뒷말이 생각나지 않는 부모라면,  <아주 사적인 독서>를 아이 손에 쥐어주면 될 것 같다. 본서를 읽지 않고서라도 어디가서 아는 척 하기도 적당하다. 심지어 문학을 이야기하는 너무나 문학적인 화법은 사람을 감동시키기까지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