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들의 세계사 - 2014년 제47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죄 3부작
이기호 지음 / 민음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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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부조리한 세상에 살면서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거나, 깨달았다 하더라도 달리 표현할 수 없거나, 어쩌지 못해 외면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당장 그 부조리함이 나에게 닥친다면, 그래도 어떤 방법으로든 살아 나갈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는 적이 있다. 나에겐 그런 의지가 있을까. 묻기도 전에 아니,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래서 가능하면 되도록 법원이나 병원 기타 공공기관에 안가고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바란다. 그리고 나의 이 비겁함과 죄스러움을 들키지 않으려 가만가만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나약한 인간도 존재의 근원 같은 것을 따져 보기도 하고, 모순이나 삶과 사회의 부조리함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차남들의 세계사> 같은 소설을 읽으면 통쾌하다. 내가 가늠하지 못했던 '세상'을 읽어주고, 그 운명과 우연과 거짓과 패악들을 적절한 방식으로 내가 이해 가능한 문투로 드러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사소한' 인간이 비틀리며 세상에 존재하는 참상을 목도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쩌지 못하고 가슴 갑갑하게 가지고만 있었던 그런 느낌들을 현실들을 객관화해서 본 것만으로도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그래서 이런 소설은 손에 들면 놓을 수가 없다.

 

<김박사는 누구인가>도 읽지 못했는데, 어쩌다 보니 <차남들의 세계사>를 먼저 손에 쥐게 되었다.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이기호 작가. 역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있었다. 그리고 알아졌다. 나는 이런 류의 소설을 좋아하는 구나. 뭔가 좀 걸쭉한 문체들이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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