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뉴욕 - 뉴욕 시 다섯 자치구에 띄우는 그림 편지
줄리아 로스먼 지음, 김정민 옮김 / 크리스마스북스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나는 어떤 사물이나 풍경을 보면, 저 라인을 '따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따다'라는 말이 전문가들의 용어인지, 비속어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둑실한 저녁 무렵의 먼 산을 보거나 아름다운 건축물이나 소박한 쓰레기통 따위를 보았을 때 '따라 그리고 싶다' 라는 생각을 수없이 해왔다. 아주 가끔은 그래 보는 적도 있지만, 꾸준히 그렇게 하면서 즐기지 않았으니 정말 '따고 싶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그래서 이런 책들. <헬로 뉴욕> 같은 일러스트 책들에 나도 모르게 손이 간다. 그리고 처음 부터 깊은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누가 '이 책이 좋았어요? 살 만한 책인가요?' 묻는다면 나는 첫 장만을 본채로도 이렇게 말 할 것이다. 물론입니다. 너무 이쁘고 재밌는 책이었어요..

 

 그랬을 텐데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정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진짜 뉴욕이구나...(뉴욕의 택시 변천사 그림은 정말 멋졌다!) 뉴욕에서 태어난 감각적인 일러스트레이터가 뉴욕의 바퀴벌레 한 마리 까지 놓치지 않고 그린 책. 벌레를 그렸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녀의 코드가 새 한 마리 맨홀 뚜껑에 까지 미쳤다는 것이 놀랍다. 요즘 뉴욕 책들을 주룩 읽고 있는데, 그 어떤 책보다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재밌고 아기자기한 뉴욕 입문서.

넌 천생 뉴욕 사람이야! 나는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이 말이 칭찬인지 비판인지 아리송하다. 대관절 무슨 뜻일까? 신경과민? 걸음이 빠른 사람? 솔직 담백한 사람? 나는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절대 떠날 생각이 없지만 그 말의 의미를 알아내기는 영 그른 것 같다.

사람들. 혼돈. 문화. 소음 그리고 흥분이 나를 에워싼다. 편안하다.
여기 뉴욕의 거리를 걷다보면 맞닥뜨리게 되는 다채로운 기회들. 26년 동안 소식 한 자 듣지 못했던 유년 시절의 친구와 마주치거나 유니언 스퀘어에서 조직적으로 벌어지는 베개 싸움을 목격할 수도 있다. 어쩌면 다음 날 신문에서나 보게 될 남자와 택시 합승을 하거나 아니면 아보카도 맛 아이스크림을 맛 볼지도....(사실 여기 나열한 말들 최다 최근에 내게 일어난 일들이다.)7

내가 늘 `애스터 플레이스 큐브`라고 부르는 조형물은, 사실상 <알라모>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버나드 로젠탈이 1967년에 설치한 것이다. 나는 종종 이스트빌리지에서 친구들과 만날 일이 생기면 4.6미터 가량의 이 강철 정육면체를 만남의 장소로 이용하곤 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공미술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주 단순한 생김새도 좋지만 세게 밀면 돌아가는 구조가 큐브를 돌려 보게 싶게 한다. 루빅스 큐브처럼 꾸며진 적도 있고, 뜨개질 예술가로 유명한 올렉은 직접 만든 손뜨개로 큐브를 덮어씌운 적도 있다.42

클로이스터스
12~15세기 유럽 건축물의 잔해를 조합해 만든 미술관이다. 그 유명한 플레미시 유니콘 태피리스트리와 경이로운 중세 예술품을 다량 소장하고 있다. 회랑을 걷다 보면 TV드라마 <왕좌의 게임> 속 등장인물이 된 듯한 기분 좋은 착각이 들 수도 있다.50

뉴욕 문신 박물관
박물관은 도저 씨의 `아일랜드 문신`가게 2층에 있었다...도저씨의 말..우리 모두 911테러를 알고 있죠.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면서 수천 명이 숨졌고 343명의 소방관들이 목숨을 잃었어요. 그 후 소방서 반장으로 일하고 있던 게리 러스티그라는 사람이 도안을 하나 만들었어요. 자신이 근무하는 소방서의 생존 소방관들을 위한 문신 이었죠...소방관들이 문신을 하러 오면 우리는 국기 앞에서 그들을 찍었습니다. 소방관들은 사진에 자신의 이름과 자신이 근무하는 소방서 이름을 쓰곤 했어요...지금까지 이 문신 한 건당 50달러씩 모이면서 유족을 위해 17.500달러가 넘는 기금이 마련되었어요.57

아메리카 쏙독새
`새 아저씨 밥`이란 별명을 가진 로버트 데칸디도 박사. 이 분은 17년이 넘도록 센트럴 파크를 둘러보는 야생조류 관찰 모임을 이끌고 있다. 수밚은 색색의 조류들이 이 공원을 통과해 이동한다고 한다.

맨홀 뚜껑의 여인
역사학자 다이애나 스튜어트는 `맨홀 뚜껑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녀가 뉴욕 시에 있는 400개가 넘는 맨홀 뚜껑들을 찾아내 그 내용을 상세하게 기록해온 덕분에 나는 내 발밑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움과 역사에 눈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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