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 사랑이거나 사랑이 아니어서 죽도록 쓸쓸한 서른두 편의 이야기
김종관 글.사진 / 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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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축한, 낮은, 스산한 기억들. 김종관의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을 보며 든 생각이다. 음..문득 나는 기억이라는 것을 가지고는 있는가, 하며 '관계의 기억'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추억과는 또 다른 이미지, 기억. 그리고 소통과는 또 다른 그림, 관계. 생각해보니 나는 관계하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삶을 살아온 것 같다. 늘 관계에서 도망치던 삶. 그래서 난 관계의 기억이 없다.

 

 삭막한, 울울한, 기묘한 기억들. 김종관의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을 보며 드는 또 다른 생각이다. 그는 참 건강한 사람이다. 도망치고 회피하고 묻어 두는 내 삶에 비하면, 돌아보고 기억하고 기록하는 그의 삶은. 단막극과 짧은 코멘터리, 그 어딘가였을 풍경. 여행기는 이렇게 창작자의 내면에서 재창조 되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나'를 여행하기 위해 '너'에게로 가고, '여기'를 발견하기 위해 '거기'로 간다.  나의 삭막함이 그의 끈끈함을 만나 잠시 '나'를 만났다. 나의 코드는 결국 '관계없음','기억 안함'이었던 것이다. 외로움을 짓는 사람에게 '넌 다른 사람을 외롭게 하는 사람이야, 그렇게 태어났어'라고 말의 화살을 날리던, 나는. 결국은 내가 그런 사람이었던 것을 그의 '관계'들을 보며 어슴푸레라도 알아졌다. 미안하다. 이제와서 내가 보존하려 노력했던 '삭막함'을 밀어내진 않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이라는 그의 말은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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