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주 가서 살까요
김현지 지음 / 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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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너무 빨리 읽었다. 천천히 하나 하나 짚으며 읽고 싶은데, 누가 뒤쫓아라도 오는 듯이 나는 너를 그렇게 빨리 읽어 내려갔다. 너는 아마도 도시에선 까칠한 사람. 십 분의 시간도 허투루 쓰기 싫은 나를 닮았다. 한 시간을 기다려도 불평이 없었던 나는 어디가고, 정확하지 않고 느려지는 것에 대해 송곳 만큼이나 끝을 세우고 살아가는 요즘의 나는. 대체 어디에서 온 사람일까 생각한다.

 

그런 내게 네가 왔다. 생각해보니(생각이란 것을 안하고 살았었다) 협재에서 스노클링을 하며 예쁘디 예쁜 바다 물고기를 본 것이 백만 년 전의 일이었다. 낮고 따듯했던 바다. 난 바다에 들어가면 나올 줄 몰랐던 소녀였다. 발가락으로 모래를 헤쳐 조개를 잡고, 바위 틈을 뒤져 게를 잡으며, 누가 나오라고 소리쳐 부르기 전엔 절대 나오지 않았던, 그 바다를. 이리 오래 떠나 있었던 것을 너를 읽으면서야 알아졌다.

 

네가 나에게 온 것은 인연이겠지 한다. 발버둥 쳐도 올 것은 오고 갈 것은 간다는 생각은 몹시 위험한 생각이라지만, 나는 그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바라봤고 그렇게 살아왔다. 지금 나는 내가 몹시 대견하다. 아직은 살아있고, 너 같은 마음으로 제주를 그린다. 다음 달 초에 먼 곳에서 오는 친구가 제주에 가고 싶다 한다. 나는 망설이고 있다. 여행이 힘든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지금, 네가 왔다. 네가 묻는다. <우리 제주 가서 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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