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코르뷔지에 : 언덕 위 수도원 - 라 투레트 수도원과 롱샹 성당
니콜라스 판 지음, 허유영 옮김, 배병우 감수 / 컬처북스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인가 책을 읽으면서 가고 싶다고 생각하기 보다 대신 가주어 감사하단 느낌을

가진다. 공간에 대한, 느낌에 대한 불타오르던 욕망을 가지던 때도 많았는데

이제는 그냥 이렇게 앉거나 누워서 책으로 구석 구석 꼼꼼하게 볼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할 때가 훨씬 많아 졌다.

 

<언덕 위의 수도원>을 보면서 심장이 뛰었다. 내가 좋아하는 느낌들이 너무 많아

한 페이지도 한 문장도 놓치기가 싫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와 사진을 보면서

어쩜 이렇게 심장이 쿵쾅쿵쾅 뛸 수 있는지. 사진 사진들에서 보이는 라인과 빛.

공간의 고요함, 풍경의 아름다움은 숨이 막힐 정도였다.

하나의 건축물이 지어지기 까지 이면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의 주인공들.

그들의 이야기를 찾아 내려고 더 많이 더 넓게 공부한 작가의 감성과 탐구심.

이 모든 것이 나를 사로 잡았다.

 

세상의 지극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롱샹성당. 롱샹성당으로 알게 된 르 코르브지에.

그는 롱샹 성당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수도원의 건축가이기도 했다.

이 책은 라 투레트 수도원이 지어진 과정과 수도원이 지어지기에 절대적인 공헌을

했던 알랭 쿠튀리에 신부에 관한 이야기들이 자세히 나와 있다.

그러면서  도미니코 수도회와 그 즈음의 역사, 아시 성당, 마티스 성당,

롱샹 성당에 대한 이면의 이야기도 꽤 자세하게 나와있다.

지켜지는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열정적이고 다재다능한 인간의 간고한 노력이

숨어 있음도 다시 한 번 확인 할 수 있었다.

 

사진이 많아도 이 정도 판형의 글들은 왠지 안읽힐 때가 많다. 자료조사에 의한 학술적인

글들로 건축과 역사에 대해 나열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진만 봐도 어디야

하고 펼쳤는데, 글도 참 잘 읽혔다. 작가가 그 공간에 오래 있으면서 내면의 변화를 드러내고

과거를 돌이키며 공간에 젖어들고, 그 곳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공간과 사람을

밤낮으로 관찰하고 같은 장소를 수백 번 찍어 골라 낸 한 장의 사진과 마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 안에는 영성과 감성 예술성이 폭포처럼 흐른다.

아니라면 이토록 모던한 건축물을 보면서 이만큼 마음이 녹진해질 수는 없는 것이다.

가을에 무척 어울리는 책이다. 너무 좋다.

 

 

예술가도 인간이므로 당연히 죄인이다. 그들의 죄가 보통사람들 보다 더 두드러진다면 그것은 그들이 남들보다 훨씬 충만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은 문화이며 종교의 연장선상에 있다. 어떤 예술가가 공산당원을 자청한다면 그는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는 공산 예술가일것이다. 그들이 자유롭게 우리를 위해 일하고 우리 교회의 벽화를 그리도록 해주어야 한다. 예술가들은 창작을 통해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놀라운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 수 있다. 심한 배척을 받는 추상파 예술가들에게도 바흐의 오르간음악처럼 교회에 그들의 작품이 끼어들 곳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쿠튀리에 신부75

아름다움에 대한 식견을 가지려면 꾸준한 탐색과 훈련이 필요하다.

예술을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들은 믿는다. 예술은 설교하지 않지만 불변의 신념을 강조하는 종교보다 생명력이 길다는 것을. 반면 종교에 심취한 사람들은, 인생은 결국 한 바탕 꿈과
같으며,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종교나
영원한 생명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245

나는 그곳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그곳에서 맞이하는 모든 찬란한 여명,

흐드러지게 핀 아이리스와 라벤더,
낙엽 위로 떨어진 호두까지 모두...
그리고 식사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수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것
그들에게 수도원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
친애하는 신부님께 축복을 받는 것
수도원 주위의 무덤들과 그 곳에서 영원히 잠들어 있는 수사들과 영혼의 대화를 나누는 것은 더욱 좋아한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각기 다른 이유와 목적으로 이 언덕 위 수도원을 찾아왔고 또 찾아올 것이다.
지금은 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 그들도 이 건축물에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남겨 놓았다.
영원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 의미를 잘 모른다. 나는 그저 이 수도원의 종소리를 좋아하고, 아침기도, 낮기도, 저녁기도에 참석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 카메라를 메고 다니며 영원히 다시 오지 않을 순간들을 발견하고 감상하고 사진 속에 담는 것을 더 좋아한다. 247

이 좁은 방은 사람의 본성을 억압하는 속세를 떠나 자아를 잊은 수도 생활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