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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평점 :
읽는 내내 하루키랑 밀당을 하며 읽는 느낌이었다. 드러내놓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데 어느 정도까지 말 하고 어느 선까지 말 안할 것인가를 심사숙고해서 쓴 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문맥 사이에서 하루키가 말 하지 않은 진실이 무엇일까 무엇을 말하고 싶어 했던 것일까를 찾아 가며 생각하며 읽는 긴장감이 굉장했다. 쿨함으로 포장한 내밀한 이야기.
하루키는 본인은 아니라고 여기는 것 같지만, 굉장히 승부욕이 강한 사람. 예민하고 철저히 자기를 감추는 사람. 절대로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 난 하루키의 산문집이 참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그 자자체는 거의 조금도 변한 것이 없이 예전 모습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도도히 흐르는 강물이 보스턴 만을 향해 소리도 없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물줄기는 강변을 적시고 푸른여름 초목을 무성하게 하고, 물새들을 키우며, 오래 된 돌다리 밑으로 빠져나가, 여름 하늘의 구름 모습을 물 위에 띄우고(겨울에는 얼음을 띄우고)딱히 서둘러 급한 걸음을 재촉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쉬어가는 여유도 보이지 않고,여러 검증 과정을 거쳐오며 굳어진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관념이라도 지닌 듯 그저 묵묵히 바다로 향해 간다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이 항상 내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하루에 한 시간쯤 달리며 나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을 확보 한다는 것은 나의 정신 위생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업 이었다. 적어도 달리고 있는 동안은 누구와 얘기하지 ㅇ낳아고 괜찮고, 누구의 얘기를 듣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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