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누구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있다. 특히나 그 가지 않은 길이, 부모나 환경에 의해 가지 못한 길이었다고 하면 더 그렇다. 가지 않았든 가지 못했든, 그 길은 처음에 가고 싶었던 길이었기에 사는 내내 아쉬움을 떨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이란 가정하에 어떤 일을 하며 살것인지 꿈꿔본 적이 있으리라.

 

이 소설은 다음 생이 아닌 이 생에서 자기 삶을 버리고 다른 삶을 살 수 있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 댓가가 비록 가혹했지만 독자로서는 흥미진진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 사이에서 늘 갈등하고 공허해하는 도시인의 삶에 대해 가슴 무겁게 돌이켜 봐졌다. 진행이 빠른 미드 같기도 하고 대중에 포커스를 맞춘 베스트셀러의 전형적인 느낌이 나기도 했지만 다 읽고 나니 뭔가 내 마음 속에 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 내야 할 것 같은 숙제를 받은 기분이었다.

 

조금은 지루한 도입부를 지나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박진감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특히 인물들의 개성이 잘 살아 있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한 명 한 명의 모습이 영상처럼 안 잊혀진다면 이 작가는 소설적인 성취를 이루어 낸 것이라고 본다. 주인공의 직업이 사진가인 만큼 사진에 대한 전문적인 깨알팁들을 읽는 것도 소소한 재미였다. 뭔가 거친 듯 황량한 분위기가 책 전체를 지배하는 느낌도 괜찮았다. 이 책을 시작으로 더글러스 케네디의 소설을 세 권 더 읽었다. 여름이 훅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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