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물 저쪽 철학 그림책 2
엘즈비에타 지음, 홍성혜 옮김 / 마루벌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이 쪽과 저 쪽은 왜 생겼을까? 이 책을 읽고 표지를 덮으면서 보니 제목 위에 작은 글씨가 보인다. 철학 그림책..그런 의미에서 편가르기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했으니 이 책은 일단 성공작인 셈이다.

금강이와 초롱이라는 이름, 한지를 이용한 일러스트, 철조망이라는 설정이 흡사 우리나라가 배경인 듯 하다. 금강이와 초롱이는 번역 과정에서 그렇게 이름을 붙인 것인지 정말 우리나라가 배경인지 궁금해하면서 책장을 넘겨 나갔다.

이 책 역시 작은 책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여느 큰 책 못지 않게 심오하면서도 상징적이다.

다음 날,/정말 전쟁이 왔습니다./그러나 아직 전쟁을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요./금강이의 아빠는/엄마와 금강이를 꼭 껴안아 주고/전쟁이 온 곳으로 떠나셨어요./

"나의 아들아, 전쟁을 영원히/ 쫓아 버릴 순 없단다./ 가끔 잠을 자게는 할 수 있지./ 전쟁이 잠을 잘 때는/ 다시 깨어나지 않게/모두들 조심해야 한단다."/

에서 처럼 전쟁을 의인화해서 아이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이런 상징적인 문장과 어우러진 일러스트는 한지를 이용해서 굉장히 한국적인 느낌이 나는데, 시종일관 중간색 톤을 유지하여 독자가 부담감 없이 전쟁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에 접근하게 한다.                                                        

 또 프레임을 이용하여 독자를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게 하는데, 프레임의 색을 바꾸어서 상황의 변화를 상징하면서 독자를 이야기 안의 공간에 있게 하기도 하고 이야기 밖의 공간에 있게 하기도 한다. 이런 설정은 어린이 독자를 전쟁이라는 공포감으로부터 벗어나게끔,안에 있다는 안정감을 주어 책읽기를 좀 더 편하게 한다. 또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금강이를 통해 독자를 밖의 공간에 둠으로써, 우리들 역시 자고 있는 전쟁 상황 속에 놓여 있음을 일깨우고 있기도 하다.

맨 앞과 맨 뒤의 장면, 그리고 중간에 전쟁을 표현하는 한 장면은 프레임을 없앰으로써  현실감을 준다. 이런 설정은 중간의 관정이 마치 꿈인듯 환상성을 제공하기도 하고 반대로 앞 뒤의 설정이 꿈인 것 같은 여지를 남김으로써 상징적인 간결한 문장들과 어우러져 책 전체가 신비감을 자아낸다.

결말이 느닷없고 비현실적인 감이 없지 않았으나,  우리나라의 현실과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통해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좋고, 무엇보다 구체적이고 복잡한 현실을 단순하게 이야기한 점이 돋보이는 깔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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