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학 미래그림책 1
몰리 뱅 지음, 정태선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연찮게 종이로 오려 붙인 그림책을 연달아 보았다. 먼저 본 것은 자연과학그림책, '종이학'은 이야기그림책이다. 사람이 손으로 작업을 한다는 것은 참 많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붓을 사용해서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과 종이나 다른 오브제를 사용해서 오리고 붙이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나 생각하며 보았다.

일단은 '종이학'이라는 이야기의 내용과 일러스트 기법이 잘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목과 일러스트의 재료가 주는 공통점은 일단 독자를 안심시키는 것 같다. 안심시킨다는 것은 마음의 문을 열고 책을 볼 수 있다는 것이고 그러면 이야기가 전해주는 메시지와 이야기에서 받는 감동이 훨씬 커질 수 있을 것이다.

또 제목이 주는 느낌은 굉장히 정적인데, 실제 화면을 펼쳐 보면 이야기의 인물들이 지면 속에서 걸어 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인물의 표정과 가구들, 창문과 식탁의 꽃들 모두 작가의 섬세한 정성으로 똘똘 뭉쳐진 작품들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스토리가 주는 단순성이 오려 붙이기 기법으로 인해 역동적으로 마음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어 이 책의 주인공이랄 수 있는 식당 주인과 아들, 노인 이외의 많은 주변인물들에게서 굉장히 친근한 느낌을 받았다. 한 화면 한 화면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소품과  이런 사람들이 그냥 조형물이 아니라 감정이입이 되는 생명처럼 느껴졌다. 종이학이 난다는 소문을 전해주는 과정, 식당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의 이미지와 움직임들이 마음 속에 스윽스윽 걸어들어오는 것 같았다.

이 대목은 내가 책을 너무 감상적으로 읽어서이기도 한데, 작가가 이 한 명 한 명을 오리고 붙이는 과정을 생각하니 마치 그들이 살아있는 인간으로 동질감이 느껴져서이기도 했을 것이다. 또 주인물들은 동양인인데, 식당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은 인종을 초월한 다양한 사람들이라는 점도 나의 세계평화 의지를 자극해서 더 감동을 먹었다.으..

때로는 현대미술 설치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그림자로 이야기하는 장면이 그랬고, 인형극을 보는 느낌, 연극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다른 책의 경우 오려붙이기 기법 자체가 주는 입체감 때문에 화면 구성은 밋밋하게 가져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화면을 분할하거나  인물들의 움직임을 이용해 한 화면에서도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주고, 공간 이동도 활발하게 보여 주었다. 이런 점들이  이 책이 원하는 바 독자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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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7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4-09-17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이렇게 꼼꼼하고 성실한 리뷰를 쓰시는지...
저는 제 기분대로 막가파로 쓰잖아요.^^;;
보관함에 넣습니다. 추천도요.^^

2004-09-17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어쩜 이렇게 꼼꼼하고 성실한 리플을 달아 주시는지...막가파로 쓰신 게 그정도 라구요.?@@넵,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