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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베르 삼촌 ㅣ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31
브누아 글 그림, 최내경 옮김 / 마루벌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가느다란 나무 가지 위의 두 남자. 아이와 어른이다. 나무 가지를 제외한 공간은 하늘, 또는 하늘색. 무한한 공간감을 연상시킨다. <질베르 삼촌>의 표지 인상이다. 뭘까. 이 그림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림책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찾으려는 시도는 어리석었다. 작가는 그림과 스토리로 '이야기'를 하지만 그 이야기는 독자의 마음 속에서 활성화 되고 재창작 된다. 그림책이야말로 그런 책의 유기성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장르이다. 그래서 그림책을 읽는 행위는 창조의 동작에 가깝다.
<질베르 삼촌>은 독자에게 감상을 여지를 많이 주는 책이다. 판형이 커서 화면 하나 하나가 썰렁하고 천장 높은 미술관에 걸려 있는 '작품'을 보는 느낌이다. 그래서 새롭다. 서툴게 칠한 듯한 터치와 색감, 원근을 무시한 구도,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듯 엉뚱한 곳에 엉뚱한 색감으로 그려진 사물들, 역시 정적인 듯 보이지만 딱딱하고 엉뚱해 보이는 등장인물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그림을 뜯어 보게 만든다.
예술가는 얼굴에 면도크림을 바르고도 면도 하는 것을 잊거나, 나무와 얘기하는 사람, 마음 속의 늑대에게 귀를 물어 뜯기는 사람, 예술이란 '생활 속의 행위'라는 것을 이야기 해준다. 낯설게 보기에서 창조가 시작됨을 낯설게 보여 주는데, 볼수록 재밌다고 느껴지는 매력이 있다. 특히 시금치와 항아리...너무 웃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