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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릅나무 거리의 개구쟁이들 ㅣ 동화는 내 친구 6
필리파 피어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02년 2월
평점 :
1. 크레키 영감의 목욕통
2. 달아난 햄스터
3. 지붕 꼭대기
4. 늙다리
5. 연날리기
6. 먼슨 할머니의 정원
필리파 피어스의 책은 늘 기대감을 갖고 읽게 되는 데 이 책 역시 그런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았다.
<느릅나무 거리의 개구쟁이들>은 느릅나무 거리에 사는 '아이들의 에피소드'일 뿐 아니라 그 거리에서 나고 자라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어른들, 아이들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생활의 일부인 애완동물의 이야기다. 작가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그들만의 작고 소박한 세계를 그림처럼 엮어서 사람냄새가 나는 따듯한 동화로 만들었다.
작은 아이는 첫 장을 읽으며 재밌겠다라고 중얼거리더니 다 읽고 난 후의 감상도 '너무 재밌었다'였다. 아이들이 읽으면 개구쟁이들이 벌이는 사건들이 재밌게 읽히겠지만 나는 그 아이들의 사건 속에 잠깐 휘말리면서도 확실한 개성을 가진 어른들의 일면이 더 인상적이었다. 목욕통 위에 올라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크래키 영감님을 모습을 상상하거나, 사람들을 피해 얼른 말똥을 치워가는 먼슨 할머니, 지붕 수리공 프라이데이 할아버지, 깐깐한 저지 엄마가 개를 키우게 되는 경위등이 참 어쩜 이란 말을 내 뱉고 싶을 정도로 어른의 일면을 드러내 주는지... 아이들과의 갈등을 소리나게 그려내지 않고 그렇게 자연스런 해결을 보면서 아이들에게도 생각거리를 던져 주는 표안나는 작가의 연출력도 참 대단했다.
<느릅나무 거리의 개구쟁이들>은 사실 위에서 쓴 것처럼 그렇게 요란한 동화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이야기 모음집이다. 그런데 그 평범함 속에 개성적 인물들이 살아 숨쉬게 한 작가의 능력이 너무 대단해 보여 자꾸 오버를 하게 된다. 자신들을 못살게 괴롭히는 크래커 영감이라고 생각하지만 잃어버린 목욕통을 찾아 준다거나, 대인기피증이 있는 먼슨 할머니의 집에 드나드는 방법을 생각하는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 동생의 유모차를 끌고 다니느라 활발한 아이의 상에서 한걸음 비껴난 베라에게 베푸는 개구쟁이들이 우정은 감동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느릅나무..>를 읽으며 정말 우리아이들도 개구쟁이라도 좋으니 따듯한 마음을 가진 아이로 자라주었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우리 아이들은 둘 중 어느 하나도 건질 수 없는 삭막함 속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워졌다. 일상의 작은 이야기를 그리되 그 안에 개성있는 인물들이 살아 숨쉬고, 인간을 품어 안는 따듯한 온기가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는 동화. 아이들이 이런 동화를 사랑한다면 그 책 안에서 숨을 쉬게 될테고, 그 숨이 아이들의 현실로 미래로 뻗어 나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