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의 빨간 외투 비룡소의 그림동화 75
애니타 로벨 그림, 해리엣 지퍼트 지음,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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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세 번 읽었어요" 초등 2학년인 작은 아이가 책을 가져 온 그 날 세 번을 거푸 읽었을 정도로 재미를 느낀 책이다. 딱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그런 책인데, 주인공이 여자 아이란 점 옷을 소재로 이야기한 점이 우리 아이의 성정엔 딱 맞았나 보았다. 다 읽고 나서는 "엄마 우리도 이렇게 해봐요"한다. 아이에겐 안나가 외투를 얻게 된 과정이 자신도 겪어 보고 싶은 하나의 이벤트 정도로 생각된 듯 하다. 하지만 엄마인 나는 첫 장면부터 가슴이 아렸다. 전쟁의 폐허를 부옇게 처리한 첫 페이지의 그림부터,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해 딸의 물건을 마련 해 주는 엄마의 마음까지.

양털을 얻고 실을 자아서 산딸기를 따서 염색을 하고 천을 짜서 재단을 하는... 그런 과정에서 등장하는 사람들과 양과 안나와 엄마의 관계맺음이 차분하고 감동적으로 읽혔다. <안네의 일기> 중 한 편의 에피소드를 보는 듯한 생각도 들고, 가난한 날의 행복이 주는 그런 따듯함으로 미소짓게도 하는 그런 책. 인간이 사는 것은 결코 혼자 일 수 없으며 자연과 이웃들이 서로 돕고, 돌고 돌아 삶을 유지함을 이야기하는 한 편의 드라마. 요즘 아이들에게 주변에서 너무 쉽게 얻어지는 물건들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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