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세상 물의 왈츠 - 자연과 나 01 자연과 나 23
토마스 로커 글 그림, 상정아 옮김 / 마루벌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음에 스며드는 그림책

아동기의 아이들에게 과학적 지식을 들이댄다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다. 정서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투른 지식의 주입이 행여 예민한 정서의 분화와 발달을 막게 될까 염려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동이든 성인이든 신체와 정신의 균형 잡힌 발전은 일생을 통해서 추구해야 할 삶의 과제이다. 사실, 모든 자연현상이 그러하듯 과학과 역사, 철학 모든 것은 맞물려 돌아간다. 본질을 따져 들자면 하나에서 나와 하나로 되돌아가는 것은 물의 순환과 다르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그림책이지만 문학적 향기로 아름답게 채워져 있는 <온 세상 물의 왈츠>를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물의 왈츠라는 제목이 얘기하듯이 글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물의 노래 소리를 따라 저절로 흘러 흘러가는 느낌이 든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라는 말은 이 경우에도 해당된다. 아이들이 물이 되어, 그림을 따라,(아예 그림 속으로 들어가) 상상의 나래를 펴 본다면 자연의 이치가 절로 깨달아지지 않겠는가. 그렇게 된다면 환경문제에 눈을 돌리고 과학적인 인식의 기초가 다져지는 것은 너무도 뻔한 이치이다.

이 책에는 눈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러면 아이들과 이렇게 놀 수 있지 않을까...나풀나풀 하늘에서 내려와 이 세상을 눈꽃으로 수놓는 나는 눈이랍니다. ... 나는 얼음이랍니다...나는 이슬이랍니다....나는 달무리랍니다...이 세상  물의 모습은 무궁무진하다. 아이들과 물의 다른 모습을 표현해보기도 하고 노래를 만들어 불러도 좋을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인 작은 아이와는 함께 보기도 했지만 시낭송을 하듯 글을 천천히 한 페이지씩 번갈아 읽었는데 느낌이 아주 좋았다. 쌘비구름은 거칠고 강렬하게, 개울물은 졸졸졸 노래하듯이 읽어 본다면 그림책 한 권이 아이의 내분에서 얼마나 역동적으로 작용할지...생각만 해도 흐뭇한 일이다.

 이 책은 그림과 글이 한 페이지씩을 차지하고 번갈아 나온다. 그림을 둘러 싼 테두리가 창의 역할을 하고 있어서, 내면을 응시하기 보다 밖의 상황에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의 내다보고 싶은 심리에도 잘 맞는다. 그림은 불투명한 그림 재료를 사용해서 가까이는 어둡고 멀리를 밝게 표현함으로써 생긴 원근감의 깊이가 사실적인 느낌을 주는 동시에 환상적이도 해서 자꾸 봐도 싫증나지 않는다. 글은 글의 내용에 맞게 계단식으로 떨어지거나 엇비슷하게 활자를 편집해서 글만 읽어도 물의 느낌들이 전해져 온다. 마지막에 작은 컷으로 그림을 연결해놓고 부모나 교사가 가이드 해줄 수 있는 친절한 설명을 덧붙인 것은 이 그림책의 연령을 확대해준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으며, 어른들에게도 반가운 페이지다. 자, 이제 엄마 아빠 아가들아...손에 손잡고 온 세상  물들과 노래노래 부르며 춤을 추어 보자구요...

하나이면서
여럿이기도 하고
이 세상의 시작과 함께
끊임없이 돌고 돌다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나는 비랍니다.

때로 잎새와 함께
아래로 아래로
이끼낀 바위를 지나

 돌
   돌
      돌돌돌
숲 그림자 따라 흐르는
나는 산개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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