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릭스는 돈을 사랑해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2
니콜라우스 피퍼 지음, 고영아 옮김 / 비룡소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어린이 책이 다양해졌다는 것은 익히 알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요즘 아이들은 행복?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행복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서른을 훌쩍 넘긴 지금에야 경제용어를 처음 보는 듯이 접한, 또는 그런 개념을 이제야 뒷머리 긁적긁적하는 정도로 이해하게 된다면 그런 책을 일찌거니 접한 요즘 아이들은 행복하다고 할 밖에.

흔히 12살 소년이 경제 원리를 이해하기 까지…라는 설명이 붙는 이 책은 12살 소년이 부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친구들과 회사를 차려 경제활동을 해보고 그 생리를 체득한다는 줄거리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초등학생들에게는 아직은 어려운 책이다. 그 쪽 동네 12살과 우리 동네 12살이 다르다는 것도 이유 中의 하나이고, 그 쪽 동네의 사회 문화적 배경과 우리 동네의 그것이 또 많이 차이가 나는 까닭이다. 그래서 경제 개념을 알기 쉽게 풀어서 썼다고는 하지만 초등생들이 읽기엔 무리가 있다. 다만 낱말이나 개념은 두루뭉실 그냥 넘어가더라도 줄거리 위주로 읽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렇게 한 번 읽고 中학생이 되어서 다시 읽으면 훨씬 이해가 빠를 것 같다.

확실하진 않지만 우리 부모님이 교육관에는 경제적인 개념은 자리하지 않았던 듯 싶다. 가정 경제야 어떻게 되었건 자식들은 그런 눈치 없이 티없이 밝고 맑게 자라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부모님 밑에서 우리 형제는 참 철부지로 자랐다. 적어도 경제적인 면에서 만큼은. 그리고 그 때의 부모님들은 대다수가 그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계셨다. 그런데 세월이 많이 흘렀고, 요즘의 아이들은 사실 이런 책을 읽히지 않아도 일찍이 ‘돈’에 눈을 뜨는 편이다. 그리고 요즘 아이건 예전 아이건 태생적인 차이로 경제 관념이 있는 축과 없는 축으로 나뉘기도 하겠지만, 내가 결혼을 해서 자녀를 낳아 키우는 지금에 드는 생각은 어릴 때 경제 개념을 익히게 해 줄 필요가 있고 그 경험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알고 안하는 것과 모르고 안하는 것의 차이는 자각했느냐 하지 못했느냐 이다. 자각했을 경우는 결과에 대해 자신이 승복할 수 있고, 자각하지 못했을 경우는 후회가 남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식들이 성장한 후에 그렇게 고이 키워주신 점이 고맙지 않다는 점이다. 왜냐면 자식을 곱게 키우려고 치룬 부모의 희생이 감사함으로 와 닿는 것이 아니라 가슴 아픔으로 각인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자녀들의 성장기에도 고통 분담을 하게끔 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것이 멀리 내다 보았을 때 그 자녀의 인생에 있어서 훨씬 교육적이다.

사설이 길었는데, 그래서 문학적인 가치를 따지기 여부에 앞서 이런 식의 안내서는 교육적으로 유용하다. 그리고 재미도 있다. 그래서 14세 이후의 아이들은 재밌게 읽는다. 단 이 책을 읽고 ‘돈’에 얽매이는 아이가 되라는 게 아니다. ‘돈’이라는 것의 진정한 개념과, 경제적인 것에 밝은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비경제적인 사람들이 어떻게 덜 당하고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과, 부의 사회적 분배, 노동의 가치, 이런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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