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골목의 일곱 아이들 - 세계 아동문학상 수상작 5
이브 가넷 지음 / 유진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막다른 골목의 일곱 아이들은 내가 초등학교 시절 재밌게 읽었던 어떤 동화를 생각나게 하였다. 동화의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빌헤름이니 오토니 하는 주인공들의 이름은 생각난다.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이 동화와 함께 작은 아씨들류의 가족 성장소설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 이 동화는 넉넉하지 않은 가정 환경에서 밝고 힘차게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꾸밈없이 그리고 있다.

이야기가 한 아이 한 아이가 겪는 에피소드 위주로 끊어져 있어서, 장편이지만 저학년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남녀 구분 없이 재미있어할 요소를 갖추었다는 점도 장점이다. 재치있는 문장으로 흥미있는 사건들이 긴장감있게 펼쳐지는 가운데 잔잔한 가족애와 인간애를 맛볼 수 있었다. 어른 입장에서 보면 물질적으로 풍족한 도시 속에서 개성을 잃어가는 요즘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이다.

또 흥미로운 것이 엄마, 아빠의 모습인데, 여기 나오는 엄마와 아빠는 각각 세탁일과 넝마주이 일을 하는 사람이다. 이 책에 나온 표현대로라면 '남의 뒤치다꺼리나 하고 사는' 일을 하면서 일곱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자연히 넉넉한 살림을 할 수 없는데, 언제나 당당하는 것이 신선했다. '이웃 사람들은 조와 로지가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키우며 사는 것이 불쌍해서 '시대에 뒤떨어진 어리숙한 사람들이라 생각했으나, 막상 당사자인 넝마주이 부부는 이 엄청난 수의 아들과 딸이 자랑스러웠다'에서 보여주듯이 남의 눈에서 자유로우며, 긍정적인 가치관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다. 자신들의 직업이나 지금의 생활 형편으로 아이들에게 맘껏 퍼주지 못함을 기죽어하는 요즘 부모들이 본받을만한 인물형이다. 일단 자신을 긍정하고 자신의 처한 처지에 당당한 그네들의 행동은 아이들에게도 이어져 아이들이 말그대로 밝고 건강하게 자란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닐뿐더러 물질적인 것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웃음속에 깨달을 수 있다. 그러나 위기에서 너무나 착한 어른들이 등장하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석연찮은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점이 아이들이 재밌어하고, 그것이 바로 꿈과 희망을 키워주는 동화의 특질이라고 하면 할 말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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