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과 비평정신 원종찬 평론집
원종찬 지음 / 창비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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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독서를 낳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리 속에 떠오른 말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역사를 배운 것과 같은 이유로, 아동문학사를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진 것이 이 책을 읽고 나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다. 평론을 읽으면서 고민하는 것 중의 하나가 텍스트를 먼저 읽고 평론을 읽어야 하지 않냐는 점이다. 평론 때문에 텍스트를 찾아서 읽게 되는 경우도 많고, 또 그것이 평론의 한 역할이라 할지라도, 그럴 경우 원치 않아도 평론의 색안경의 끼고 텍스트를 읽게 될 것이 싫어서 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서 언급되는 텍스트를 먼저 찾아 읽으려 노력하였으니, 이 책은 처음부터 나에게 혹독한 독서의 스승이 된 셈이다. 더불어 아동문학을 왜 어른이 읽어야 하는 가에 대한 답을 찾았다는 것도 소득의 하나이다. 문제의식 없이, ‘읽으니 좋아서 읽었다’는 것이 이전의 내 아동문학 독서 편력이었다면 이제 확실한 목표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어린이를 보살피는 일은 미래를 가꾸는 일이기에 여기에 우리가 간과하면 안 될 아동문학의 정체성이 존재한다.

그러한 이유로 아동문학이 제대로 발전하려면 제대로 된 평자가 많이 나와야 하며, 부모나 교사 개개인이 그러한 비평의 눈을 키워야 한다. 그 평자의 역할에 나도 한 몫 끼겠다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아동문학과 비평정신’은 우리 아동 문학을 보는 시각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글, 신간 서평, 발굴 작가 작품론의 3부로 나뉘어져 있다. 지은이의 비평론, 실제 비평(작품론), 작가론이 다 들어가 있는 짜임새가 돋보인다.

기본에 충실하며 성실히 연구하는 자세가 바탕이 된 폭 넓은 관점과 비평 연구 방법론은 구성과 차례를 살피는 것만으로도 평론은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하는 배움이 되었다. 연구자이자 아동문학 관련 단체의 활동가인 지은이의 이력들이 말해주듯 글의 현장성이 살아 있는 것도 인내하고 책을 읽게 하는 힘으로 작용하였다. 방정환을 중심으로 밝힌 한일 아동문학의 기원과 성격 비교나 이원수, 이오덕. 권정생으로 이어진 민족 문학의 정통성을 밝히려는 시도, 월북문인들에 대한 연구는 원류를 따라 오르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1부 첫머리에 있는 ‘한국 아동문학의 어제와 오늘’은 어린이 도서 연구회 20주년 기념 세미나 발표문이다. 그런 만큼 세미나 발표문이 가지는 제약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보론인 한국 아동 문학의 반성과 과제를 둘러싼 논의’가 첨부 되었지만, 나처럼 일반 독자들은 그래도 미심 쩍인 무엇인가가 남는다. 그 중의 하나가 ‘속류사회학주의’라는 말의 개념에 대한 것인데 본론에는 이 생소한 단어의 개념이 정의되어 있지 않다. 사실 그냥 읽으면 대충 뜻이 통하긴 하는데 그래도 처음 접하는 말이라 ‘A는 B이다’라고 꼭 집어 주었음 하는 소망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 1980년대 급진적인 흐름 등을 언급할 때 좀 더 자세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해주었음 하는 바램도 있었다. 발표문이라고 하는 것이 요지문이기 때문에 그 현장에서 발표를 들은 사람은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었을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 글을 책의 앞머리에 놓고자 했다면 좀더 자세한 언급이 있는 글로 고쳐 실었으면 어땠을까?

이 책이 특정 독자층을 염두에 두고 씌여진 글은 아니겠지만, 어차피 이 책에 실린 글들이 대중적이기도 힘들다. 그것이 이 책이 가진 딜레마다. 그러나 지은이의 글에서 드러난 소신이나 평소의 활동에 비추어 생각한다면 좀 더 대중적일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1부 2부 3부 앞에 길잡이 성격을 글을 각각의 서두에 실어 독자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하는 그런 편집의 배려를 보였다면 어땠을까… 이 책의 첫 글은 꽤나 아동문학에 기본 공부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읽어야 겠다는 착각이 들게 한다. 왜냐면 일반 대중이 소화하기에 1부의 글들은 너무 학술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동문학에 관심 있는 많은 아마추어 독자들이 첫부분에 좌절한 나머지 뒷부분으로 넘어 가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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