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토토 - 개정판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김난주 옮김,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창가의 토토는 예쁜 책입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손이 안갔었죠. 뭔가 알맹이가 없을 것 같은... 말장난으로 채워진 책이 아닐까하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건 정말 선입견이었습니다. 첫 장을 넘기고 읽기 시작하자 마자 저는 마음이 심하게 울렁댐을 느꼈습니다.

개인이 제도 속에서 획일화된 교육을 받으며 받는 상처에 저는 견딜 수 없을만큼의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자라면서, 또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모순들을 바꿀 수 있다면 바꾸고 싶었어요.그래서 늘 괴로웠죠^^. 그렇게 행동하지 못하는 삶을 살았으니까요, 그런데 60년도 더 전 교장 선생님을 보면서 그런 제 삶의 방식에 부끄러움을 느낀 반면, 한편으로 이해받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 분이라면 저를 이해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나를 이해받는 느낌처럼 편안한 느낌이 또 있을까요...

창가의 토토는 짧은 에피소드 형식이라 쉽게 읽힙니다. 그래서 남녀노소를 막론한 다양한 독서층을 확보할 수 있었겠구요. 제가 웃으면서 읽었던 부분은 토토가 지갑을 찾기 위해 정화조의 똥을 퍼내는 장면이었는데요, 그 때 교장선생님이 하신 행동과 말에서 그런 걸 느꼈어요. 한 인간이 한 인간을 저렇게 정의 내릴 수 있구나. 그 때 토토의 행동을 문제시하고 토토를 문제아로 규정했다면 오늘의 창가의 토토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조금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우리는 얼마나 수 많은 문제아를 규정하면서 사는가... 타인에 대한 나의 시선을 점검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불어 간결하고 담담한 문체에서 청량감과 따뜻함이 동시에 느껴져 읽는 내내 잔잔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토토가 되고, 내가 교장 선생님도 되고, 내가 엄마도 되는 그런 경험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요, 이 책은 토토 같은 아이도, 토토의 친구들 같은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부모들도 모두 주인공이 되어 읽을 수 있는, 자유와 평등을 선사하는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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