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 강소천 고학년 대표 동화
강소천 지음, 윤경희 그림 / 함께자람(교학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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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딱따구리의 존재는 ‘아하하하 아하!’ 하고 이상한 소리로 우는 만화 영화의 딱따구리이다.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저녁 무렵에 동생들과 앉아서 열심히 본 만화 영화 속의 주인공. 그리고 좀 더 커서는 동물의 세계에 나왔던 딱따구리의 모습. ‘야! 정말 저렇게 나무 둥치를 파서 집을 짓고 사는 구나’ 하는 신기함. 그런 정도 였다. 오늘 내가 읽은 ‘딱다구리’는 아버지를 잃은 두 아이가 아버지의 존재를 떠올리는 매개가 되는 ‘아비’로서의 딱따구리이다. 어릴 적 만화영화 속이 딱따구리가 유쾌함의 재미를 주었다면 강소천의 ‘딱따구리’는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감동을 주었다.

‘딱따구리’의 주인공 나와 희성이를 보며 나는 요즘 주변에서 보는 아이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수 십년의 세월이 가로막고 있고 작품 속의 아이들과 현실의 아이들을 비교하는 것이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해도, 작품 속의 아이들은 그 시대를 반영하고 있을 것이다. 아버지 없는 환경에서 크면서 어머니를 생각하는 지극한 마음은 어린아이 답지 않은 어른스러움을 지닌 나와 희성이. 부족함 없이 자라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부족함이 있는 아이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또 부족함이 있는 요즘 아이들에겐 위로가 될만한 인물들이다.

또 아버지를 그리워 하는 마음이 일인칭 시점으로 표현되어 있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아버지 없는 아이들의 마음을 한결 쉽게 이해하고 감정동화가 되기 쉽겠다. ‘열렸다 닫혔다 하는 무덤은 없나 지금이라도 아버지 무덤이 활짝 열리기라고 하면…’에서 읽혀지는 ‘나’의 마음은 참으로 안타까움 그 자체다. 내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려면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미루어 짐작하고 그 사람이 입장이 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참으로 사려가 깊거나 인생 경험이 풍부한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인생 경험이 짧고 더구나 불행에 대한 경험이 거의 전무 하다시피한 요즘의 천방지축 10대들에게 ‘나’의 독백은 참으로 진실되게 와 닿으리란 생각이다.

‘어려운 사람의 처지를 보살피고 도움을 줄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어른의 수십 마디 말보다 딱따구리에서 읽혀지는 주인공들의 마음에서 아이들은 더 쉽게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리라. 그리고 딱따구리 사건에서 나와 희성이가 자신의 상황과 연결해서 이해하고 그것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생각해서 행동하였다는 자체가 참으로 교육적이다. 아동문학이 어쩔 수 없이 교훈을 담는 문학이어야 한다면 감동을 통해 자연스레 마음을 울리는 그런 교훈이어야 하고 ‘딱다구리’는 그런 아동 문학의 예를 잘 드러내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아이들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고, 아동 문학의 힘이 한 번 더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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