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네 한솥밥 보림어린이문고
백석 동화시, 유애로 그림 / 보림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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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서슴없이 선택한 것은 단 두 어절 때문이다. 표지에 있는 작은 글씨-'백석 동화시' 백석이라는 이름도 동화시라는 장르도 내게 망설임 없는 선택을 하게 했다. 향토적인 서정시를 주로 써 우리 문학사를 빛 낸 월북 시인 백석. 그는 일찌기 아동문학에서는 산문보다 시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하여 동화시라는 독특한 장르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만큼 '개구리네 한 솥 밥'은 다양하고 감각적인 입말들이 풍부하게 살아 있어 아이들의 감성을 톡톡 건드려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책의 표지를 보면 동그란 멍석을 깔고 개구리가 미소 띤 얼굴로 숟가락을 여섯 개나 들고 있다. 물론 그 앞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한 솥 밥이 있다. 그리고 개구리 뒤에 애기 똥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첫 장을 펼치면 달개비를 뒷 배경으로 돌돌 만 멍석위에 앉은 개구리가 기운 옷을 입고 앉아 옷을 깁고 있다 물론 그 옷은 바지 저고리다. 그리고 시작은 이렇다.

옛날 어느 곳에 개구리 하나 살았네, / 가난하나 마음 착한 개구리 하나 살았네. //하루는 이 개구리 쌀 한 말을 얻어 오러 / 벌 건너 형을 찾아 길을 나섰네.

이렇게 길을 나선 개구리는 도중에 곤경에 처한 소시랑게, 쇠똥구리, 방아깨비...들을 구해주었다. 덕분에 형 집에 늦게 도착한 개구리가 어두운 길을 돌아 오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그러나 도움을 준 곤충들에게 도움을 받아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는 이야기가 간결, 반복되는 구문 속에 재미있게 펼쳐져 있다.

작은 아이가 잠들어서 읽어줄 대상을 찾지 못한 채, 동화시가 주는 매력을 듬뿍 느끼고 싶어 혼자서 소리내어 읽고 있었다. 옆에서 일기를 쓰던 4학년 큰 아이가 슬그머니 다가와 앉는다. 다 읊조리며 읽고 나니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민족의 동화책을 찾은 느낌이다. 옆에 있던 아이도 '엄마 정말 재미있어요 전래동화를 읽은 느낌이에요' 한다.

나는 전래동화에서도 느끼기 힘든 조선의 감성 지극히 민족적인 정서를 듬뿍 느끼는 감격을 맛보았다. 이 책을 텍스트로 곡조를 붙여 노래로 만들어 부르거나, 반복 되는 말을 모아 유치원 아이들이 동극을 하면 더 재밌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만큼 입학 전 아이들에게 언어적 자극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는 책이다. 평소에 아이가 표현력이 없다고 느끼는 엄마는 이 책을 꼭 읽어 주라고 권하고 싶다.

그림도 동화시를 살려 내는 데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개구리가 형에게 가는 장면 장면에 등장하는 풀 꽃 들이 이 책이 우리 나라 동화책임을 증명하고 있다. 달맞이 꽃, 메꽃,꿀풀, 냉이, 토끼풀, 질경이는 그림 작가의 노력으로 탄생한 이 책의 비중있는 조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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