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마리 고양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2
완다 가그 글 그림, 강무환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눈에 봐도 그림이 특색있는 그림책을 읽었습니다. 제목 역시 그러했지요. 백만마리의 고양이-. 제목이 주는 호기심 또한 만만찮았지요. 백만 마리의 고양이를 읽고 나면 옛 이야기 한 편을 잘 들은 듯 여겨집니다. 왜 그런가하고 까닭을 살펴보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행복하고 살고 있었지만, 적적해서 한 마리의 고양이라도 키우길 소원하게 되었다. 이런 시작이 우리의 옛이야기에도 발견되는 설정이라 친근함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가 한 마리의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고개를 넘고 넘어 다다른 곳은 고양이가 수억마리가 있는 곳이었요. 일종의 이상향이었지요. 할아버지는 이상향을 현실 속 할머니 곁으로 옮겨 오고 싶어합니다. 할아버지가 수억마리의 고양이의 할머니 곁으로 데려 온 순간 현실은 꿈을 깨게 해주죠. 이 많은 고양이들이 우리 집까지 먹어 치우겠어요-.

하지만 옛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유는 따로 있지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어머니를 잡아 먹은 호랑이를 굳이 잔인하게 인식하지 않은 것처럼 그 많은 고양이가 자기들끼리 먹고 먹혀서 작고 초라한 한 마리의 새끼 고양이만 남게 되었단 겁니다. 따지고 들면 그 새끼 고양이가 최후의 승자란 얘긴가? 이런 의문이 고개를 들지만 그냥 두루뭉실 넘어가는 것이 또 옛이야기의 매력이란 생각이 들지요. 그런데 그 작고 초라한 고양이가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아 세상에서 제일 이쁜 고양이가 되었다는 결말도 그림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에서 훈훈한 교훈?을 남겨 줍니다

다 읽고 나서 작가에 대해 알아 보았더니 특이한 성장 배경을 가지고 있더군요. 작가는 미국 속의 유럽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 이민이 많은 지역에서 자라 그 곳이 옛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어린 시절 들은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그림책으로 냈다니 그림책이 독특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완다 가그의 그림은 생각을 펼쳐주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가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그런 느낌이 들거든요. 부드러운 리듬감이 느껴지는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구름이 떠다니는 느낌 강물이 흘러가는 느낌이 듭니다. 구름의 배열이나, 굽이굽이 산 길,나무에 매달린 고양이, 할아버지의 수염의 실루엣이 일체감이 있습니다.그런 그림에서 저는 떠도는 자의 이미지가 읽혔습니다. 단순하게 그린 듯하면서도 섬세한 이미지가 많은 울림이 있기도 했구요.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우리도 그 수 많은 고양이 무리 속 한 마리가 되어 할아버지 뒤를 따라 굽이굽이 산 길을 걸어 보고 싶은 환상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림책의 그림이 상상력을 불러 일으킨다는 얘기를 저는 이 그림책에서 체험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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