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
김은영 지음, 김상섭 그림 / 창비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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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님의 시집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를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은 행운이었다.서둘러 메모지를 꺼내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를 옮겨 적고 나서야 나는 내가 부질 없는 행동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욕심 많은 나를 자제하느라 오늘은 구경만 하고 가리라 결심하고 나온 터여서 하나만 옮겨 적고 보니. 책이 너무 욕심나는 것이었다.촉감, 두께, 표지, 그림,크기 제일 중요한 내용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마음에 안드는 게 없었다.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 뿐 아니라 다른 시들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너무 좋겠다 하는 생각과 더불어 친구들에게도 선물하고 싶었다.기어코 결심을 무너뜨리고 집으로 돌아와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난 설레임을 가지고 책을 읽게 되었다.

항상 아이들에게 동시집을 권하면서도 개운하지 못한 마음이 있었다.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시, 생활 속에서 나온 시를 권해주고 싶은데 그런 시집을 찾기가 힘들어서 였다.도시의 아이들이기에 더욱 더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삶을 맛보게 하고 싶었고, 책을 통해서나마 나마 시골의 감성을 키워주고. 생활을 맛보게 해주고도 싶었다.그렇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어른인 나의 마음이고, 시골의 경험이 없는 아이들일 수록 이런 동시를 읽으면 마음에 와닿는 그 무엇이 적을지 모른다.말만 동시집이지 오히려 어른들이 읽으면 더 공감대가 형성되고 가슴을 울리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그러나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에는 자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이 있고 인간이 있다.이것이 내가 이 시집을 좋아하고 아이들이 읽어도 좋겠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이다.

시인이 근무하는 분교의 정경과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 1부의 시들로 작가는 독자를 장락산 자락으로 인도한다.우리는 그들의 모습이 지난 날의 나, 옆집의 누구로 비춰지기에 아무런 거부감 없이 작가의 손을 잡고 골짜기로 따라 들어간다.

2부에서 작가는 자연과 인간을 얘기한다.그런데 농약, 풀 못먹는 소. 감추고 사는 세상의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 처럼 환경 파괴자로서의 인간들을 질타한다.그런데 큰소리가 아니다.남의 얘기처럼 읖조린다.내가 항상 산에 가서 느끼는 것은 산을 진정 좋아한다면 오지 않아야 겠구나 하는 것이다.왜냐하면 내가 다녀간 그 흔적 만큼 자연이 훼손된다고 생각하기에 그렇다.그런 마음들이 안타깝지만 담담하게 표현되어 있다.

3,4부에서는 자연과 자연의 사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순수하고 정감어린 시선이 농촌현실과 사람의 얘기로 자연스레 옮겨 간다. 비록 시골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들과 완전히 하나가 될 수 없는 작가의 마음이 드러나진 않아도 읽혀진다고나 할까.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이런 시를 읽으면 주말이라고 근교로 나가서 바람에 흔들리는 벼이삭들을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내가 참 모순적인 인간으로 느껴진다.

5부에서는 숲과 인간의 근처에 사는 동물들의 얘기가 모여있다.닭과 청솔모, 참새, 개구리들은 아이들의 생활에 자연스런 구성원임이 아이들의 시선으로 그려져 있다.정말이지 애완견을 애지중지하는 도시 아이들이 정서가 떠오르며 나름대로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어떤 삶이 바람직한가로 따지고 들 수 없는 문제이지만, 우리가 학교에서 가정에서 가르친다고 하는 것들이 얼마나 속절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 생활이 바탕되어지지 않는 교육이란 얼마나 무모한가 하는 점에서 농촌의 아이들이 진정 부러웠다.

내가 진정으로 작가의 생각에 얼마나 다가 갔을까? 책을 다 읽고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글이란 그림과 마찬가지로 독자가 느끼기 나름이란 생각이지만 이 시집만큼은 왠지 그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책 전반을 흐르는 작가의 겸손함이 책을 놓는 내 손을 붙든다.예전 같으면 책을 읽고 제목 마저도 기억하지 못했을 내게 김은영,김상섭(그림) 이 두 작가의 이름이 기억될 것 같은 예감이 스친다.

2001년 가을, 어린이 청소년 어른들 모두에게 권해주고 싶은 '이 한 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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