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애도 주간이라 로스의 책을 다시 읽기 하고 있다. 처음 로스 입덕의 계기가 전락, 아니면 죽어가는 짐승인데 정작 내용이 생각나지 않아 두 책을 다시 읽었다. 어떤 책이 먼저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두 책을 휘몰아치듯 정신없이 연달아 읽었던 기억만 난다.
뭐, 이런 작가가 있었단 말이야? 그런 좀 충격적인 감상이 첫인상이었는데 다시 천천히 읽으니 끝까지 읽기가 힘들었다. 알고 싶지 않은 분야의 친절한 묘사. 죽음을 앞둔, 죽어가는, 살아 생전 명망과 지위 모든 것을 가졌던 참 잘났던 남자도 피해가지 못하는 나이듦과 스러짐에 대한 정직한 발악과
현실 한국 내가 아는 세계에서 범접하기 어려운 또는 모르는 세계에 대한 필요 이상의 묘사라고 생각되는 거침 없는 서술, 때로 폭력적으로 느껴지는 단어들.
그게 다인가, 그 너머에 뭐가 있는 건가. 죽음, 섹스로 대표되어 버린 이미지 때문에 사이 사이의 뭔가들이 묻혀버렸구나. 미국의 역사, 여성주의, 철학, 음악, 미술, 없는 게 없이 차린 밥상. 아 정말 잘난 사람이었구나.
얇다고 깔보고 후루룩 들이켰는데 다시 들이키려고 하다 목이 메인다.
퍽퍽한 고구마 다섯 개쯤 먹은 기분이 되었다.
좀 똑똑한 사람과 대화를 하고 싶다, 이게 대체 뭐냐고.
두 작품 모두 자기분야에서 성공한 60대가 주인공, 로스가 70대에 쓴 소설이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젊은 여성과 사귀었다기보다는,
탐하고 집착하고 위로 받는 노년의 남성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전락, 죽어가는 짐승, 휴먼스테인을 묶을 수는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