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노 마나부의 브랜딩 디자인 강의를 읽었다.
‘팔다에서 팔리다로‘가 제목이다. 무엇을? 이란 의문을 가지고 책을 폈다.
사진이 많고 두께가 얇다. 둘 다 좋아하는 컨셉이다. 총 4강의 강의를 풀이했는데 강의자는 굿디자인컴퍼니의 대표이자 게이오 대학 특별 초빙 교수인 미즈노 마나부이다. 판매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실체가 있는 어떤 것이겠지만 강의의 주제는 사실 보이지 않는 것이다. 감이나 마인드 같은 것, 쉽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주제는 브랜딩 디자인, 수강생은 디자인전공자로 한정하지 않았다.
브랜딩 디자인이란 개념이 우리의 일상과 사회생활 전반에 어떤 영역으로 들어오고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실제 기업에서 성공적으로 이끈 브랜딩 디자인을 예를 들고 개념을 쉽게 이야기하고 있다.
1강 ‘왜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는 것일까?‘에서는 발명하라, 붐을 만들라, 로 시작해서 브랜드를 만드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브랜드 만들기는 하나의 커다란 돌이 아니라 작은 자갈들이 미묘하게 균형을 맞추며 힘겹게 쌓여 하나의 산을 만들어 가는 것. 즉 ‘브랜드란 보이는 방식을 컨트롤하는 것이다‘로 결론 짓고 있다. 애플이나 다이슨 그 외 저자가 참여했던 프로젝트를 예로 들고 제품, 로고 사진들을 곁들여서 이해가 쉬웠다.
2강 ‘디자인은 누구나 다를 수 있다‘에서 눈에 띄는 점은 ‘센스란 도대체 무엇일까요‘라는 화두이다. 우리나라에서 쓰자면 ‘감‘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 하다. 번역가가 출판언어로는 좀 부적합하다고 생각해서 센스로 번역했거나 저자가 센스라는 단어를 사용했음직한데. 디자인업계에서라면 더욱이 우리가 사용하는 그 ‘감‘일 것 같다.
‘센스란 집적된 지식을 기반으로 최적화하는 능력이다‘ .
센스를 익히고 싶다면 우선은 지식을 쌓아야하고 그러므로 센스는 노력으로 익힐 수 있다는게 저자의 요점이다. 센스를 기르는 방법, 구체적인 지식 쌓기의 방법이 뒤이어 소개된다.
3강 ‘브랜딩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에서는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의 브랜딩에 참여한 저자의 경험을 차극차근 상세하게 이야기함으로써, 독자가 실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컨설턴트의 역할을 체험하게 해준다.
브랜딩이란 막연한 의미가 일반독자들에게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4강 ‘팔리는 매력을 찾는 방법‘에서는 자신이 참여한 기획의 프레젠테이션의 실제 화면을 사진으로 다 공유하는데 업계 종사자라면 실제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신중하게 전달한다.‘등의 몇몇의 문장들이 실제적이고 진솔하게 다가온다.
206쪽의 그립감 좋은 가벼운 책인데, 비교하면 베스트셀러인 지적자본론과 컨셉이 비슷할 것 같다. 별 노력을 들이지 않고 요즘 인기 있는 주제의 강의를 4강 들은 셈이다. 일본인 특유의 겸손하고 진솔한 어조가 거부감이 없다.
딱히 전공자나 업계 독자가 아니더라도 삶의 전반에 꽤 유용하고 흥미로운 책이었고, 강의를 이렇게 풀어놓으면 참 부담없고 좋구나 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큰 가르침을 받는 것 같지 않아 거부감이 없었고 뭔가 꽤 현실적이고 고갱이만 정리한 강의였다. 거품 빼고 이 책처럼만 살아지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