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본능 - 호르몬이 어떻게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는가
페터르 보스 지음, 최진영 옮김 / 시크릿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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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을 '호르몬'이라 두어도 어색함이 전혀 없을 만큼 책 '연결 본능'은 호르몬의 이야깁니다.

부제처럼 호르몬이 인간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탐구하고 연구한 것들을 누구나 읽고 느낄 수 있도록 잘 정리한 재미있는 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책은 총 10개 장으로

서로에게 의존하는 사람들이 인간의 근본적인 특성임을, 돌봄과 연결되고자 하는 본능을 각 장에 소개한 수많은 연구와 실험, 다양한 나라와 시대의 경험과 사례로 설명합니다.

남성들도 임신 증상을 겪는다는 쿠바드 증후군, 여자들에게 투여한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의 경과와 결과,

어머니 뇌, 옥시토신, 엔도르핀과 도파민 등...

여러 연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도 있지만 포유류와 설치류 혹은 파충류의 연구에서도 엿볼 수 있는 정보가 있었는데 사람의 뇌와 구조적으로 비슷하거나 동일한 호르몬, 동일한 기능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호르몬이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비슷한 호르몬을 가진 동물 파충류 등이 있다는 점도, 그 역사가 까마득히 오래되었다는 점도 신비로웠습니다.

이런 과학적인 연구와 결과를 읽고 있자니 새삼 복잡하고 어렵기도 했지만, 저자도 그랬듯 '그렇다고 해서 그 중요도나 흥미도가 낮아지지 않더군요.'

책은 유전과 진화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분명 자연 출산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나 용접공 벨라 케이지의 사례 등은 어딘지 불편함 마저 느껴지지만

현재는 살며 당연하게 여기고는 있는 '모든 사람이 같은 경험에 같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 ' 그리고

DNA가 차이를 만드는 것엔 중요한 요소지만 그 외 분명 다른 요소가 작용한다는 것 등 저자의 대부분의 말에 공감됩니다.

저자가 가장 큰 관심을 가지는 분야인,

진화한 인간관계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사회적 유대, 즉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한 부분은 나의 관심과 같아 그간 궁금했던 호기심의 꽤나 많은 부분을 채워주었습니다.

특히, 다 커서야 느꼈던 공황장애, 유기 공포 시스템.

유기의 공포. 그로 인한 애착 행동이 담긴 연구 부분. 결국 이 모든 연결이 신경시스템, 보호, 돌봄으로 이루어진 것 등. 흥미로왔습니다.

인간이 자동적으로 감정 동기 등을 부여하고 그 상대가 꼭 사람만이 아닌 사물이나 동물일 수도 있다는 것은 놀랍지는 않으면서도 새삼 다시 생각해 보게 되네요.

화분의 죽음, 물고기의 죽음에 흘리는 눈물, 내가 자주 쓰는 펜이나 옷가지에 가지는 애정인 작은 연결감까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입해 실용적 무관심, 공감의 중요성, 어린 동물이 불확실한 환경에서 성장할 때 더 깊은 흔적을 남긴다는 입증된 '방치와 학대 사이' 이 구분의 명확한 필요성.

유기 공포에서 언급했던 애착 행동이 어느 순간 포기에 이르러 상황을 받아들일 때, 이것이

오랜 시간 전기 충격을 받는 동물들이 보여주는 행동 양상과 같다는 점. 많은 장에서 인상적이고 흥미로운 연구가 많았습니다.

아래 인용은 비교적 책의 앞쪽에 소개된 글입니다.

남성과 여성이 자신의 생물학적 ‘제한’으로 겪을 수 있는 문제를

경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 감정을 드러낼 때 ‘호르몬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듣는 것은 속상한 일이다. 하지만 여성이 실제로 호르몬 문제를 겪고 있는데도 이해를 받지 못한다면...

이 문장으로 책 전체를 함축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서로를 더 이해하고 자신을 더 이해하는 데 있어

과학적 연구 결과와 사례를 가지고 특정 대상이 인간 전체에 있다는 점에서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듭니다.

최근 반년간 읽은 심리 서적과 과학서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탐독 시간이었습니다.

여느 책처럼 책 속에 인용된 책,

다양한 연구 결과 사례, 관계 생물학 관련 자료 출처 부분은 뒷부분에 수록되어 관련 학문을 공부 중인 분들이나 전공자에게도 도움 되는 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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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듣고 싶은 한마디 365
김옥림 지음 / 정민미디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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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4월이 도래했습니다.

새해가 시작되고 년초엔 늘 새로운 계획들로 꽁꽁 무장하게 되죠.

멋진 문장, 기억하고 싶은 문구의 필사.

필사. 이 것 역시 계획의 목록에서 자주 발견하는데

'매일 듣고 싶은 한마디'는 아침을 시작하는 루틴에 글을 쓰고픈 마음에서 고르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필사 책이 넘쳐 납니다.

이런 책들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 데나 펼쳐도 책 전체의 흐름과 무관하게 읽을 수 있는 편안함일 텐데

책 '매일 듣고 싶은 한마디'에는 편안함도 있지만 기도하는 사람의 마음 한편에 잘 넣어둔

작은 결의의 순간도 느껴지네요.

대체적으로 어디를 펼쳐도 비슷한 무드의 글이지만

글쓴이의 마음을 탄탄하게 해주었던 순간도 글속에 사뭇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무심한 듯 결의에 찬 그녀의 문장들은, 독자의 행복한 모든 날을 위한

마음이면서 동시에 스스로의 마음을 가다듬고 기도하며 쓴 글이라고 하네요.

제가 멈춘 문장은 June. 20 묵언의 스승,

July. 20 비움의 참의미 였는데 요즘 제 시간에서 오는 공감때문인지

고요한 묵언의 스승인 자연과 매일 비워내는 연습중인 요즘에 와닿아 그런가 합니다.

그리고 본문보다 외려 서문에 언급된 <메시아>를 작곡하게 된 사연이 기억에 남습니다.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 총 12개의 큰 묶음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월의 날마다 글들이 담겨 있는 형태인데

직관적이게도 책의 이름처럼 356개의 문장을

가볍게, 쉽게, 짤막하게. 그야말로 매일 골라 읽고 쓸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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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성가신 손님 제제의 그림책
이갑규 지음 / 제제의숲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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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새 4월 아침저녁으로는 여전히 기온 차이가 있지만 슬슬 뜨거워지는 봄의 햇살이 그 어떤 책을 읽어도 좋은 날입니다. 가끔 읽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 읽기에도 함께 둘러 앉아 읽어 주기에도 참 좋은 날이 아닐까 싶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아이들이 읽는 동화를 한편씩 두 편씩 찾아보게 됩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 일러스트에 끌렸답니다. 펼쳐 그림을 읽고 글을 보다 보니 어쩐지 어른이 된 어린 시절의 내 영혼은 아직도 그 동화를 읽어 내는 느낌이 들더군요. 아이들이 있는 가정, 조카가 있는 어른, 그리고 조금 더 어린아이들에게는 생각할 거리가 담겨 있는, 느낄 감수성이 있는, 교훈과 작은 감동, 기발한 창의성 약간이 곁들여진 동화. 어른들에게는 비염과 재채기는 감염과 코로나 팬데믹을 상징하는 단어 같기도 하겠지만 ‘기침’이라는 소재를 작은 일상에서 오는 작은 순간의 모습과 고통이 날기를 주저하는 작은 아기 새의 비상을 돕는 바람과도 같은, 밀어주는 어른의 마음과도 같은 어떤 에너지 일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귀여운 상상으로 어린아이들에게 닿을 것 같네요. 아이들 중에서도 낮은 학년의 초등학생이나 초등학생 전의 아이들이 읽기에 적당해 보입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그림 속의 숨은 친구들을 함께 찾는 것 또한 즐거운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그런 편안한 소재의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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댜길레프의 제국 - 발레 뤼스는 어떻게 세계를 사로잡았나
루퍼트 크리스천슨 지음, 김한영 옮김 / 에포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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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발레 공연은 남경주 님이 공연했던 '백조의 호수' 정도인 그야말로 발레 무지렁입니다만

20세기 초, 그 시대를 이끈 예술가들을 사랑하고 또 그때의 시와 시인, 문학에 흥미가 있어

과연 발레의 힘은 무엇이었을지, 발레의 구원자로도 불리는 댜길레프의 생애는 무엇인지,

도대체 어떻게 그 격변의 시대를 이끌었는지 모르는 분야여서인지 더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발레 뤼스는 누구이며

그는 어떻게 세계를 사로잡았나?

발레 뤼스는

Saison Russe 1906~1908 불어로 '러시아 시즌' 이란 뜻이며

Ballet Russe 1909 ~ 1929 불어로 '러시아 발레단' 이란 뜻이기도 합니다.

'발레 뤼스'는 발레의 전설과 다름없는 발레리노, 발레리나 니진스키, 안나 파블로바, 타마라 카르사비나, 올가 스페시브체바 등의 무용수들 배출, 독특하고 인상적인 안무가 포킨, 발란신, 마신을 탄생시킨 하나의 요람으로 발레단 자체를 일컫는 말입니다.

댜길레프는 이 발레 뤼스의 단장으로

그의 발레 뤼스 창단 이전인 초기 직업은 전시회를 기획하고 개최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발레 뤼스가 남긴 위대한 업적을 따라 가다보면, 발레 공연의 다소 수모적 이미지를 갈아치우고 당대 파리와 유럽을 뒤흔들 새로운 생명의 활기를 끼얹은, 그 많은 공연마다 가히 그 파장이 어마어마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전설과도 같은 그때의 이야기들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마치 지금도 꿈틀거리는 현실처럼 제겐 느껴졌네요.

특히 그 특유의 새로운 것에 뛰어드는 댜길레프의 열망, 불꽃같은 열정의 행보는 뛰어난 예술과 들과의 끝없는 협업으로도 잘 느껴졌는데 작품에의 영감을 위한 바흐, 헨델, 모차르트부터 오스카 와일드, 코코 샤넬에 이르기까지 드넓게 등장합니다. 이 많은 뛰어난 예술가들과 호흡하면서

지금도 너무나 유명한 <분홍신>, <불새>, <돈키호테>, <돌아온 탕아>, <르 트랑 블루> 등 무수히 많은 작품들만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특출난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도 놀랍지만 시대를 읽고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바흐, 헨델, 모차르트의 음악에서 얻은 영감으로 태어나도록 돕는 작품들. 성경의 이야기에서 얻은 영감과 스스로를 믿었던 끓어오르는 열망의 신념이 시대를 이끈 예술로 피어났다는 것에 놀라게 되더군요.

파리와 유럽에 새로움을 전파했던 발레 뤼스의 작품들은 하나 하나 궁금했지만

특히 '분홍신'과 러시아적인 것을 내세운 '불새', '봄의 제전'은 책을 읽다 그 영상들마저 찾아보았는데

그 당시엔 없던 형태의 안무와 춤으로 초연에서 싸움마저 있었다는 <봄의 제전>도 흥미로웠고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에 맞춘 발레 <불새(1910년에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 불새 이후에 파리 시즌을 위한 작품에서 보여준 '받아들여지지 않는 어떤 사랑'의 묘사는 당시 러시안들의 모습으로도 해석된다는 것에,

또 그처럼 작품에 민족 정체성마저 담은 것으로 이해된다는 영상 속 해설마저도 끄덕이게 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의 종합 예술가 다운 스펙터클한 업적을 읽으며 가장 와닿는 수식을 해보자면

'고전적 모던 발레', '발칙하면서도 과감한',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도전적인'으로 말할 수 있겠네요.

죽음 이후에의 여운마저도 일렁이는 생명의 활기처럼 여전히 그 영향이 느껴집니다.

여러 나라에서 단원들과 수준 높은 공연을 계속해서 추구했던 그와 발레 뤼스.

물론 실패와 좌절 경쟁자와의 줄다리기도 있었지만 그는 계속 도전했습니다.

다른 아름다움에 매료된, 다길레프의 새롭고 사치스러운 정열, 열정, 야망

에로티시즘 열망, 그것들의 꽃피움.

현대적인 고전주의의 '매혹'이라는 말이 잘 맞아떨어지는 그런 예술가로 기억될 거 같네요.

진지하고 한결같은 예술에 대한 에너지,

오감과 때를 잘 알아 사람들의 감각을 끌어내는, 민감하면서도 어쩌면 비이성적인 그를 읽으며

시대마다 큰 흐름을 이끄는 사람들은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그 시대의 분위기와 이야기를 책을 통해 가늠해 볼 수나 있다는 것에 유익함을 넘어 감사한 생각마저 듭니다.

책을 다 읽고도 계속 읽고 싶었고

책을 보다 등장하는 발레 공연을 찾거나

언급된 시를 찾다가. 다시 책 속으로 파묻히게 되는... 그런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책에서 표현하듯 창조의 축제를 향하는 경향, 유행을 위한 유행을 좇는 다길레프처럼

다양한 예술가의 성향이 어떻게 빛나는지, 20세기 초 발레의 발자취가 궁금한 분, 작품의 영감과 협업의 역사, 그 큰 유럽과 파리를 흔든 발레의 파장이 궁금한 분,

창조의 분야에 임하는 모든 분에게 권하며 글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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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주의보 - 제8회 윤석중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이금이 고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양양 그림 / 밤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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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도 금세 끝을 향해 달려왔네요.

올해도 어김없이 동화를 몇 편 골라 읽어 봅니다.

아이 있는 가정에는 이미 유명한 이금이 작가님의 동화집을 이 책으로 만나봅니다.

표지엔 파스텔톤의 일러스트와 함께 윤석중 문학상 수상 스티커가 보이는데

한국 동요의 아버지로 불리는 윤석중 님의 문학정신과 어린이 애호 정신을 기리기 위한 상인만큼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을 책으로 느껴졌습니다.

책 '건조주의보'는 2012년 초판 도서, '사료를 드립니다'의 개정판으로

[건조주의보], [닮은 꼴 모녀], [이상한 숙제], [요술 주머니], [사료를 드립니다] 다섯 가지 동화가 담겨 있습니다.

이야기마다 개울가에 던져진 납작한 돌멩이처럼, 잔잔한 여운을 느낄 수 있고 유년 시절의 흐릿한 기억도 드문드문 들었습니다. 특히 '이상한 숙제'는 아직도 그 답을 찾아가고 있는 어른이 여기 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동화집을 읽으며 작가님의 그간의 동화 행보를 보며 다른 글들도 읽고 싶어졌고, 느낀 점도 있네요.

이금이 작가님은 일상 속에서 스쳐가는 감각과

삶에서 만나는 주변인들에게 얻은 영감을

아이의 눈으로, 사랑의 맘으로, 잘 그려내는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미에 담긴, 작가 스스로의 말처럼 주위에서 발견한 글감을

씨앗처럼 마음에 심어 따뜻한 에피소드로 잘 피워내는.


많은 책을 읽어야 작가의 자양분이 된다는 말도 맞지만

내 삶이 피어나고 있는,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 일상 속에서 무수히 흩어지고 생겨나는 모먼트 역시

작가에겐 소중한 자양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심코 지나칠법한 순간을 작은 예쁨으로

다시 일궈 내는 일이 글쓴이의 마법 같은 기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거듭하게 되었네요.


함께 담긴 일러스트도 아이들의 눈으로 보는 듯한, 어떤 꿈처럼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수채 느낌으로 이야기들과 잘 어울리네요.


아이의 눈은 사실 어른의 눈이기도 하겠지요.

어른 아이인 제게도 잔잔한 따스함이 있지만

역시나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들이 읽어주면 좋겠구나, 하는 맘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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