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아츠 - 부처의 지혜로 배우는 제대로 화내는 기법
구사나기 류슌 지음, 박수현 옮김 / 한가한오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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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사나기 류순이 전하는 마음의 평온을 얻는 법 『멘탈 아츠』



적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기술을 마셜 아츠,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지식과 사상을 리버럴 아츠라고 부르듯이 마음을 지키는 방법을 멘탈 아츠, 즉 '마음의 기술'이라고 부르겠습니다.  (p.10)



제대로 화내는 기술을 정리하여 담은 『멘탈 아츠』 


읽다보면 화가 많은 내가 스스로 화를 다스릴 줄을 모르고 나를 망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보면 사실 화낼일도 아닌데 화가 부글부글할 때가 많다. 뭐, 사람 사이에서도 그렇고 일에서도 그렇고.. 그래서 책 속에 담긴 가장 인상깊었던 기술 하나 알려주자면.. (속닥속닥) 


상대로 인한 화는 상대에게 말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 마음은 다른 사람에게 이해받을 때 비로소 치유된다. (p.31) .. 상대가 불러일으킨 화, 타인이 화의 원인이라면 기본적으로 '돌려준다!' 화가 나면 이해시킨다. 마음을 전한다. (p.32)


아닛. 그렇다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상대방에게 화가 났음을 이야기하면 된다는데.. 사실 여기까지는 갸우뚱하게 만들었던 말이다. 말했다간 분명 싸움날텐데- 하고... (ㅋㅋ)  그러니까 일단 화가 난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고 상대를 이해시키면 해결 될 일이라는 것. 흠. 그렇게 하면 무작정 성질을 내는 사람이 아니라 제대로 화를 낼 줄 아는 사람일 수 있다는 것. (아, 내가 설명을 잘.. 못하는 것 같은데... ) 


그리고 '나와 상관없는 화는 피하는게 상책'이라며 '화낼 만한 가치가 있나' 되짚어 보면 이것도 방법이라는!! (오호)


사실 나는 내게 상처를 준 이들이 똑같은 상처를 겪기를 바랬던 적이 있다. 아니 지금도 그런 것 같다.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화가 남. 부글부글.) 그런 나를 안다는 듯이 최종 스테이지 바로 전 단계에서 알려주는 비장의 카드에 머리가 쿵. 와. 여태 과거의 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이유가 있었네. 화낼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었는데. 그냥 흘려버렸다면 괜찮았을텐데. 지금이 행복하면 그만인데. 난 왜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었을까. (아휴)


예전에 만난 사람들은 이미 떠났고,

새로운 사람들은 내게서 먼 곳에 살고 있다. 

나는 오늘도 혼자서 알아차림을 구사하며 맑은 마음을 유지하고 있다. 

쏟아지는 비에도 둥지 안에서 평온하게 지내는 새처럼. 

- 사리불 장로·말년의 말, <장로게> (p.233)


이 책을 읽으면서 뒤로 갈수록 왜 그렇게 마음에 수도꼭지가 켜졌는지 모르겠다. 아마 나도 모르게 위로를 받았나본데... 나이를 먹을수록 내가 생각했던 삶과는 점점 멀어지고 자존감도 뚝뚝 떨어지고 그냥 뭘 하든 자신감이 없기도 하고.. 지난 날이 오버랩되면서 제대로 화내는 기술을 미리 알았다면 어쩌면 그때의 나는 조금 근사한 어른이였을 수도 있었을텐데.. ㅋ 


살면서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제대로 화내는 방법.. 유익한 정보 나만 알고 싶네.. ㅋㅋ  그럼에도! 평소에 화가 많다면.. 가까운 가족 혹은 직장에서 리더와 동료에게 지쳐있다면.. 화가 남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기타등등! 실용적이고 지혜롭게 제대로 화 내는 기술이 궁금하다면..   『멘탈 아츠』 !! 


아.. 완전 추천이요. :D  



#멘탈아츠 #구사나기류슌 #한가한오후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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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교육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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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역사 미스터리 소설 『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1800년 조선. 정조가 승하하고 정순왕후의 수렴청정이 시작된 조선에서 배반과 모략, 살인 등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 미스터리 소설이다. 한성부 포도청에 다모로 팔려온 노비 신분의 열여섯 살 '설'. 포도청 한도현 종사관의 목숨을 구하게 되고 한 종사관은 생명의 은인인 설에게 맡고 있는 사건이 해결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 약속한다. 다모 설은 영민하고 당찬 데다가 호기심도 많고 추리력은 또 날카로워서 한 종사관을 도와 연쇄 살인사건 해결에 나선다. 노비 신분인데다 어린 여자아이라 무시와 면박을 당하기 일쑤인 '설'이지만 그때마다 설은 또박또박 당당하게 말하고 행동한다.  


"내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요?" 되묻는 내 목소리가 쇠처럼 단단했지만 무릎은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활을 제대로 들 줄 아는 여자요. 본인이 표적을 맞힐 능력이 없다고 나를 탓하지 마세요." (p.119)


한 종사관과 다모 설은 거리 한복판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한 여인의 시체가 발견된 범죄 현장을 조사하게 된다. 그리고 살인 사건은 연이어 발생하는데...  진실을 찾고 증거를 쌓아갈수록 혼란이 생긴다. 


"그럼 누가 범인이라고 생각해요?"

"현장에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는 사람."  (p.151)



도대체 살인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은 연쇄 살인사건의 진범을 쫓는 미스터리 대수사극이지만 정치적,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내면의 소리를 낼 줄 아는 약자들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다모 '설' 뿐만 아니라 그 외 인상 깊은 등장인물들이 많았다. 노비인 채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며 글을 알려주었던 '오 소저',  친구의 사정을 알고 도와주려는 '우림', 설과 타인을 많이 도와주는 '강 씨 부인'.. 개인적으로 우림과 설의 이야기는 먹먹했더라는. (스포 하나만 하자면 범인에게 납치되었던 우림은 설이 우림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사히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뿌엥-) 


설은 또 다른 일들을 마주할 때마다 두렵고 불안하다. 설은 세상의 변화가 두렵다 했다. 개인적으로 공감이 많이 갔던 부분이었는데 설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나 또한 변화가 무서우므로... ㅠㅠ 그래서인지 강씨 부인이 설에게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기존의 세상과 새로운 세상이 충돌하면 이런 결과가 발생하는 법이야. 우리 다 단단히 각오해야 할 거야. 어느 쪽이 승리하든 모두가 상처를 받을 테니까." (p.376)



490여 페이지가 되는 두께의 책이지만 몰입도도 좋았고, 범인을 찾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듯 했지만 그마저도 지루하지 않았다.  조선 최초의 대규모 천주교 박해 사건을 모티브로 그 시대에 각자의 아픔과 상처를 가진 이들의 성장이 좋았다. 신념과 용기에 감동이기도 했던 『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D 



#잃어버린이름들의낙원 #허주은 #창비교육 #창비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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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터시
이희준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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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마법이 교차하는 역사 판타지 『엑스터시』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엑스터시』는 소년, 마법사, 용 사냥꾼, 독립군, 제국군 대위 등등 다양한 인물 10명이 등장한다. 이들의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시대에 맞선 10명의 인물들에서도 다양한 군상들이 보인다. 나라를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저 평범한 사람도 있고, 생체실험으로 고문을 당하기도 하고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이들도 있다. 


마법사와 굿. 굿과 무당과 같은 한국 전통 샤머니즘과 마법사의 의식이 결합하여 재해석한 독특한 구조의 소설 『엑스터시』 .. 뭔가 낯선 조합이다. 


이 소설의 시작은 이렇다. 한 소년이 여름방학을 맞이하야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작은 섬에 머무르게 된다. 다른 이들은 그 섬을 귀신 섬이라 부르고 귀신이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된 소년은 겁을 먹게 된다. 할아버지와 그 귀신과 뭔가 연관이 있는 것 같아 소년은 불안해한다.. 점점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할아버지와 귀신 섬, 식민지 시대에 얽힌 인물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엑스터시』 


마법사들의 회의, 세 번을 열어도 점점 갈수록 흙탕물 싸움.. 서로를 비난하고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찰나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온 소식하나.. 조선인 천만 명을 죽여 대악마의 힘을 얻는 마법을 시행하겠다는 계획.. 오.. 뭔가 큰일이 날것만 같은데... 사실 마법사 333명은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모인 것인데.. 서로 이렇게 의견이 달라 감정싸움에 우당탕탕.. (야잇)  


"인생이라는 것도 그렇고,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뭔가를 조금 알 것 같다 싶으면 다음 순간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이 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이 세상이 어떻게 흘러갈지, 이런 문제 말이에요.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p.173) (*전자책(리디) 기준) 


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는 암울한 식민지 시대의 한국. 마지막 '용 사냥꾼' 주강진은 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주강진과 용의 대립 장면에서는... 아... 조금 긴장감이 덜했는데.. 너무 쉽게 끝났어.. ㅠ 뭔가 퐉! 하고 절정으로 끌어올렸으면 좋았을 텐데.. 그리고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들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싶어 조금 집중이 덜 되기도 했던 것 같다. 그 점은 아주 쪼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흥미롭게 읽은  『엑스터시』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한국 토속적인 소재와 서양 판타지적 소재가 섞이면서 새로운 느낌의 역사 판타지 소설이었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뭔가 애잔하고 뭉클하기도 했다. 소년의 할아버지가 귀신 섬에 살고 있는 이유를 알게 되는데.. 아마 잊히지 않길 바라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일 것 같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을 기억하는 거지. 그들이 그렇게 목숨을 바친 건, 다 너를 위해서였다는 걸. 그들은 얼굴도 보지 못한 너를 위해 이 나라를 지켰던 거야. 그러니 우리가 그들을 위해 진정 해야 할 일은, 그들을 계속 기억하는 것이란다."  (p.271) 


어쩌면 이 문장이 이 책에서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아닐까..  잊지 말자, 숭고한 희생이 지금을 있게 해주는 거라는걸. 



#엑스터시 #이희준 #그래비티북스 #크레마모티프 

* 출판사로부터 전자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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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 치유의 도서관 ‘루차 리브로’ 사서가 건네는 돌봄과 회복의 이야기
아오키 미아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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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도서관 '루차 리브로' 사서가 전하는 이야기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대학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던 저자는 업무와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지진으로 인한 충격, 도시 생활에서의 어려움으로 마음의 병을 얻게 된다. 지친 몸과 아픈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병원 생활을 하게 되고, 그 생활에서 거의 벗어날 수 있을 때 즈음 도서관을 떠올리는데... 

그리하여 나라현 산촌 히가요시노무라로 이사해 사적인 도서관 '루차 리브로'를 열게 된다. 고양이 가보스 관장님, 강아지 오크라 주임님과 함께 손님을 맞이한다. 한 달에 열흘 정도 문을 열고 포스트잇이 잔뜩 붙여진 장서들을 볼 수 있는 '루차 리브로' 


책은 '창문' 같다고 늘 생각합니다. 문이 아닌 창문. 손잡이를 돌리면 곧장 다른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장치는 아니지만, 창문이 존재하면 지금의 방과는 다른 세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창문은 바깥 세계의 부드러운 바람과 강렬한 햇빛, 비에 젖은 흙냄새, 나무와 꽃이 있는 선명한 풍경을 방으로 불러들입니다. 그런 점에서 책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다채로운 풍경과 바람, 그리고 빛을 데려와주는 근사한 창문입니다.  (p.23)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창문과 같다'는 문장. 숲속의 도서관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문장인 것 같다는 생가이 들었다. 어쩌면 도서관에서 사서는 창가로 안내해 주는 게 아닐까.. 갑자기 마음이 탁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D  책이라는 창가에서 건네는 다정한 말.. 공간이 전하는 진심이.. 좋았던 책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함께 책을 읽는 행위는 당신과 내가 하나가 되어 생각하고 사회를 구축해나가는 것의 마중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누군가가 '지금 여기'를 살아내고자 할 때면 깊게 숨을 들이쉴 수 있는 창가로 초대합니다. 심호흡을 하고 나면 이번에는 먼 곳을 바라보며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p.27)


아! '루차 리브로'에는 특별한 주의사항을 안내하지 않은 점이 신기했다. 예를 들어 신발을 벗고 들어와야 하지만 그와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신발을 신고 들어왔다면 그저 닦으면 되는 거라고…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면 어쩐담? 쓸데없는 걱정이려나… 내게는 있을 수 없는 일. 정할 건 정해놓고, 지킬건 지켜가야 질서 있고 찌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앞으로도 규칙을 제시하지 않을 거라는 ‘루차 리브로’ .. 규칙을 게시하면 관리 측면에서는 물론 편하겠지만 관리보다 공간을 함께하고 싶다는 마인드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냥 정말 사소한 것부터 전부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언급된 책이 참 많은데.. 어떠한 이야기를 던져놓고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책을 인용하여 이야기해주니까 책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다. 역시 애서가답게 풍부하고 깊고 넓게 책과 이야기를 연결하는 대박적인 멋짐 폭발. (감탄사 연발... 나는 아직 멀었어어...ㅠㅠ)  


숲속, 도서관. 개인적으로 정말 꿈꾸던 공간인데 읽으면서 내내 부럽기도 했다. 비록 몸과 마음이 지쳐 힘든 생활을 보냈었지만 '루차 리브로'를 통해 사람과 치유와 회복을 전하는 전직 대학도서관 사서의 책과 삶의 기록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들러보고 싶다.  :) 



#나는숲속도서관의사서입니다 #아오키미아코 #어크로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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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를 따라서 여름으로 토마토 청소년문학
박서형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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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의 다정하고 감동적인 성장 소설 『해파리를 따라서 여름으로』



여름방학을 맞이해 해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삭'. 그런 이삭에게 인사하는 '이리리'.  


"너, 죽고 싶다며?" (p.9) 


이리리는 대뜸 이삭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런 질문은 한데에는 이삭에 대한 소문이 있었다. 위클래스 상담 중에 내뱉은 '사라지고 싶다'는 말이 '죽고 싶다'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인데. 그래서 이삭이 살고 있는 이곳에서의 이삭은 '죽고 싶은 아이'였다. 


말이 바뀌었다고. 부풀려진 것도 와전된 것도 아니고 바뀐 것이라고. 매달 교실 자리를 바꾸듯이 그런 것뿐이라고. 그래서 자신을 기피하거나 조롱하는 아이들에게 별말 하지 않았다. 바뀐 것은 말뿐이고, 이삭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p.10) 


하지만 이리리는 죽고 싶은 아이였다. 이삭이라면 이리리가 망설일 때 밀어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이삭은 이리리와 같은 마음이지 않았다. 이삭은 이리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또한 이삭은 이리리가 죽고 싶어 하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았다. 


들어 보나 마나 뻔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려 했다. 죽는 거야 네 마음이지만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라고. 노을 지는 하늘을 봤다. 이삭에게는 사람지고 싶은 이유가 없었다. 이유란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의 것이었다.   (p.23)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주 만나게 되는 이삭과 이리리. 둘은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김밥을 같이 먹기도 하며 그렇게 지내고 있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둘은 서로의 속사정을 알게 된다. 가족에게 이해받고 싶었던 이리리, 가족에게 방치되어 외로운 이삭. 


이삭은 처음으로 이리리와 자신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편안했다. 비슷한 사람과 있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살면서 처음 발견한 탓에 조금 울렁거리기까지 했다. 조금 울 것 같았지만 울지 않았다.  (p.108)


이삭과 이리리는 결심했다. 이리리의 고모가 살았던 지금은 빈집인 그곳으로 떠나기로. 


"넌 떠나고, 난 사라지자. 너네 고모 집에서 서로 갈 길 가자." 

이리리는 말을 잃었다. 순간 커다란 바람이 불었다. 머리끈이 끊기며 이리리의 머리칼이 사방으로 나부꼈다. 이삭은 놀라지 않았다. 눈을 피하지 않았다. 넌 해파리 같은 사람이라 해류를 거스르지 않는 걸까. 도착하게 되는 곳이 내 무덤일지라도.  (p.136)


하아. 읽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 둘의 환경은 다른 듯하지만 비슷했다. 어째서 이렇게 가족인데도 함께 있는 공간의 감정이 난폭할까.. 하아.. 정말이지 이리리의 부모님이 나누는 대화도, 이삭의 할머니가 던지는 말들도.. 어질어질... ㅠㅠ 그러니까 이리리와 이삭의 마음이 삶의 경계에서 왔다갔다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걸지도.. 너무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사라지고 싶고 떠나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는 자체에 대해서는 나쁘다라기 보다 좀 많이 안타깝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왜 엄마는 조금 더 따뜻하게 말하지 않을까. 왜 아빠는 본인의 기준에서만 생각을 할까. 한편으로는 어른들의 입장에서도 이리리가 고백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놀라는건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가족인데.. 꼬인 생각이 한 바퀴 돌아 이리리편에 서서 이야기 해줄수는 없었을까...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주는 이리리와 이삭의 여름..  '삶'을 포기하지 않은 그들의 여름이 꽤 많이 감동적이다. 청소년의 자살률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 문제들은 어쩐지 쉬쉬하고 있는 것만 같다. 조금 더 유연하게 다독일 수는 없을까..  

그래,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 떠나고 싶다는 생각 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딨겠어.. 너무 안되겠는 마음일 때.. 읽지 않고 쌓아둔 책의 어깨에 기대어서라도 살아보는 건 어떨까.. 마음의 무게에 지지 말고. (내 어깨라도 빌려줄게.. 괜찮다면 안아도 줄게..) 물론 그 마음의 무게를 다 견뎌낼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크게 소리내어 울고 다시 생각했으면 좋겠다.. 후- 청소년 뿐만 아니라 연약한 마음이 생겨버린 어른이들도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하- 읽은지 한참이 되었는데도 이리리와 이삭의 여름이 아직도 생각나.. 제목도 예쁘고 청량한 표지의 책이지만 마음은 묵직한 여운을 남긴 『해파리를 따라서 여름으로』  .. 그래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이리리와 이삭이 어떠한 선택을 했을지, 서로에게 구원이 되었을지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추천추천!!





#해파리를따라서여름으로 #박서형 #토마토출판사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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