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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교육 / 2025년 4월
평점 :

K-역사 미스터리 소설 『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1800년 조선. 정조가 승하하고 정순왕후의 수렴청정이 시작된 조선에서 배반과 모략, 살인 등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 미스터리 소설이다. 한성부 포도청에 다모로 팔려온 노비 신분의 열여섯 살 '설'. 포도청 한도현 종사관의 목숨을 구하게 되고 한 종사관은 생명의 은인인 설에게 맡고 있는 사건이 해결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 약속한다. 다모 설은 영민하고 당찬 데다가 호기심도 많고 추리력은 또 날카로워서 한 종사관을 도와 연쇄 살인사건 해결에 나선다. 노비 신분인데다 어린 여자아이라 무시와 면박을 당하기 일쑤인 '설'이지만 그때마다 설은 또박또박 당당하게 말하고 행동한다.
"내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요?" 되묻는 내 목소리가 쇠처럼 단단했지만 무릎은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활을 제대로 들 줄 아는 여자요. 본인이 표적을 맞힐 능력이 없다고 나를 탓하지 마세요." (p.119)
한 종사관과 다모 설은 거리 한복판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한 여인의 시체가 발견된 범죄 현장을 조사하게 된다. 그리고 살인 사건은 연이어 발생하는데... 진실을 찾고 증거를 쌓아갈수록 혼란이 생긴다.
"그럼 누가 범인이라고 생각해요?"
"현장에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는 사람." (p.151)
도대체 살인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은 연쇄 살인사건의 진범을 쫓는 미스터리 대수사극이지만 정치적,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내면의 소리를 낼 줄 아는 약자들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다모 '설' 뿐만 아니라 그 외 인상 깊은 등장인물들이 많았다. 노비인 채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며 글을 알려주었던 '오 소저', 친구의 사정을 알고 도와주려는 '우림', 설과 타인을 많이 도와주는 '강 씨 부인'.. 개인적으로 우림과 설의 이야기는 먹먹했더라는. (스포 하나만 하자면 범인에게 납치되었던 우림은 설이 우림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사히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뿌엥-)
설은 또 다른 일들을 마주할 때마다 두렵고 불안하다. 설은 세상의 변화가 두렵다 했다. 개인적으로 공감이 많이 갔던 부분이었는데 설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나 또한 변화가 무서우므로... ㅠㅠ 그래서인지 강씨 부인이 설에게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기존의 세상과 새로운 세상이 충돌하면 이런 결과가 발생하는 법이야. 우리 다 단단히 각오해야 할 거야. 어느 쪽이 승리하든 모두가 상처를 받을 테니까." (p.376)
490여 페이지가 되는 두께의 책이지만 몰입도도 좋았고, 범인을 찾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듯 했지만 그마저도 지루하지 않았다. 조선 최초의 대규모 천주교 박해 사건을 모티브로 그 시대에 각자의 아픔과 상처를 가진 이들의 성장이 좋았다. 신념과 용기에 감동이기도 했던 『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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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