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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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어스클럽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정신병원에서 자란 소년의 시선으로 보는 삶과 죽음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정신병원이 집이었던 소년 요아힘의 이야기. 주인공은 책 속 어린이청소년 정신병원의 막내아들이지 작가 자신이기도 하다. 정신질환자를 보다 많이 보고 듣고 하는 삶을 살고 있다. 환자들의 이름에서 알파벳을 익히기도 하고, 불안을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환자들을 관찰하고, 밤마다 알 수 없는 그들의 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소년 요아힘. 보통 사람들과는 조금은 다른 환경과 이웃이 있다. 하지만 요아힘은 그들을 두려워하지도 불편해하지도 않는다.  (오..!?)  오히려 요아힘은 세상과 가족 때문에 지치고 힘들어한다. (뭐.. 그럴 수 있지...) 


나는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렸다가 다시 이를 악물고는 나 자신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증오에 찬 얼굴은 찬물을 수없이 끼얹고 나서야 가까스로 지워졌다. 나는 이런 내 모습을 봤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일기도 했지만 동시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나의 이 두 번째 얼굴은 어디서 온 것일까? 혹시 내 진짜 얼굴일까? 정말 처음으로 나 자신을 본 것일까? (p.125)

요아힘은 소년에서 청년으로 자라는 동안 잃어버린 사람들 혹은 다시 만나지 못할 사람들 그리고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이 언제든 있음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위로를 건네고 깊은 울림과 눈물이.... ㅠ  그래서인지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들의 문장들도 있었다. 


작은형의 사고사 이후 어머니와 아버지는 딴사람이 되었다. 다시 일을 시작했고, 슬픔 속에서도 서로를 위해주고, 함께 밥을 먹고, 셋이서 텔레비전을 보고 산책을 했음에도 모두 지난 시간의 시뮬레이션에 지나지 않았다. 내 눈엔 자신들이 누구였고, 예전의 삶이 어땠는지 기억하려 애쓰는 사람들 같았다. 간신히 유지되는 일상의 틀 속에서 서서히 실제적인 삶이 다시 피어나길 소망하면서. (p.389~390) 


소년의 유년기에는 가족 중심의 이야기가 많았는데 정신병원 의사이기도 하고 뭔가 일을 잘 벌이는 스타일의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잦은 뒷수습에 지쳐 보이는 어머니, 피를 나눈 형제 반려견, 그리고 형들... 여느 가족들과 비슷하게 안정적이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가족의 모습..  그러다 시간이 흘러 마주하는 사고, 죽음... 찬란한 어린 시절의 빛이 점점 잃어가는 시간의 흐름... 책을 읽었지만 필름을 본 것 같은 기분이다. 







아버지는 나를 바라보지 않고 말을 시작했다. "요세, 날 보러 와줘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내가 말이 많지 않아서 미안하지만 지금은 정말 모든 게 엉망이야. 더는 일을 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퍼. 난 항상 이 일을 정말 좋아했어. 여기 있는 아이들이 너무 좋아.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거칠고 활달한 아이들의 꾸밈없는 모습이. 이 아이들은 행복하면 그냥 행복해하고, 화가 나면 그냥 비명을 질러." 아버지는 잠시 나를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참, 이상하지. 나는 내가 왜 소위 정상적이라고 하는 사람들보다 소위 정상적이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 속에서 항상 더 편안함을 느끼는지 자주 생각했어. 사람들의 잰체하는 태도, 가식적인 행동, 위선적인 말이 싫었어. (…)" (p.456~157)


아버지에게 다가오는 죽음에 이상하게 더 따듯함이 느껴지는 가족애... 뿌앵... 슬픈데 느껴지는 따뜻함이라니... 가족이니까... ㅠㅠ 


나는 죽은 아버지 옆에 바짝 붙어 누웠다. 우리 밑에서는 여전히 매트리스가 작동하고 있었다. 몽롱했다. 아버지는 아직도 따뜻했다. 우리는 몸을 붙인 채 움직이는 매트리스를 타고 어딘가를 떠돌았다. 그러다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도 아버지는 여전히 따뜻했다. 아버지의 등이. 그때 깨달았다. 그게 아버지의 체온이 아니라 전기 매트리스의 온기였음을. 나는 일어나 전원을 껐다. (…) 아버지는 빠르게 식어갔고 갑자기 낯설어졌다. 그제야 죽음이 무정하고 냉혹한 것임을 실감했다. 밖이 밝아오고 있었다.  (p.472) 

책의 끄트머리로 갈수록 자꾸만 슬퍼지고 생각이 많아지네... 휴휴... 아무튼!  이 책을 덮고 나서는 뭔가.. 울림이 남아서 잠시 멍한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뭐랄까.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고.. (넓게는) 그래서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끝에 닿기도 했다.. 그 시절들이 지나서 지금이 되었고.. 앞으로 마주할 일들에 대해서는 조금은 너그럽고 유하게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고.. 하하.  


요아힘 마이어호프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배우이자 연출가이며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와. 재능 무엇.) 이 책은 소설 이전에 연극으로 먼저 발표되어 인기를 얻었다고 하는데 오!? 궁금하다, 연극으로 보는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는 어떨지..  :D  


유쾌하면서도 담담하면서도 따뜻한 소설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 가족, 성장 소설을 찾는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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