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소설, 향
김이설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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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향 시리즈 세 번째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_ 김이설

 

넉넉하지 않은 집안에서 40대이자 여동생보다 잘하는 것도 없고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장녀. 그녀의 동생이 가정폭력때문에 두 자녀와 집으로 들어와 함께 지낸다. 아버지와 엄마와 조용히 살던 그녀에게 조카를 돌보고 집안일을 도맡아 해야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데.... 동생에 비해 무언가가 되기위해 노력을 해 본 적이 없는 그녀는 '시'를 쓰고 싶다는 마음은 강해진다. 하지만 동생이 집으로 들어와 살면서 육아와 집안일로 인해 일상은 무너졌고 3년 동안 시를 쓰지 못한다.

 

연필을 잡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고, 벙어리가 된 것 같다고, 생각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고 누구에게든 털어놓으면 이 갑갑증이 좀 나아질까. 마음처럼 되지 않는 글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의 전공이, 마흔 살이라는 중압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조카들에게 꼼짝없이 손발이 묶인 나의 현실이, 내가 자처한 족쇄에 엉켜 탈출할 수도 없는 이 집이, 나에게는 육중한 관처럼 느껴졌다. 내 안의 언어를 꺼내지 못한 실패자가 된 나는 필사 노트를 펼쳐 시집의 한 페이지를 한 글자 한 글자 아주 천천히 베껴 써 내려갔다. (p.42~43)

 

 

동생을 위해 스스로 자처한 일인 했으나.. 자신의 일을 하며 돈을 버는 동생이, 그와중에도 연애를 하는 것 같은 동생이.. 벌이를 하고 있는 엄마와 아버지. 가족들과 다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그녀.. 부러워하지만 그 감정조차도 외면해버리는 그녀.. 그리고 사랑하는 이가 있지만 가지고 있는 짐을 나누기 싫어 헤어지고 문득문득 그 사람을 그리워하기도 하는 그녀.. (하아.. 너무 아프다잉..)

 

 

살면서 주인공이었던 적이 없었던 것처럼, 애초에 보통의 삶에 어울리지 않았던 것처럼, 어쩌면 이제야 나와 잘 어울리는 상황에 놓인 것 같다는 기분마저 들었다. (p.92)

 

 

가족이라서 더한 상처가 쌓여가는 일상의 그녀는 견디기 위해 필사를 한다. 그렇게라도 하지않으면 안되겠다는 절박함으로..

 

 

네 인생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그저 터널을 통과하는 중이라고. 터널은 결국 끝이 있고, 그 끝은 환하다고 (p.78)

 

 

그리고 어느 날 전화기 너머로 전한 아버지의 한 마디..

 

 

인생은 길고, 넌 아직 피지 못한 꽃이다. 주저앉지 마. 엄마가 하란 대로 하지도 말고. (p.117)

 

 

간간이 들리는 지인들의 등단 소식. 그럴때마다 그녀는 시인이 되는 운명이 아니었다면 시인이 되기 위해 가지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찾고싶어했다. 패배자도 실패자도 아닌데.. 자꾸 움츠러드는 마음의 그녀가 너무 안쓰러웠다.. 그나저나 왜 운명은 비껴가는 것인지.... 공부든, 재능이든, 사랑이든 하나쯤은 줘야하는거 아니냐! ㅠ (내 얘긴가....)  이쯤되니 소리질러본다. 신이 있다면 신은 왜 그러는 것이냐유!! 공평하게 나눠주시라고요, 좀...!!

 

 

뭐든 다 때가 있는 법인데. 공부를 할 때, 결혼을 할 때, 아이를 낳고, 여행을 떠나고, 누군가와 헤어지고 새로 만나는 것 모두가 그 시기에 걸맞은 때에 행하는 것이 보편의 삶인데. 내가 보편의 삶을 살지 못해서 나에게는 늦거나 이른 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현실적인 벽에 맞닿으면 자꾸 잘못된 결과가 되고 말았다. 그걸 깨닫는 것조차 너무 늦어버려서 나는 길을 잃은 아이처럼 자꾸 어쩌지 못했다. (p.120~121)

 

 

요즘의 내가 제일 많이하는 생각과 거의 비슷해서 놀라웠던 페이지.. 때를 놓쳐버려서.. 나는 너무 보편도 평범도 아닌 삶을 살고 있는건가.. 내가 좀 편해지자고 그 때를 지나쳐서 내가 나를 오히려 힘들게 만들고 있는건가.. 왜 또 이렇게 지나침을 후회하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이렇게 계속 헤매고 있는건가... 뭐 이런 생각을 끄적였었는데.. ㅠ

책 속에서 생각을 마주하니 어쩐지 더 아프다.. ㅠㅠ 흐엉-

 

 

■ 책 속으로

 

"한 번이라도 좋으니 제발 내 마음대로 살아봤으면 좋겠네."

"누가 살지 말래?"  (p.36)

 

 

나는 왜 하고 싶은 게 없는 아이였을까. 넉넉하지 않은 집의 장녀로 자랐으면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욕망을 품었음 직도 한데, 그도 아니면 답답한 집을 떠나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법도 한데, 나는 그저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는 아이일 뿐이었다.  (p.57)

 

 

"알아서 더 겁나는 것도 있는 거야."  (p.66)

 

 

그 사람은 다 하라고 했다. 눈치 볼 것도 없이, 기죽을 것도 없이 천천히 다 해보라 했다. 그러다 지치면, 재미없어지면, 지루하거나 외로워지면 자기에게 오라 했다. 늘 같은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언제든지 나를 맞이할 거라고 했다. 그동안 기다렸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기다리겠다 했다. 더없이 따뜻한 청혼이었다.  (p.163)

 

 

잠시만이라도 나는 나로 살고 싶었다. (p.170)

 

 

혼자만의 공간에서 필사 노트를 계속 늘어나지만.. 온전히 나 자신에게 몰입할 수 있게 된 그녀..

그리고..

 

 

소설을 쓰는 일은 삶과 같아 시간이 흐를수록 여물고 단단해져야 하는데, 아니 사는 일이 소설 쓰는 것을 닮아 시간이 지날수록 성숙하고 견고해야 할 것인데, 일상도 소설도 늘 미진하기만 한 나는 그 시절처럼 매일 시집을 펼쳐 든다. 다시는 언어를 잃지 않기 위해서, 나의 정체성을 잊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p.192) _ 작가의 말

 

 

김이설 작가의 한마디에 나를 좀 살짝 되돌아보았다. 내가 나를 단단하게 하기 위해. 나를 위해 내가 하는 것은 무언인지.... 나로 살기위해 나의 정류장을 잘 지나가고 있는지...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이 책은 좀 아프게 읽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많은 짐과 상처를 그냥 당연하게 툭 얹어놓는 것 같아서.. 왜 꼭 유독 한 사람에게만 그러는가 싶어서.. 그게 또 왜 장녀인가 싶어서.. 왜 하필 장녀는 '삶의 힘'이 없어서는 그대로 그것들을 다 안아버리는 것 같아서.. 40대 비혼의 그녀에게 달려가 괜찮다고.. 늦지않았다고.. 할 수 있을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소설 향 시리즈 세 번째.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소설 속 언급된 '시'도 참 좋았는데.. 찾아서 보고싶다.. 개인적으로 앞서 나온 책들보다 가장 닿음이 좋았던 이 책. :D

 

 

 

 

#우리의정류장과필사의밤 #김이설 #작가정신 #소설향 #소설향시리즈 #추천도서 #장편소설 #희망 #가족 #가족관계 #추천책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아주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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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팔리는 것들의 비밀 - 새로운 소비 권력의 취향과 열광을 읽다
최명화.김보라 지음 / 리더스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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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저건 왜 잘나가는 거야?"

 

요즘 세대에게 마음을 빼앗긴 기업들의 성공 법칙!

 

사실 MZ세대만을 위한 마케팅이라고해도 이상하지 않을 요즘 시대이지 않은가.. 예전같으면 기업이 최고, 최초-라 광고하면 현혹되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자신을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한다. 예민하고 취향이 확고한 MZ세대. 이들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고 재치있고 유연하게 노하우를 담은 『지금 팔리는 것들의 비밀』

 

똑같은 걸 팔아도 다른 반응의 마케팅.. 성공하고 핫한 브랜드의 성공 사례들이 가지고 있는 마케팅 전략의 분석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 중에서 지금 딱- 생각나는 건 '젠틀몬스터'가 목욕탕을 개조해서 만든 쇼룸. 독창적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공간으로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한 핵심은 인적 자원이다. 이 선글라스 회사의 구성원 중에는 아트 디렉터, 공간 디자이너, 바리스타, 소믈리에 등이 있다.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은 공간팀이다. 매번 새로운 시도와 놀라운 콘텐트로 공간을 만들었더니, 안경은 자연스럽게 팔리기 시작했다. 잘 만든 쇼룸 하나가 어떻게 강력한 무기가 되는가를 증명한 셈이다. (p.177)

 

오래된 기업들도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과 무엇이든 시도하여 이전의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하려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언택트 시대에 맞게 새로운 소비 심리를 정확하게 간파하여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마케팅. 지금 마케팅, 비지니스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MZ세대와 소통을 원한다면 이 책의 길을 따라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결과의 크기는 다를지 모르겠지만. 도움이 될 듯. :D

 

 

 

■ 책 속으로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변화된 시장 환경과 더불어 새로운 소비 세대의 성향과 심리를 알아야 한다. 복잡하고 황당해 보이는 이들의 소비에도 분명한 패턴이 존재한다.  (p.40)

 

 

MZ세대는 24시간 365일 개방된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간다. 달리 말하면 혼자 있어본 적이 없는 세대라는 뜻이다. 카카오톡, 페이스톡, 인스타그램, 틱톡 등 이들은 한순간도 단절이 없는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이러한 연결은 필연적으로 관계의 피로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이 원할 때는 언제든지 혼자이고 싶은 갈망이 크다.  (p.49)

 

 

첵스파맛 열풍은 프로슈머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창작자가 되는 모디슈머 Modifsumer 트렌트가 얼마나 강력하 마케팅 도구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식품업계에선 수년 전부터 흔한 일로 제품을 내놓는 동시에 블로거와 SNS의 '자가발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주시한다.

* 프로슈머: '생산자'를 뜻하는 'Producer'와 '소비자'를 뜻하는 consumer의 합성어로, 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 모디슈머: 수정하다 뜻의 'modify'와 소비자라는 뜻의 'consumer'의 합성어다. 새로움을 구축하는 체험적 소비자로 제조업체가 제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용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품을 활용한다.  (p.105)

 

 

마케팅의 호흡이 빠른 만큼 기업은 의사 결정의 중심을 MZ세대의 시각으로 옮겨놓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헛발질을 줄이고 러닝 커브를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다.  (p.204)

 

 

 

 

 

슥슥- 잘 읽히고 은근히 재미있게, 흥미롭게 읽은 『지금 팔리는 것들의 비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어떻게 해야.. 이상의 효과와 반응을 얻을 수 있는지의 완전한 답보다는 ..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들을 들며 지금의 상황을 흥미롭게 분석하고 설명해주어서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경제경영/마케팅 분야의 책 중에서 최근들어 쉽게 가장 재밌게 읽은듯....!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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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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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의 생각과 말
양품계획 지음, 민경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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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아닌 사상을 파는 브랜드, 지금껏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무인양품 40년 인사이트의 비밀

 

표지조차 무인양품스러운... :D

 

 

제 1장. 발상은 언제나 근원적이며 단순하다 - 인간으로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제 2장. 생활이 아름다워지면, 사회는 나아간다 - 경제는 수단일 뿐, 목적은 기분 좋게 사는 것

제 3장. 무인양품이 만드는 방식 - 줄임으로써 창조하다

제 4장. 무인양품이 생겨난 문화와 조직 - 양품계획의 비전

제 5장. 무인양품은 비어 있다, 그래서 무한하다 - 대전략을 바탕으로, 가능성은 한없이

 

인간의 욕심과 과한 소비현상의 안티테제(antithese)로서 생겨난 무인양품.

40년동안 변화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라이프스타일에 감성을 담아 독보적인 분위기를 주는 브랜드이다.  무인양품의 브랜드 스토리와 철학을 담아낸 책 『무인양품의 생각과 말』

 

심플한 디자인으로 라이프스타일에 미학을 담아내는 무인양품MUJI. 무려 40년이라니. 그 경영 철학을 공개한 최초의 책. 무인양품MUJI를 아끼는 사람들이라면 그만의 철학이 궁금하지 않을까. :D

 

진짜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좋게 갖추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된 기획이라는데 이렇게 무인양품이 단단해지는데는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 책 속으로

심플함은 목적이나 스타일이 아니라 풍부한 범용성을 지닌 제품의 궁극이다. (p.55)

 

 

여유롭다고 하면 정신적인 것보다 물질적인 것에 무게가 실리는 것 같고, 좋다는 말 또한 여전히 물질적이어서 편리하거나 쾌적하다는 것을 중심에 두는 듯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목표로 하는 생활을, '기분이 좋은 생활'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p.63)

 

무인양품은 브랜드가 아닙니다. 무인양품은 개성이나 유행을 상품으로 만들지 않으며, 상표의 인기를 가격에 반영하지 않습니다. 무인양품은 지구 규모로 이루어지는 소비의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상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것이 좋다' , '이것이어야만 해'라는 강력한 기호를 추구하는 상품 제작이 아닙니다. 무인양품이 목표로 하는 것은 '이것이 좋다'가 아니라 '이것으로 충분하다'라는 이상적인 만족감을 고객에게 주는 데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가 아니라 '로'인 것입니다.  (p.88)

 

 

어차피 시간을 써야 한다면 도움이 되는 일을 즐겁게 하자. (p.219)

 

 

세계인을 사로잡은 '심플함' . 이것에 사람들은 편안해하고 즐겨찾게 되는 게 아닐까. 기분 좋은 생활을 추구하며 소비자와 자연을 위해 두 번 생각하고 세 번 생각하는 배려깊은 무인양품의 성공 비결을 듣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

 

 

 

#무인양품의생각과말 #양품계획 #웅진지식하우스 #마케팅 #브랜드 #경제경영 #성공한기업 #글로벌기업 #성공기업 #MUJI #브랜드 #철학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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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만지다 - 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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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 『우주를 만지다』

 

물리학과 시와 에세이의 조합이라니.. 어쩐지 어렵고 무겁게만 느껴지는 물리학인데.. 책의 제목이 참 예쁜.. :D  물리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과학 에세이 『우주를 만지다』

 

1장 … 별 하나 나 하나

2장 … 원자들의 춤

3장 … 신의 주사위 놀이

4장 … 시간여행

 

 

각 장마다 한번 쯤은 들어봤을 과학의 용어들이 등장한다. 익숙하지만 낯선 물리학의 이야기들을 재치있게 유연하게 풀어낸 것 같아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이 든다. :) 그 이야기의 곁에는 '시'도 담겨있는데 이렇게 또 감성적일 수가 없다.

 

우주뿐만 아니라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의 세상을 설명하기도 하는데.. 감정적인 것들 보다는 시간, 경계, 사물, 미래 등을 이야기하는 일상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설명하는 이론들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름과 마찬가지로 경계도 자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것이다. 경계는 실체가 아니라 관념이다.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붙여진 관념이다. 모든 갈등은 이 경계를 사이에 두고 일어난다. 너와 나의 갈등, 나라와 나라의 갈등, 진보와 보수의 갈등, 모두 경계에서 일어난다. 이 허구인 경계를 없애면 갈등도 없어지지 않을까? (p.47)

 

 

굉장히 멀게, 어렵게 느껴지는 우주 과학. 물리학의 경계를 조금 더 유연하게 마주할 수 있었던 『우주를 만지다』

 

 

■ 책 속으로

하지만 미래는 만들어지지도 않았고, 현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 남는 것은 과거뿐이다. 과거는 돌아가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 현재는 사라지지만 과거는 저 밤하늘의 별처럼 영원히 남는다. (p.29)_ 과거를 보다

 

 

 

인간의 믿음은 참 묘한 것이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지 못하는가 하면, 보이지 않는 것을 믿기도 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런 인간이기에 지구가 둥글다는 수많은 증거가 있음에도 그것을 믿는 것이 어려웠던 게 아닐까? 로마의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그 옛날에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만 본다"라고. 그러니 보이지 않는 땅덩어리가 아무리 둥글다고 해도 보고 시픈 대로만 보고 보이는 것만 믿는 인간이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p.60)_ 둥근 땅 

 

 

나이가 들어가면 시간이 빨리 간다. 30세에는 시속 30킬로미터, 60세에는 60킬로미터, 90세에는 90킬로미터로 달린다고 한다. 시간은 멈출 수 없고 그래서 모든 존재는 사라진다. 로마 시대 개선 행진에서 개선장군을 따라가며 외치게 했다는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우리는 모두 죽을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시간 앞에서 모든 존재는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다. (p.237) _ 메멘토 모리

 

 

시간을 이길 자,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시간은 흘러가기 마련이고, 흘러간 시간은 없어지고, 오지 않은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없어진 과거, 생겨나지도 않은 미래를 우리가 어떻게 할 수는 없다. 시간은 흘러가고 흘러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시간은 멈출 수도 되돌릴 수도 없다. 어떤 폭탄도, 어떤 폭군도 시간을 이길 수는 없다. 시간은 모든 것의 종결자다. (p.260) _ 시간여행

 

 

앞서 '시간'이 들어간 페이지의 문장을 pick 했는데... 요즘 좀 많이 시간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어서 그른가...... 최근에 시간여행을 소재로 방영중인 드라마를 보고 있어서 그른가.. 유독 '시간'이 들어간 문장에 시선이 더 가긴 했지만... 재밌는 이야기가 많다.. :D

 

과학이라는 물리학이라는 지나칠 수 있는 분야이긴 하지만.. 에세이와 시를 통해 지식의 습득보다는 우주의 감동과 재미로 이어졌던 것 같다. 과학을 잘 몰라도 재미있게 감성적으로 읽을 수 있는 『우주를 만지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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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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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월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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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유력 후보' , '중국에서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

옌롄커가 직접 고른 중단편 모음집

 

 

오랫동안 노벨문학상 후보에 거론되었다는 옌롄커 작가. 기대감으로 펼쳐본 『연월일』

 

 

'연월일', '골수', '천궁도',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

4편의 중단편 소설집 옌롄커의 <연월일> .. 간략한 줄거리를 정리해보자면..

 

<연월일> _ 가뭄으로 인해 마을을 떠난 사람들. 모두가 떠난 마을에 남은 장님개와 셴할아버지. 그들이 옥수수를 지키고 살기 위한 고군분투. 숨막히게 긴장되는 상황도 오지만. 결국은 서로를 지켜내지 못 했지만. 유일한 친구이자 동반자이기도 했던 장님개와 셴할아버지의 의리와 믿음이 뭉클했던 '연월일'.

 

<골수> _ 딸 셋과 아들 하나. 요우쓰댁의 자녀들은 발작증상을 가지고 있는데. 남편은 가족을 버리고 스스로 세상을 등진다. 네 명의 자식을 혼자서 키워내야했던 요우쓰댁. 그녀의 희생이 읽는 내내 아팠던 '골수'. 어휴... ㅠ

 

<천궁도> _ 다리 장애가 있는 루류밍. 가족을 위해 돈이 필요한 루류밍은 다른 사람의 죄를 가지고 감옥살이를 하고, 아내가 다른 남자와(돈많은 촌장) 잠자리 계약을 볼 수 밖에 없는 세상 답답하고 끔찍한 삶을 이어간다. 돈을 벌어야하고 돈을 벌어다줘야 하기 때문이라는 강박에 끊임없이 일하는 루류밍의 삶이 안쓰러웠던 '천궁도'. 하아-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 _ 자신이 원했던 남자를 잊지 못하는 할머니의 사랑.. 그런 할머니를 묵묵히 사랑했던 할아버지의 사랑 이야기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

 

 

가독성이 좋았지만 어쩐지 어딘가 참 불편하기도 하고. 딱하기도 하고. 그런 힘들고 아픈 상황속에서도 이겨내려는 몸부림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현실이 참. 인생이 참. 인간이 참... ㅠㅠ

상처들의 상상이 글자들 사이로 둥둥 뜨고있는 것만 같았다... 흐엉-

 

 

■ 책 속으로

 

 

내 나이 일흔둘이라 사흘쯤 걷다가 지쳐서 죽을 거요. 어차피 죽을 거라면 내 마을에서 죽고 싶소. (p.19) _ 연월일

 

 

한 순간에 세상에 아무런 소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또다시 하루 가운데 죽음에 가장 가까운 적막과 어둠의 순간이 다가왔다. 예전 같으면 바로 이 순간에 움막 안에서 닭이 울고 새들이 집을 찾아 날아갔을 것이다. 세상의 온갖 소리들이 비처럼 쏟아져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가축도 없고 참새도 없다. 까마귀들마저 한재를 피해 날아가버렸다. 죽음같은 정적만 남았다. (p.66) _ 연월일

 

 

남편이 죽었다. 앞으로의 세월에 놀라서 죽어버린 것이다. 남편이 죽자 일상 속의 빛이 휙 하고 어둠으로 바뀌었다. (p.166)

 

 

"운다고 무슨 소용이 있나!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모든 일은 내가 다 해야 하잖아."  (p.241) _ 골수

 

 

마침내 그는 이 세상에서의 인생살이가 끝없는 노동과 쓸데없고 자질구레한 소모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세월은 기름등처럼 꺼졌다가 다시 타고 탔다가 다시 꺼지다가 탈 기름이 없어지면 또 다른 전경前景이 나타났다. (p.311) _ 천궁도

 

 

 

옌롄커의 작품은 처음 접했는데. SNS에서 평이 참 좋아서 궁금했던 책이었는데. 기대이상으로 좋았던 『연월일』 가난과 굶주림 등 삶에서 허덕이는 어딘가의 사람들에게 닥친 특정 상황에서의 휴머니즘. 어딘가 뭉클하기도 하고 잔인하기도 했지만.. 가독성 좋았던 책.

옌롄커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졌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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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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