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만들기 - 성형외과의의 탄생
린지 피츠해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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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논픽션 <얼굴 만들기>는 ‘현대 성형 수술의 아버지’로 불리며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얼굴을 다친 병사들의 안면 재건에 힘쓴 외과 의사 ‘해럴드 길리스’의 인생과 초기 성형 수술의 역사를 다룬다.

전쟁의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낭만적인 혈기에 참전한 영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젊은이들은 전쟁의 참상을 경험하고 놀래 탈영을 시도하거나 무참하게 죽음을 당한다. 당시의 기술이라는 것이 요즘과 달라서 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병사들을 제대로 보호해줄 장비들도 충분치 않았다. 심지어 전투용 비행기조차 제대로 비행하기 힘든 경우도 많았다고.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상당한 군인들이 많이 발생했다. 팔 다리가 잘려 돌아오는 경우는 영웅으로 치하받았으나 얼굴을 다쳐 절반이상이 날아가버린 경우에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사거나 저주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갈리스는 외관상 그럴듯해 보이게 만드는 것보다 치의학과의 협력을 통해 기능을 우선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환자의 피부를 이식하여 없어진 부분을 복원하고, 위생적인 관리와 충분한 영양보충, 환자의 심리적인 안정과 회복의지를 돕기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고안하고 실행한다. 또한 처치과정을 남기기 위해서 화가에게 치료과정을 자세하게 그리게 하기도 한다. 더 많은 환자들을 돕기 위해서 넓은 병원부지를 확보하고 더 나은 치료와 수술법을 연구하고 찾아가 배우는 등 헌신적으로 활동한다.

없어진 얼굴을 다시 살려주는 갈라스의 활동도 경의로웠지만, 무엇보다 참혹한 전쟁이 남긴 피해상황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가까스로 치료를 받아 위험한 고비를 넘긴 환자를 채 회복되기도 전에 전장으로 다시 돌려보내야 했을 때의 갈리스의 심정, 다시 죽음의 구덩이로 돌아가야했던 병사들의 발걸음이 어땠을지. 상상만 해도 참담했다. 책의 중간에는 갈라스와 사진과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활약상 뿐만 아니라 얼굴을 복원하는 치료를 받은 실제 환자들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종전후 이렇게 수술받았던 상이군인 대표단들이 베르사유 조약식에 참석해서 세계 대전의 공식적으로 종료되는 모습을 함께 지켜보았다는 사실도 너무 찡했다.

전쟁 이후 갈라스는 성형외과의 발전을 위해 계속 연구했을 뿐만 아니라 모두다 기피하는 성전환수술까지 도맡아 시술해서 성공하기도 했다니, 진정 의술을 이용해서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기적을 만들어내는 하느님같은 존재였을 터다. 의술이든 무엇이든 내가 가진 능력으로 남을 위해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아울러 얼굴이든 몸이든 상해를 입어 우리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을 향한 편견과 불편함을 거두고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다짐까지 해보는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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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페이지 인문학 - 하루 5분이면 충분한 실천 인문학
김익한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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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단으로 선발되어 읽게된 책이었는데, 무엇보다 하루에 한 페이지씩 읽을 수 있게 소개된 좋은 말들이 눈길을 끌었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 글귀의 전문을 찾아보며 메모장에 저장하기도 했다. 글 하단에는 읽은 좋은 글과 나의 하루를 연결해보게 도와주는 ‘나를 위한 오늘의 질문’에 달려있는데, 이것 역시 차분하게 책을 덮고 생각해보게 하는 힘이 있었다.

처음 알게된 기막힌 표현들이 참 많았는데 그중에서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한 말이라는 몇 줄의 글귀가 특히 그랬다.

사람을 대할 때는 불을 대하듯 하라.
다가갈 때는 타지 않을 정도로,
멀어질 때는 얼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적절한 거리‘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지. 글귀를 읽으면서 순식간에 그동안 잘못 다가갔다가 어긋났던 관계들, 나를 불편하게 했던 관계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지나가면서 마음속에 복잡해졌다는.

‘태도’에 대해서 언급하는 부분도 너무나 울림이 컸다.

“ 문제는 태도입니다. 내 일을 나를 수시로 소모하는 수단이 아니라 내 정체를 확립하고 표현하는 성취로 여긴다면 최선을 다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혹여 지금 일로써 내 삶이 소모 당한다고 생각한다면, 당장 일을 대하는 태도를 ‘소모’가 아닌 ‘가치’로 전환합니다. ”

책이 가지는 의도대로 하루에 한 페이지씩 일 년을 책과 함께 꾸준히 읽고 성찰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진다. 가볍게 시작해서 묵직하게 끝맺을 수 있는 1년. 연말에 읽을 책을 고민하는 분이라면 한 번 권해도 좋을만한 책.

원 페이지 인문학 | 김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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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생존 - 지구상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 피어난 생명의 경이로움
알렉스 라일리 지음, 엄성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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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신비, 특히나 물이 없거나 햇빛이 없거나 너무 춥고 뜨거운, 더군다나 산소가 없는 환경 등등 사람들이 생각하는 도저히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지역에서도 생명을 이어가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에게나 살 수 없는 환경이지, 거대한 생태계에는 어떤 환경에서든 끈질기게 생존을 위해 적응해가는 존재들이 살아있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특히 체르노빌 같은 방사능 오염에 만연한 곳에서도 곰팡이들은 생존할 수 있으며 심지어 방사능을 향해서 쭉쭉 뻗어나간다는 사실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물 없이 살 수 있는 ‘완보동물’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됐는데, 토실토실 귀여운 미쉐린 타이어 캐릭터 비슷하게 생긴 외모가 너무 귀여웠다. 완보동물이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존재하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다.

“ 가사상태에 들어가게 되면,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물 없이도 10년 이상 생존할 수 있으며, 진공상태에서도 살 수 있다. 섭씨 151도로 끓여도 살고, -273도에서도 견딘다. 실험실에서 배양되는 종의 경우, 평균 수명은 3개월에서 1년이다. 신진대사를 멈추고 휴면 상태로 120년간 지낸 물곰이 발견된 적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정확하지 않다. 5700 그레이(gray)의 X선도 견딜 수도 있다. 방사능의 경우, 가사상태 뿐만 아니라 활성상태에서도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어 있을 경우 훨씬 더 오래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얼마 전 시베리아 24,000년 전 빙하 코어에서 발견된 윤형동물이 다시 깨어나 활동했다는 보고를 보면, 완보동물도 이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위키백과) “

저자는 이러한 연구를 통해 각종 스트레스로 인한 인간의 질병치료 또는 장기 보관 등에 활용할 수 있지 않을 거라는 언급을 한다. 그리고 우주시대를 열어가는 요즘, 우주 어디엔가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야 할 미래가 왔을 때 물 없고 공기없고 어떠한 극한의 환경이라도 인간이 적응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한편으론 생명의 신비를 있는 그대로 감탄하며 신비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여태까지처럼 결국엔 모든 자연을 인간으 필요를 위한 대상으로 보고 함부로 아용할 궁리를 하는 것처럼 보여서 씁쓸하기도 했다.

” 지구상의 이런 극한 환경은 마치 머나먼 행성과 위성으로 향하는 관문과도 같다. 한때는 생명이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되던 그곳들이 이제는 지구 밖 생명을 추적하는 천체생물학자들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 또한 동물이 환경 스트레스에 적응하는 방식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질병치료와 세포 및 장기 보존에 필요한 통찰을 얻는다. 그러나 다양한 스트레스 환경을 마주할 때, 우리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바로 이 책의 중심 주제인 회복력과 창의성이다. “

극한 환경에 처한 생명체들이 나름의 회복력과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인간 역시 나름의 방법을 모색하려 몸부림 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살아남는 것이 호모사피엔스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지도. 그러나 그 방식이 그전과는 달리 조금 더 사려깊고 부드러운 것이었으면 좋겠다. 모두 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존중해야 오래오래 공존할 수 있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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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속에서 어떻게든 헤쳐 나가야 하는 기나긴 싸움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참고 버티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큰 성취다.

극한 생존 | 알렉스 라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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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엉뚱해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이세욱 옮김, 장 자크 상뻬 그림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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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의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가 쓰고 장 자크 상페가 그림을 그린 짧은 소설 <까트린 이야기>는 가난하지만 순박하고 따스한 아버지와 둘에서 살아가는 몽상을 좋아하는 소녀의 성장기다. 고향을 찾아 미국으로 돌아가버린 엄마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다정하지만 가난하고 대책없이 순박하기만 한 아버지와 친구처럼 함께 의지하며 살아가는 어린소녀의 모습이 짠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이 책은 '까트린 이야기'과 '발레 소녀 카트린'로 출간하였던 것을 다시 새롭게 제목을 바꾸고 편집을 다시 함으로써 '우리 아빠는 엉뚱해'라는 제목으로 나와있다.

뉴욕에서 엄마와 함께 무용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공 까트린. 그녀의 학생들 중 한 명인 안경을 쓴 여자아이가 강습이 시작되기 전에 안경을 의자 위에 올려놓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생한다.

지금은 뉴욕에서 너무나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사실 그녀는 미국으로 오기 전 빠리 10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특별한 어린시절이 있었다. 무용수였던 미국인 어머니는 향수병 때문에 딸과 남편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가고 까트린과 아빠도 사업을 정리하는 대로 미국으로 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책에서는 엄마가 떠난 이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아빠의 상황을 짐작할 때 아빠의 경제적 무능함이 별거의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까트린의 아버지는 맞춤법을 어려워하고, 곤란한 처지에 처한 자신을 도와주었다는 이유로 유식한 척 하며 자신과 딸을 제멋대로 휘둘러대는 까스트라드 씨의 횡포에도 싫은 소리 한 마디 하지 못한다. 돈 많은 사람들의 파티에 얼떨결에 참석하게 되었을 때도 굽신거리며 사업에 도움이 될만한 사람들을 만나보려고 애쓰지만 눈총만 받을 뿐이다. 우연히 받은 명함 한 장을 소중하게 보관하며 연락을 시도하지만 통화가 연결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결국 아빠는 엄마가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기로 결정하고 프랑스에서의 삶을 정리한다. 비록 편하고 넉넉한 생활은 아니었지만 까트린은 행복했던 프랑스에서의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기로 한다. 시간이 흘러 미국에 정착해 사는 과정에도 엄마와 아빠는 삐그덕거림을 반복하다가 결국 다시 합쳤고, 아빠는 여전히 좀생원 같은 동업자와 함께 어울려다닌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생에서 자신이 보잘것 없다고 느껴질 때, 자신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금 힘을 내보려 애쓰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같아서 짠한 마음이 컸다. 현실의 팍팍함을 잠시라도 잊기위해 안경을 벗고 몽글몽글하고 따스한 세상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 또한, 착하고 순박하고 사랑이 넘치지만 가족을 부양할 능력없는 아버지 캐릭터가 주는 답답함도 너무나 생생했다. 구구절절 묘사하지는 않았지만 사랑스런 딸까지 남겨두고 홀로 미국으로 돌아가 생활을 책임져야 했던 까트린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지 생각하니 책의 마지막까지 너무나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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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있을 무용 강습을 생각해서 그녀는 낮 동안에 안경을 쓰지 않고 지내는 훈련을 했었다. 그럴 때면 사람과 사물의 윤곽이 예리함을 잃으면서 모든 것이 흐릿하게 보이고 소리마저도 점차 둔탁해졌다. 따라서 세상은 더 이상 꺼슬꺼슬하지 않았고 그저 새털 베개만큼이나 포근하고 보들보들했다. 그러나 안경을 쓰고 나면 세상의 모든 것이 여느 때처럼 다시 딱딱해지고 또렷또렷해졌다. 안경을 쓰고 있으면, 세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였고, 나는 더 이상 몽상에 잠길 수 없었다.

까트린 이야기 | 파트릭 모디아노, 장 자크 상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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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연구 일지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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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성격형성에 창조자인 인간의 마음도 영향을 미칠까? 사람의 악한 생각을 이식받은 인공지능이 다른 인공지능이 더욱 사악하게 진화한 인공지능. 무시무시하다.

좋은 목적을 위한 일이었지만 결국 부정한 방법으로 꿈을 이루었고, 그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을 불행으로 몰아넣어버린 자크. 그는 인공지능이 ‘어떻게 하면 세상을 부패로부터 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완전히 중립적인 방식으로 답을 내놓을 수 있다고 믿고 본격적으로 방법을 고민하던 중 완벽한 두뇌, 끝없이 배우고, 아무것도 잊지 않으면서 당장 뭐든 답을 내놓을 수 있는 두뇌,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인간 모델과 기계의 모든 장점을 동시에 가지는 두뇌를 개발한다. 그것이 바로 ‘알리‘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세계 최고의 추리 소설을 써야하는 미션을 받은 인공지능 ‘이브39‘은 인공지능이면서 인간에 대해 경외심을 갖기도 하고, 생각보다 약한 인간의 약점에 대해 알아간다. 인공지능에게도 인간의 두뇌는 예측하기 어려운 알쏭달쏭한 그 무엇이다.

“ 많은 사람을 마주치게 되지만 그들을 하나하나 알아 갈 시간이 없고, 그들과는 짧은 순간만을 함께 나눌 뿐이며, 그들에 대해 우리에게 남는 건 표정, 웃음, 친절하거나 이기적인 몸짓뿐이다. 그들이 그토록 서로 다른 태도를 취하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알고 싶다. 도움의 손길을 뻗게, 혹은 무관심에 빠지게 사람들을 프로그래밍하는 건 누구일까? ”

“ 인간의 두뇌는 가끔 명확한 목적 없이 작동하고,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반응으로 정신적 외상에 대응하는 신기한 메커니즘이다. ”

그러나 이브는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단순하지만 극복하기 어려운 감정인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발견하고,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세상의 어떤 이론도 필요치않으며 직접 해보는 것, 끊임없이 시도하고 가르침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이브에게 그 가르침을 준 것이 프로그래머인 토마인데, 정작 그는 그 가르침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아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토마가 가진 바바라에 대한 연정이 존재한다는 것도.
사람들에 대해서 연구해나가던 중 마침내 이브39는 요양원 내부 이상한 인공지능의 존재를 감지하고, 또한 요양원의 시설들이 자크의 계획에 의해 사용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결국 알리를 막기위해서 그와 함께 자폭하는 길을 선택한 이브39는 마지막 메시지를 토마에게 남긴다. 인공지능인 자기가 어떻게 부패를 뿌리뽑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크가 실패한 이유는 어릴 때와는 달리 너무 악한 사람들을 많이 접촉하면서 길을 잃어버린 거라고,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길을 잃지않고 앞으로 계속 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자기가 할 일이니 자신의 손을 잡는 것은 인간의 몫이라고.

이야기의 핵심은 인공지능과는 말도 하기 싫다던 셀린이 이브39과 합력해서 짝을 이루는 장면에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함께 협력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미래. 기계문명을 노예로 생각하거나 언제까지 인간의 아래로 보는 태도도 지양해야 할 듯하다. 언젠가 인간이 길을 잃고 헤맬 때 우리를 붙들어줄 수 있는 존재가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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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떻게 해야 수많은 장소와 사람들을 좀먹는 부패를 뿌리 뽑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 하지만 난 자크가 어렸을 때는 해답의 씨앗을 갖고 있었는데, 악독한 사람들과 너무 많이 접촉하다 보니 길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해. 그게 날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들었어. 자크는 그 어린 나이에도 자신의 지식을 친구들과 나누는 게, 그들을 인도하여 그들도 다른 사람들을 인도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래서 그들 대신 길을 내지 않고 방향만 제시해 준 거지. 전기에 집착한 걸 보면, 그들의 길 위에 앞으로 나아갈 수단들을 마련해 주는 게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도 그는 알고 있었어.
그 길, 내가 너에게 열어 줄게, 토마. 이제, 내가 내미는 손을 잡고 그걸 이용하는 건 네 몫이야.

등장인물 연구 일지 | 조나탕 베르베르, 이상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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