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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엉뚱해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이세욱 옮김, 장 자크 상뻬 그림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의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가 쓰고 장 자크 상페가 그림을 그린 짧은 소설 <까트린 이야기>는 가난하지만 순박하고 따스한 아버지와 둘에서 살아가는 몽상을 좋아하는 소녀의 성장기다. 고향을 찾아 미국으로 돌아가버린 엄마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다정하지만 가난하고 대책없이 순박하기만 한 아버지와 친구처럼 함께 의지하며 살아가는 어린소녀의 모습이 짠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이 책은 '까트린 이야기'과 '발레 소녀 카트린'로 출간하였던 것을 다시 새롭게 제목을 바꾸고 편집을 다시 함으로써 '우리 아빠는 엉뚱해'라는 제목으로 나와있다.
뉴욕에서 엄마와 함께 무용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공 까트린. 그녀의 학생들 중 한 명인 안경을 쓴 여자아이가 강습이 시작되기 전에 안경을 의자 위에 올려놓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생한다.
지금은 뉴욕에서 너무나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사실 그녀는 미국으로 오기 전 빠리 10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특별한 어린시절이 있었다. 무용수였던 미국인 어머니는 향수병 때문에 딸과 남편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가고 까트린과 아빠도 사업을 정리하는 대로 미국으로 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책에서는 엄마가 떠난 이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아빠의 상황을 짐작할 때 아빠의 경제적 무능함이 별거의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까트린의 아버지는 맞춤법을 어려워하고, 곤란한 처지에 처한 자신을 도와주었다는 이유로 유식한 척 하며 자신과 딸을 제멋대로 휘둘러대는 까스트라드 씨의 횡포에도 싫은 소리 한 마디 하지 못한다. 돈 많은 사람들의 파티에 얼떨결에 참석하게 되었을 때도 굽신거리며 사업에 도움이 될만한 사람들을 만나보려고 애쓰지만 눈총만 받을 뿐이다. 우연히 받은 명함 한 장을 소중하게 보관하며 연락을 시도하지만 통화가 연결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결국 아빠는 엄마가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기로 결정하고 프랑스에서의 삶을 정리한다. 비록 편하고 넉넉한 생활은 아니었지만 까트린은 행복했던 프랑스에서의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기로 한다. 시간이 흘러 미국에 정착해 사는 과정에도 엄마와 아빠는 삐그덕거림을 반복하다가 결국 다시 합쳤고, 아빠는 여전히 좀생원 같은 동업자와 함께 어울려다닌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생에서 자신이 보잘것 없다고 느껴질 때, 자신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금 힘을 내보려 애쓰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같아서 짠한 마음이 컸다. 현실의 팍팍함을 잠시라도 잊기위해 안경을 벗고 몽글몽글하고 따스한 세상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 또한, 착하고 순박하고 사랑이 넘치지만 가족을 부양할 능력없는 아버지 캐릭터가 주는 답답함도 너무나 생생했다. 구구절절 묘사하지는 않았지만 사랑스런 딸까지 남겨두고 홀로 미국으로 돌아가 생활을 책임져야 했던 까트린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지 생각하니 책의 마지막까지 너무나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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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있을 무용 강습을 생각해서 그녀는 낮 동안에 안경을 쓰지 않고 지내는 훈련을 했었다. 그럴 때면 사람과 사물의 윤곽이 예리함을 잃으면서 모든 것이 흐릿하게 보이고 소리마저도 점차 둔탁해졌다. 따라서 세상은 더 이상 꺼슬꺼슬하지 않았고 그저 새털 베개만큼이나 포근하고 보들보들했다. 그러나 안경을 쓰고 나면 세상의 모든 것이 여느 때처럼 다시 딱딱해지고 또렷또렷해졌다. 안경을 쓰고 있으면, 세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였고, 나는 더 이상 몽상에 잠길 수 없었다.
까트린 이야기 | 파트릭 모디아노, 장 자크 상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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