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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오브 조로 SE - [할인행사]
마틴 켐벨 감독, 안토니오 반데라스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마스크 오브 조로>(The Mask of Zorro, 1998, Martin Campbell) 중 파티 댄스 장면.
스무차례 이상 영화화됐던 <쾌걸조로>가 어떤 감독의 옷으로 갈아 입는다 해도 더 이상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전달할 수 없을 뿐더러, 또한 극 중에 종종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의 댄스타임은 이미 식상한 이벤트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영화에서 명장면을 뽑아내는 이유는 긴장의 연장선을 만들어 내는 춤과 음악의 장치적 기능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플라멩고 기타, 캐스터네츠 등 맥시코 전통음악의 특징을 느낄 수 있는 라틴 음악 풍의 곡조에 극중 조로의 후계자, 알렉산드로 뮤리에타 역을 맡았던 안토니오 반데라스(Antonio Vanderas)와 엘리나 몬테로 역의 캐서린 제타 존스(Catherine Zeta-Jones)가 춤을 추고 있다.
카메라는 돈 디에고(Anthony Hopkins), 악당 라파엘 몬테로(Stewart Wilson), 그리고 제3의 눈, 관객의 시선으로 위장해 남녀의 열정적인 모습을 포착한다. 선악의 팽팽한 대립은 관객의 긴장 수치를 고조에 이르게 하고, 여기에 펼쳐진 춤과 음악은 긴장감을 더욱 배가시키고 있다.
제임스 호너(James Horner)가 이 영화의 음악을 맡는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비밤밥에 고추장이 아닌 케첩을 뿌려 먹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내 고막에 각인되어 있는 호너의 음악은 라틴적인 음색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우려는 감독이나 제작자가 변수로 남겨놓는 노파심에 불과했다.
내 개인적인 취향에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장면의 옥의 티라면 반데라스에게 촌스러운 파란색 연미복과 얌체수염이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캐서린 존스의 빨간색 드레스와 매치시키기 위해서, 또는 장면 성격 상 케릭터를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든지, 시대적 고증을 고려했다든지...내가 알수 없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리 '옷이 날개'라 하지만 내면의 미는 감출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가. 파란색 의상으로 날라리가 된 반데라스. 하인으로 위장했지만 기품이 느껴지는 안소니 홉킨스. 두 사람의 분위기는 확연히 대비된다.)
패션전문가는 아니지만 <데스페라토>에서 보여주었던 그 특유의 섹시한 이미지를 충분히 표출시킬수도 있었는데 왜 하필이면 시골뜨기같은 의상컨셉으로 분위기를 망쳐 놓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심지어 의상담당의 자질까지 의심해봤다.
물론 캐서린 제타 존슨의 미모는 이 영화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케서린 존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 중 이 영화와 <엔트랩먼트(Entrapment, 1999, Jon Amiel)>가 그녀의 매력을 살리는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출신이 영국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이 영화를 통해서 그녀의 피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