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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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멀쩡히 살아 계신데도 엄마라는 말만 나와도

눈물부터 글썽인다.

제목과는 별 상관없는 이 책의 표지를 보며 읽어봐? 말아?를 잠시 고민했고

그래도 자꾸 끌리는 마음...

 

내 아이들과 함께 서점에 나갔다가 할인도 안 되는 대형서점에서

원래 맘먹고 나갔던 것처럼 이 책을 집어 왔다.

 

주말 저녁 아이들과 즐겨보던 오락프로그램을 등지고

남편 밥을 앉히고 찌개를 끓이며 그렇게 짬짬히 그래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읽어 내렸다.

 

그렇게 끊어서 봤기 때문에 그나마 눈물을 덜 훌쩍였는지 모른다.

 

참...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다 게워낼 수 없는 멍하고 아득한 내 마음

 

언젠가 엄마 엄마.. 서로 목청 높여 엄마를 불러대는 7살, 4살 난 내 아이들에게

"엄마한테도 엄마가 있어" 라고 말했다. 그 때 내 아이들은 개구진 웃음을 지으며

"엄마한테도 엄마가 있대.. 웃겨" 라고 말하더라.

 

어느 새 내가 엄마가 되버렸다.

부르기만 해도 가슴 짠해지는 엄마...

 

얼마 전 바로 그 내 엄마는 당신의 귀엽고 사랑스럽던 딸이

제 새끼를 낳아 알뜰히 살뜰히 얼마 쯤은 당신을 닮은 모습으로

어느 구석은 당신보다 더 세련되게 아이들 치닥거리를 하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라.

"너희 키울 땐 그런 게 없었어. 사진찍어주고 컴퓨터에 올리고.. 그렇게 애들 커가는 거 기록하는

널 보면 부럽기도 하더라."

 

아쉬운 마음이셨을까?

 

나는 하루 종일 엄마 엄마를 달고 사는 내 새끼들이 어쩔 땐 귀찮기도 하고

어서 이 녀석들 떼내고 내 시간을 가져야지...  싶은데.

 

언젠가 내가 사춘기 시절

유난히 계절타던 내가 가을엔 기분이 이상해져... 라고 했더니

엄마가 "엄만 논에 물들고 은행잎 노래지면 그 색이 너무 고와 마음이 짠해지더라" 하셨다.

그 뒤로 20년쯤 지난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한 걸 보면 나름 참 충격적인 말이었나보다.

그 날 밤 내 일기장엔 "엄마도 여자인가보다" 라는 문장을 적어 놓았다.

 

올 여름 엄마랑 나란히 앉아 "엄마 나는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괜히 눈물이 난다" 했더니

엄마가 그러셨다. "육십 넘은 나도 엄마라는 말 들으면 목이 멘다."

요즘은 부쩍 엄마 자란 그 시골 집, 장독대, 그리고 공부 많이 안 시켜줘 원망스럽던 외할머리가 자꾸 생각나신단다.

아이가 늦게 들어선 엄마 때문에 내내 마음 고생하시고

나 처음 낳아 내려갔을 때 나를 등에 업고 우리 딸이 낳은 딸이라며

동네방네 자랑하셨다던 외할머니... 내 기억에 없는 그 외할머니는

엄마가 서울로 올라 올 때면 순천 장에서 들통 하나로 단감을 사서 쟁여 주셨단다.

 

난 모르는 엄마의 기억들...

내 아이들이 자라 모를 내 기억들...

 

늘 같이 하고 늘 옆에 있을 것 같아 특별한 기억도 특별한 사건도 없는 우리 엄마가

어느 날 사라지신다면...

지금 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지만 언젠가 그런 날이 올거고

난 그러면 또 내 딸을 데리고 너희 외할머니는.... 하고 읊조리는 날이 오겠지.

 

내리사랑... 이라는 말로

다독이기엔 내가... 내 남동생이 엄마에게 준 셀 수 없는 무관심과 상처가 너무 크다.

엄마 목소리가 듣고 싶지만

전화할 수 없다. 눈물이 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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