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이 오셨다.

그냥 다니러 오신 게 아니고 우리 집 근처에 집을 보러 오셨다.

결혼해서 큰 아이 낳고 작은 아이 낳고 그 뒤 본격적으로 시작된 "너네 집 근처에서 살아야겠다. 가까이 살아야된다" 하시던 우리가 이사할 때마다 행사처럼 되풀이하시던 말씀이 이제 구체적으로 진행되려나 보다.

시어머님이 근처에 와서 사신대.. 라고 하면 대부분의 여자들.. 며느리인 여자들은 다들 말린다.

사이 나빠져.. 힘들어 등등.. 겪어 보지 않고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그.. 어렵고 불편함.

하지만 남편은 아직 실현되지도 않은 일에 스트레스 팍팍 받는 와이프를 이해는 커녕

"우리 엄만 안 그래" 로 끝이다.

친정 근처 가서 살자고 할 때 자기 "싫어" 단 한마디로 상황을 종료해버리더니 이제 그거 애기하면서

왜 난 시댁 근처에 살아야하나 물었더니 그때 자기가 싫다고 하건 처가 동네가 회사 출퇴근 거리가 너무 먼 동네라 그랬단다. 아닌거 뻔히 아는구만. 그럼 신혼 초 자고로 시댁이고 처가고 가까이 사는건 아니다..라고 한 말은 뭐냐 묻는 시점에 둘째 아이가 자기만 뺴놓고 이야기하는 엄마아빠한테 심술을 부려 중도에 그치고 말았다.

태생이 남한테 싫은 소리는 커녕 아쉬운 소리도 못하는 성격이라

나 싫으니 이쪽으로 이사 오시지말라그래! 라고 강짜를 부릴 입장도 못되고

뭐 여기가 다 내 동네도 아니고 내가 오라마라할 입장도 안 된다.

하지만 어머님과 시동생한테 이 동네의 장점을 설명하며 자꾸 부추기는 남편의 모습은

싫다고 말했던 내 감정같은 것은 깡그리 무시하는 처사라 빈정이 상헀다.

게다가 우리집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동네를 알아보는 듯하더니만 오늘은 아에 우리 단지 안에 있는 부동산에 가는 거롭니 그리고 어머님은 무지 신나셨다.

내 의사를 물어볼 것도 아닌 일이려니 하지만 그래도 나만 쏙 빼고 자기들끼리 앞으로 함께 지낼일에 신나하지만 그 피해?는 내가 고스란히 볼텐데....  이 슬픈 마음을. 복잡한 마음을 아는 척이라도 해줬으면

그것도 욕심인지... 남편은 또 "우리 엄마 안 그런 사람이야. 매일 오시지도 않을거야" 한다.

내가 아는 너네 엄마랑.. 니가 아는 니네 엄마랑은 아마도 다른 사람인갑다. ㅠ.ㅠ

겪어보면 아무것도 아닐 일일거야.. 라고 다독이고

내 생활을 넘어서는 것에는 발끈해야지.. 라고 수없이 자기 암시를 해본다. 절대 끙끙 앓고 대충 넘기고

너만 이해하면 돼.. 너만 참으면 돼.. 이런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지.

차라리 소소하게 그때 그때 터뜨려 아이구 저앤 원래 저런 애... 싸가지야.. 이런 소리를 듣고 말아야지하고

자꾸 최면을 걸어본다. 아무 것도 아닌 일이야.

너네 엄만 원래 그렇거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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