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은 늘 긴장 속에 산다. 특히 할머니가 오시는 날은 더 긴장한다. 자기의 비밀이 들통 날까봐 걱정이 많다. 공부도 잘 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아이지만 늘 사고치는 형에 비해 덜 사랑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찬이가 기억하는 '달아'는 늘 새하얀 운동화가 떠오른다. 달아는 금요일마다 운동화를 빨았다. 하얗게 빤 운동화만이 달아의 모든 상황을 가려줄 것 같았다. 감추고 싶은 것이 많은 이 두 아이는 교회에서 만난다. 그리고 서로의 비밀을 공유한다.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 나보다 더 불행한 그 아이를 통해 받는 위로는 불안정하다. 비밀은 가장 믿었던 사람으로 인해 밝혀진다. 달아는 떠났고 찬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달아를 재회한다. 둘은 화해할 수 있을까?- 동질감나 역시 불행한 아이라고 생각했던 찬은, 나보다 불행해 보이는 달아의 불행을 감지한다. 특별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느껴졌다. 달아에게서 풍겨 나오는 불행한 기운을....“그 당돌한 아이의 입가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 애는 긴장하고 있었다. 어쩐지 불안하고 두려워 보였다. 낯가림이 아주 심한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독 자신만만하고 냉담한 태도는 진짜 모습이 아닐지도 몰랐다. 찬은 어쩐지 그 애가 애달파 보였다.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꼈다.“ 37쪽- 안도감나보다 더 불행한 아이를 보며 내 처지에 대해 안도하는 마음을 느낀다. ”교회의 베이비박스 안에 버려져 있던 아이.달아는 아빠의 얼굴만 모르지만, 찬은 부모의 얼굴을 모두 모른다. 달아는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 적어도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억울한 사람은 아니었다. 자신보다 더 불쌍한 아이도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게다가 학교에서 만난 찬은 공부도 잘하고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인정받는 모범생이었다. 또 달아가 불우한 환경에 처해 있는 걸 모르는 것처럼 찬이 버려진 아이라는 것도 아무도 몰랐다. 달아는 찬과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었다.“48쪽동질감과 안도감은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위기에 처하는 순간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마음이 되기도 한다. 달아는 찬이의 불행을 이용해 자신의 위기를 모면한다. 찬이는 이유도 모른 채 따돌림을 당하고 학교 폭력을 당한다. 가장 먼 사이라고 생각한 형을 통해 문제를 직면하고 가족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찬이는 자기와 형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형은 부모님의 친 아들이기에 부모의 사랑이 당연한 것이고 찬이는 입양되 아이이기 때문에 부단히 노력해서 사랑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달아의 배신이 충격이라기 보다는 궁금했다. 왜 그랬는지, 왜 갑자기 떠났는지......달아의 운동화가 더 이상 하얗지 않다는 점을 알아 채고 달아에게 있었던 일이 궁금해진다. 달아 엄마는 자기 연민에 빠져 우울증을 앓느라 달아와 동생 유지를 돌볼 수 없었다. 하지만 엄마는 용기를 냈고 달아는 달라졌다. 처음 만난 친할머니를 통해 달아는 아빠의 이야기를 듣는다. 어설픈 보호자였지만 할머니를 통해 달아는 안정을 찾아 간다. 다시 만난 찬이가 느끼는 불안정에 대해 달아는 촌철살인을 날린다. “너 지금 네가 그렇게 존경하던 부모님을 모욕하고 있는 건 알고 있니?너는 네 부모님이 겨우 그 정도의 인격자들이라고 생각해왔던 거야? 그동안은 네가 필요해서 너를 키웠다고 생각해?” 147쪽다행이다.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을 뻔했던 달아와 찬이의 마음이 다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 말이다. 나보다 더 불행한 아이를 보며 '재보다는 내가 낫네'라는 가벼운 위로이든 '말하지 않아도 알아' 식의 공감이든 두 아이가 세상에 마주할 힘을 주는 친구가 되었다. 찬이와 달아처럼 꺼내 놓기 힘든 불행은 없다하더라도 내가 가장 불행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날, 나란히 앉은 소녀와 소년의 무릎 위로 비치는 무지개 빛을 보며 위로를 받는 작품이다. 누구나 저마다의 불행이 있다. 상처도 있다. 불행과 상처를 극복하는 힘은 자기 스스로 찾아야 하지만 그 주변에는 찬이와 달아처럼 함께 노력해주는 어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