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함으로 무더위 극복

그들은 바다에서 왔다 - 제11회 네오픽션상 우수상 수상작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27
국지호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6월

투명하고 파란 바닷물이 어른거리는 표지를 보며 청량함을 기대했는데 다른 의미로 무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첫 이야기_소운

한 편의 환상동화를 읽은 느낌이다. 일찍 부모를 잃은 소운이는 할머니와 산다. 솜털이 빠져 나와 얇아진 패딩을 입고 학교에 갈 버스를 기다리던 소운이에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은 파란 트럭을 모는 동호 아버지뿐다. 그 잠깐의 호의에 소운이의 외로움은 더 짙어질 뿐이다. 집 비워달라고 찾아 오는 명자 아주머니 말고는 찾는 이도 없다. 한 달에 한 번 먹을거리와 지원금을 주는 사회복지사에게 소운이는 할머니의 병세를 알릴 수 없다.

외로운 소운이의 학교 생활은 뻔하다. 아이들의 따돌림, 선생님의 무관심, 그나마 동호의 구타가 소운이에 대한 관심이었을까? 소운이가 떠나고 난 뒤 동호가 갖고 있던 소운이의 행복한 가족 그림이 아이러니하다.

다음 이야기_진겸과 연호

친하다고 믿었던 친구의 마음이 진실이 아니었을 때, 연호의 변심이라기에는 진겸이는 처음부터 길들여진 놀잇감이었다는 사실에 진겸이는 연호를 만나기 전으로 되돌이는 것 대신 힘이 있는 진겸이가 되기로 결심했다.

마지막 이야기_영의와 천주

사랑했던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는 영의는 방파제가 있는 바닷가에서 지내기로 했다. 현실의 도피인 셈이었다. 그곳에서 영의는 천주를 다시 만난다. 그리고 진짜 천주의 모습을 알게 된다. 끔찍한 진짜 천주와 영의가 원한 바다에서 온 천주 중 영의가 선택하는 것은 무엇일까?

파도가 치는 방파제, 그리고 왜 바다일까

세 편의 이야기는 모두 바닷가 방파제가 등장한다.

지독하게 외로웠던 세 편의 이야기 속 주인공이 서서 바라보던 바닷가 방파제는 수없이 오고 가는 파도가 부서지는 곳이다. 파란 트럭을 몰고 다니는 남자는 세 주인공에게 번번히 경고한다. 위험하다고.

소운이는 바다를 선택했고,

진겸이는 바다에서 새로운 자기를 소환했다.

영의는 천주를 보내고 새로운 천주를 얻는다.

왜 하필 바다일까?

부서지는 파도는 주인공들의 마음 속 일렁이는 마음의 복잡함을 깨고 그 심연에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존재, 위협하는 존재,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호흡이 긴 문장이지만 그림처럼 그려지는 표현이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네오픽션 #협찬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