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주황색 표지 속 아이는 두 눈을 꼭 감고 있다. 눈빛이 보이지 않지만 아주 슬픈 표정이다. 표지 속 아이의 이름은 빅키다. 고기잡이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크고 무거운 그물을 치고 고기 잡는 일을 했었다. 정확히는 바다 속에서 엉킨 그물을 푸는 일을 했다. 수영도 제대로 못하는 동료들은 물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그렇게 스무명으로 시작한 일하는 아이들은 여덟 명밖에 남지 않았다. 하루 열다섯 시간을 일해도 부모가 진 빚을 갚지 못하던 빅키와 티티는 나쁜 사장에게서 도망쳤다. 자이살메르는 외국 관광객이 많이 오는 도시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을 내고 호텔에 묵고 아주 느린 낙타를 타고, 차이 가격을 몇 배씩 부풀려 불러도 척척 지갑을 열어 사마신다. 관광객들의 밝은 표정에 빅키는 궁금해진다. “우리는 같은 사람인데 왜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티티는 일하던 레스토랑 사장의 매질에 떠나겠다고 한다. 의지하던 친구인데… 함께 가자는 티티의 말에 빅키는 답을 할 수가 없다. 외국인 관광객 어린이들처럼 웃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빅키에게는 당장에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 사막 근처에서 일하지만 정작 가보지 못한 사막. 그 곳에서 바라보는 별… 티티가 떠나던 날 빅키는 결심한다. 차이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 세상에서 가장 멋진 구두닦이가 된 티티를 만나겠다고. 그리고 자기처럼 길에서 떠돌며 일하는 어린이들을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겠다고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그동안 다녔던 여행이 떠올랐다. 어설프게 한국어를 배워 “싸다”를 외치며 물건을 내밀고 껌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며 호객 행위를 하던 사람들. 그 중에는 한눈에도 어린이였던 아이도 있었다. 그 아이들의 눈에는 내가 어떻게 보였을까?관광객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니 괜한 연민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어린이 노동은 자라서 어른이 되면 해결된다거나 더 나은 상황이 펼쳐져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더 크고 심각한 문제로 느껴진다.빅키의 꿈이 이루어지고 빅키가 그 빛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