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명, 래빗
김미숙 지음, 이명환 그림 / 현암주니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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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명, 래빗>을 읽기 전에는 전혀 모르던 이야기였어요. 한국전쟁 당시 학도의용군으로 활약했던 소년병의 이야기에 가슴 뭉클한 기억은 있는데 정식 명칭도 없었던 소녀 첩보원이라니, 상상도 못한 이야기에요.

이 책을 쓴 작가님도 21년 여름, 다큐멘터리를 보고 ‘래빗’의 존재를 알았다고 하니 최근에야 알려진 사실인가봐요.

모르고 지났을 이야기를 발굴해 어린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좋은 책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방송과 출판사가 해야할 일들이 바로 이런 일이라고 생각해요.

엄마 차, 아빠 차 타고 다니느라 대중 교통도 자주 이용하지 않는 요즘 어린이 시후는 혼자서 시외버스를 타고 양평 할머니댁에 가는 것만으로도 큰 모험입니다. 사실 시후는 씩씩하고 모험을 즐기는 열 한 살인데 말이지요. 시후는 여름방학동안 외할머니댁에서 지내며 수상하리 만큼 자주 울리는 할머니 전화기에 호기심이 생깁니다. 아무도 모르고 있었던 할머니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그동안 할머니가 청심환을 매일 드신 이유, 제주도 가족여행을 못가신 이유를 알게 되지요.

한국전쟁 당시 정체를 감추고 활동해야 했던 소녀 첩보원은 전쟁 중이라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못한 채 적진에 침투해 주요 시설과 동태를 파악했다고 해요. 당시 첩보원으로 활동했던 분들의 증언에 따르면 ‘발각되면 절대 정체를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해요. 가족들에게 첩보원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데도 제약이 많았다고 합니다. 북한을 다녀왔다는 사실 만으로 적군이라고 의심당하는 시대였기 때문이지요.

나라 사랑하는 마음, 전쟁 중 가족을 잃은 아픔을 치유할 마음으로 활동했던 소녀 첩보원의 공로는 2022년에서야 국가의 인정을 받았다는데요. 군번도 없는 비정규군이라 활동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해요. 돌아가신 분도 많아 늦은 감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늦었지만 그들을 알고 기억할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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