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 특서 어린이 문학 1
이상권 지음, 전명진 그림 / 특서주니어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 하나 들려드릴까요? 


옛날 옛날에 산신령이 살던 그 시절, 산신령을 배출하던 두 가문이 있었대요. 호랑이가문과 검은 늑대 가문…… 연속 세 번이나 호랑이 가문의 백호가 산신령이 되자 위기감을 느낀 검은 늑대 가문에서는 계략을 하나 구상합니다.


​이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정말 끝없이 물고 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어라? 이거 어디선가 본 이야기인데 싶은 이야기들도 있구요. ​


우여곡절 끝에 인간의 손에서 개 누렁이의 젖을 먹고 자란 백호는 ‘허산’이라는 이름도 얻습니다. 이상하게도 허산의 앞에만 가면 자꾸 무엇인가 털어놓게 되는 등장인물들…


허산이 가진 신통한 능력은 다름 아닌 ‘경청’


아무리 궁금해도 상대가 말하는 도중에 묻지 않고 그냥 가만히 듣다 보면 결국은 상대가 자신이 궁금해하는 것 까지 이야기하게 되어 있다네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 주려면 참을성이 있어야 하고, 상대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있어야만 한답니다. 

아!~ 어린이 책에서 얻는 깨달음이란……

너무 쉽게 판단하고 규정짓고 조언하는 인간의 가벼움을 나무라는 것 같습니다. 사실 ‘너를 위한 거야’라는 미명 하에 내가 이렇게 이치에 밝고 아는 것이 많다는 점을 전시하려는 떄가 더 많지요. 빠른 진행을 위해 상대가 하려는 말을 중간에 톡 잘라 먹었던 지난 날이 떠올라 부끄러워지네요.


‘경청’의 힘은 실로 대단합니다. 


귀신까지 허산을 찾아와 걱정을 털어 놓는데요. 털어놓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진답니다. 뭔가 엄청난 위로를 받은 듯한 느낌, 이 세상이 다 내 마음을 알아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니 잠깐 시간과 마음을 내어준 것 뿐인데, 허산은 신통한 호랑이가 되었네요. 


들어주는 것이 생각보다 힘든 일인 것은 사실입니다. 사설이 긴 경우 참아줘야하고, 상대가 잘못 알고 있거나 내가 생각하기에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할 경우 중간에 막 해답을 알려주고 싶고 그렇거든요. 그런 조바심에 대화가 단절되기도 합니다. 


별의 별 일을 다 겪고 곡마단 동물의 이야기까지 다 들어준 백호 허산이 편안하고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봉래산 자락으로 떠난다고 하자 동물들은 이야기합니다. 


꿈과 행복보다 안정을 택한다구요. 그 또한 선택입니다. 백호 허산은 다른 선택을 하지만요. 


​봉래산 가는 길에 허산을 키워 준 인간 부모의 집을 들렀으나 사람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쌍둥이처럼 자란 동생 허강은 과거 급제를 꿈꾸며 세상을 떠돌다 거지가 되고 말았어요.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지으며 살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 대신 헛꿈을 계속 꾸겠다고 합니다.


봉래산에 들어선 허산 앞에 산신령이 나타나 차세대 산신령이 되라고 합니다. 산신령 시험에 통과한 검은 늑대 가문 후보와 인간 후보가 모두 지나친 공부와 경쟁에 희생되어 죽고 말았다구요. 


산신령 고사의 마지막 시험은 행복한 순간을 글로 써보는 거였대요. 논술고사 같네요. 유명 과외 선생님을 붙였으나 글이 가진 속성 상 두 후보에게는 힘든 시험이었다고 묘사된 부분이 재밌네요. 


백호의 운명적 임무와 같은 산신령 자리를 허산은 거절합니다. 낳아준 호랑이 부모님, 젖주고 길러 준 누렁이 어미, 보살펴 준 인간 부모님, 세발 까마귀 이모까지 모두 산신령이 되길 바랐겠으나 


"저는 제 마음속 목소리를 따라가는 것이 가장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만 제가 행복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이라고 자기 원하는 바를 멋지게 이야기하는 백호 ‘허산’ 넘 매력적입니다.  허산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새로운 꿈을 찾아 두려움과 설레임을 함께 느끼며 살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


"살아간다는 것은 늘 새로운 꿈을 찾아 나서는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두렵기도 하지만 설레기도 해……."

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 중 백호 호산의 마지막 대사


​작가 이상권님의 말처럼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것,  진정한 삶의 방향이자 행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소리를 찾는 과정 또한 만만한 일은 아니지만요.


허무맹랑하고 코웃음 나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 속에 묵직한 무엇인가가 중심을 딱 잡고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 한 편이었습니다. 추운 날, 이불. 속에서 군고구마 까먹으며 감상해보길.. 우리 책 친구들에게 추천해야지~


출판사 제공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평을 기록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