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취안은 부상당해 버려져 사망에 이른 병사들 사이를 다니며 아는 얼굴을 찾아 눈 뭉치로 시신의 얼굴을 닦았다. 그리고 다시 참호로 돌아오던 중에 총을 맞는다.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라오취안. 그의 죽음에 깊은 슬픔이 느껴졌다.

"여기가 어디야?"
나와 춘성은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았지. 하지만 우린들 거기가 어딘지 어찌 알겠나? 하는 수 없이 다시 그를 바라보았지. 그가 눈을 한 번 꾹 감았다가 다시 천천히 뜨는데, 글쎄 눈이 점점 커지는 거야. 입은 잔뜩 일그러져 쓴웃음을 짓는 것 같았고 말이야.
잠시 후 우리는 쇳소리 같은 그의 목소리를 들었지.
"이 몸은 어디서 죽는지도 모르고 죽는구나."
라오취안은 말을 마치고는 곧 눈을 감았네.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걸 보고, 나와 춘성은 그가 죽었다는 걸 알았지. 우리는서로 한참을 바라보다가 춘성이 먼저 울음을 터뜨렸고, 그 모습에나도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네.

"온몸이 점점 굳어 가는데, 딱 한 군데만 날이 갈수록 부드러워진다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웃고 말았다. 아래쪽으로 불룩 튀어나온 그의 바지를 보니 몇 가닥의 풀이 붙어 있었다. 그도 허허웃으며 내가 자기 뜻을 이해한 걸 무척이나 기뻐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