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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 개정2판
모티머 J.애들러 외 지음 / 멘토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모티머 애들러와 찰스 반 도렌이 함께 지은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모티머 애들러는 시카고 대학교 법철학 교수를 역임한 경력이 있는 철학자이며 찰스 반 도렌은 컬럼비아 대학교 영문과 교수를 지낸 학자입니다. 책 읽는 방법, 독서론에 관한 수많은 책들이 있지만 저는 이 책이 독서론에 관한 가장 기본이 되는 기본서가 될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독서를
1. 기초적인 읽기(독서의 제1수준)
2. 살펴보기(독서의 제2수준)
3. 분석하며 읽기(독서의 제3수준)
4. 통합적인 읽기(독서의 제4수준)
의 네 단계로 나누고 있고, 효과적이고 적절한 독서는 독자의 지적 수준보다 높은 내용을 지니고 있지만 독자가 읽기에 노력을 기울일 때 이해할 수 있을만한 수준의 책을 대상으로 함으로서 독자가 지적, 정신적인 향상을 이룰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위에서 소개한 독서의 네 단계 중 세 번째의 분석적 독서에 대해 가장 많은 설명을 할애하고 있는데 아래에서 제시한 목차는 그 분석적 독서가 무엇인지를 간단하게 정리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자신이 어떤 문제에 대해 어떤 방법론을 가지고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지 암시하거나 제시합니다. 우리는 분석적 독서를 통해 저자가 풀어가려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파악하고(1.1-1.4) / 저자가 주로 사용하는 중요 단어의 의미와 사용법(2.1) 및 주요 명제(2.2), 논증연결고리들(2.3)을 확인하여, 저자가 과연 그 문제에 대한 대답을 적절하게 제시했는지, 풀지 못한 문제가 있는지 검토하고(2.4), / 저자가 모르고 있는 부분(3.4), 잘못 알고 있는 부분(3.5), 논리적 오류(3.6), 분석이나 설명의 불완전한 부분(3.7)을 지적하고 개인적 견해를 제시하는 비평을 하게 됩니다.

아래의 분석적 독서의 틀이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독서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


분석적 독서
1. 분석하며 읽기 제 1단계 : 무엇에 관한 책인지 알아낸다
1.1 책을 종류와 주제에 따라 분류한다.
1.2 책이 전체적으로 무엇을 다루고 있는지 최대한 간결하게 이야기한다.
1.3 주요 부분을 순서와 연관성에 따라 열거하고 전체적인 윤곽을 그린다.
1.4 저자가 풀어나가려는 문제를 분명하게 파악한다.

2. 분석하며 읽기 제 2단계 : 내용을 해석한다.
2.1 중요한 키워드를 저자가 어떤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지 파악한다.
2.2 가장 중요한 문장을 통해 저자가 제시하는 주요 명제를 파악한다.
2.3 저자의 논증을 문장과의 연관 속에서 구성하거나 찾아낸다.
2.4 저자가 풀어낸 문제와 그렇지 못한 문제를 구분하고, 풀지 못한 문제를 저자도 알고 있는지 파악한다.

3. 분석하며 읽기 제 3단계 : 지식을 잘 전달하고 있는지 비평한다.
A. 지성인으로서의 에티켓
3.1 책을 완전히 파악하고 해석하기 전까지 비평하지 않는다.
(의견이 같거나 다르다고 표명하거나 판단을 보류하기 전에 확실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3.2 반대한다고 트집을 잡거나 따지지 않는다.
3.3 어떤 비평을 하든 지식의 차원에서 하는 비평인지 개인적인 견해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명확히 구분하고, 그 비평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다.

B. 비평할 내용의 기준
3.4 저자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을 제시한다. (지식의 부족)
3.5 저자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제시한다. (잘못된 지식)
3.6 저자가 논리적이지 못한 부분을 제시한다. (논리적 오류)
3.7 저자가 분석한 내용이나 설명이 불완전한 부분을 제시한다. (주어진 문제를 얼마나 완벽하게 분석하고 있는지... 일종의 총평일 듯)

< 모티머 애들러/ 찰스 반 도렌,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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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시골 의사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0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의 주인공 그레고르는 늙은 부모님과 여동생이 있는 젊은 남자이다. 또한 혼자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자 그는 자신이 흉측한 벌레로 변해버린 것을 발견하고, 곧이어 가족들도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를 발견한 후 놀라 그를 방에 가두어 격리시키며 살아나간다. 수입을 마련하기 위해 가족들은 각자 일을 시작하면서 집에 하숙인들도 두게 되는데, 어느 날 하숙인들은 평소 바이올린 연습을 하던 여동생 그레테에게 바이올린 연주를 부탁한다. 여동생의 바이올린 연주에 큰 애착을 가지고 있던 그레고르는 여동생의 연주를 진정으로 이해해 줄 사람은 자신 밖에 없다는 생각에 벌레의 모습으로 자신의 방에서 기어나가게 되고, 벌레의 갑작스런 출현에 놀란 하숙인들은 하숙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한다. 이 때문에 그레고르에 대한 가족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여 계속 이렇게 가만 놔둘 수는 없다, ‘저것’을 쫓아내버려야 한다는 고함을 지르게 되고, 자신의 방으로 쫓겨난 채 가족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레고르는 곧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 후 가족들은 이제 자신들 스스로도 충분히 앞날을 꾸려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하숙인들을 내보낸 후 희망에 차 앞날을 계획하며 나들이를 떠난다.

소설의 내용 자체는 사람이 벌레로 변하는 등 지극히 비현실주의적인 모습을 띄고 있지만, 정작 그 내용을 통해 읽히는 카프카의 인간관은 극히 현실주의적인 것으로 보인다. 즉 그는 그가 뼈저리게 느꼈던 인간의 현실에서의 모습을 그레고르를 통해 보이고자 했던 것 같다. 주인공은 벌레가 되어버림으로써 생계를 책임지는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하지 못하게 되자 가족에게 무가치한 존재로 전락해버린다.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 경제적 필요에 의해 자신의 희구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채 계속적으로 원하지 않는 직업에 종속당하여 살아가는 인간(그레고르는 자신의 직업을 싫어하지만 가족 부양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효용가치를 잃게 되었을 때 가장 친밀한 관계인 가족에게서조차 소외당하고 ‘벌레’로서 취급받게 되는 현실. 처음에는 가장 극진하게 그레고르를 보살피던 여동생 그레테는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그레고르를 경멸하며 멸시하는 사람으로 변해버린다. 소설은 비록 3인칭 시점으로 쓰여있지만, 이 책의 독자들은 그레고르와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자신이 벌레가 되었을 때, 즉 자신이 사회가 요구하는 경제적 효용가치를 잃게 되었을 때 경험하게 되는 타인의 자신에 대한 태도와 시선의 부당함, 인간 존재 자체가 쓸모없고 무가치한 것으로 되어버리는 상황의 부조리함을 카프카는 독자로 하여금 느끼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벌레의 특징은 의사소통 불가성과 흉칙한 외모가 아닐까? 만약 이 사회 속에서 우리 중의 누군가가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고 흉칙한 외모를 갖게 된다면 그는 가장 친밀한 인간 공동체인 가족 내에서조차 인간으로서 응당 받아야할 대접을 정말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카프카의 물음이 아닌가 싶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이나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던 칸트의 정언명법은 이런 순간에서도 지켜질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카프카의 답변은 어떨까? 그의 답변은 소설의 결말로서 제시되어 있는데, 소설은 그레고르가 자신이 가족들에게 무가치하다는 것을 깨달은 후 죽음을 맞이하고 가족들은 나아지는 생계의 전망에 희망차게 나들이를 나서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즉 그의 대답은 부정적이다. 카프카는 지극히 현실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답도 부정적으로 제시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레고르 자신이 애정을 가지고 생각했던 가족에 대한 마지막 명상은 허전하고 평화로웠다고 카프카는 기술하는데, 평화로운 것은 체념했기 때문이며 허전한 것은 그가 가족의 일원으로서 응당 받아야 했을 그 무엇 - 사랑과 관심과 의사소통과 인간적 교류 - 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레고르가 죽은 후 가족이 미래를 계획하며 함께 나들이가는 것으로 희망차게 끝나는 장면은 아들이자 오빠였던 그레고르의 죽음 내지는 부재에 대한 아무런 슬픔이나 고통의 느낌 없이 그가 없이도 아무 문제없이 즐거워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오히려 허망하게 느껴진다.

경제적 가치가 곧 그 인간의 가치가 되어버리는 자본주의 사회의 일면에 대한 카프카의 묘사와 진단은 그것이 단지 소설 속의 가상적인 모습만이 아닌 냉엄한 현실 세계의 진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무섭다. 가족으로부터의 외면은 공포 영화 속에 나오는 귀신보다 더 공포스럽고 가혹하다. 이익의 창출을 위해 사람이 안중에 없는,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사람이 가치가 있는 저열한 가치관이 지배적인 사회 속에서 나 자신이 벌레가 되지 않고, 타인을 벌레로 만들어버리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카프카는 적극적 의미에서 인간의 추구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아직 뚜렷한 대답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변신을 읽으며 얼마전 알게 된 어느 후배 생각이 났다. 그 친구는 선천적으로 장애가 조금 있어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말을 하면 어물어물하는 식으로 표현이 되어 말하는 내용을 잘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가족들은 그런 그를 부끄러워해서 늘 그를 집 안에만 가두어 놓고 밖으로 함께 데리고 나가기를 부끄러워했다고 한다.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를 부끄러워하는 가족들의 소설 속 모습을 보며 이 친구가 연상이 되었던 것이 미안해졌다. 그리고 바보같은 생각으로 멀쩡한 사람을 벌레로 만들어버리는 우리들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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