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한미 FTA 청문회 - 다음 세대에게 알려주고 싶은 한미 FTA의 진실
최재천 지음 / 향연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최재천 의원의 한미 FTA 청문회를 읽으며 정리한 사항들을 올려둔다. FTA 관련 칼럼들을 모아 둔 책이라 중복되는 내용들이 여러번 보이는 점이 흠이지만, 독자들로 하여금 비교적 쉽게 FTA의 문제점들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별을 세 개 밖에 주지 않았지만 필자는 짜게 평점을 매긴다는 점을 이해하시길.. FTA 협상 내용 중 특히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왜 우리나라가 유지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음..

I. 한미 FTA의 성격
 ① 한미 FTA는 단순한 관세 철폐협정이 아님. 미국 의회조사국은 2006년 미 의회에 “한미 FTA는 관세 장벽을 중요시하는 것이 아니라 비관세 장벽, 곧 한국의 법과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보고함.
 ② 우리 정부는 2007년에 “한미 FTA는 선진통상국가로 거듭나기 위한 우리 제도와 관행을 선진화하는 계기”라고 국회에 보고하였음.
 ③ 즉, 한미 FTA는 우리의 법과 제도를 미국식으로 바꿔버리는 협상이기에 논란이 되는 것임.

II. 참여정부의 한미 FTA 협상 문제점

 1) 협상 과정상의 문제점들
  ① FTA 우선순위가 원래 미국이 아니었음(선진통상국가론이라는 이론적 근거는 졸속임)
  ② 사전 준비 부족, 관련 연구의 빈약성
  ③ 경제적 효과 예측도 엉망
  ④ 졸속한 협상 과정
   (가) 한미 FTA는 10개월만에 모든 협상을 끝낸 초고속 통상협정(규모가 작은 한․칠레 FTA는 3년 4개월)
   (나) 졸속한 협상의 이유 : 우리는 통상협정의 권한이 정부에 있고 국회는 비준만 하는 시스템이지만 미국은 통상협정의 권한을 의회가 가지고 있음. 미 의회가 무역촉진권한법(TPA : Trade Promotion Authority)에 의거하여 일정기간동안(2007년 4월 2일까지) 이 권한을 정부에 위임했는데 이 기간이 지나면 협상권한이 의회로 복귀하게 되므로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한 협상을 철저히 선호했던 우리는 미국 시간표에 철저히 맞추어 협상해야 했다.

 2) ‘선결조건’ 혹은 ‘선결과제’ 문제
우리가 먼저 미국에 FTA 협상을 요구 - 미국은 네 가지 문제(광우병 이후 수입금지된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적 수입 재개, 스크린쿼터 규정 축소, 자동차 배기가스 관련 세율 전면 재조정, 의약품 가격규제정책 완하)를 먼저 해결하라고 응대

 3) 협상 제외사항 문제
  (가) 한미 FTA 시작시 미국은 “TPA(통상증진권한) 지침에 어긋나는 부분 불가, 개성공단은 정치적 사안이므로 불가, 일시입국비자(전문직 비자쿼터)는 의회권한사항이므로 불가, 주정부 권한과 관련된 부분은 침해 불가”의 네 가지를 협상 제외 사항으로 요구했고 우리는 쌀을 협상 제외사항으로 요구했음.
  (나) 우리 정부는 이미 2004년에 “2014년까지 쌀 소비량의 13%를 의무수입하고 2015년부터는 쌀 시장을 전면개방”하기로 협정을 맺어놓은 상태에서 쌀만은 지키겠다는 식의 거짓말을 한 것임.

 4) 한미 FTA로 미국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지 여부
  (가) 정부는 한미 FTA를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하지만 중국, 인도, 브라질 같은 새로운 경제중진국의 출현으로 우리 경쟁국인 일본, 대만의 나라들 또한 미국 시장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태임.
  (나) 이미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들은 미국시장 점유율을 높이지 못했음. 가장 성공적인 지표라는 멕시코가 0.6%임.
  (다) 우리의 주력상품인 무선전화기와 반도체 등은 이미 무관세 품목이며, 우리의 평균 관세율은 7.9%고 미국은 2.4%이므로 관세가 철폐될 경우 우리에게 손해임.

 5) 헌법 무력화 문제
  ① 한미 FTA 협정의 지위
   (가) 미국에서는 한미 FTA가 법률 아래에 있는 단순한 ‘행정협정’에 불과함. 즉 미국은 FTA 때마다 지정하는 FTA 이행법에서 “미합중국의 법률에 일치하지 않는 한미 FTA의 어떠한 조항도, 어떠한 법 적용도, 어떤 미국인에게나 어떤 상황에서도 무효다”라고 규정하여 미국법과 단 한 줄이라도 어긋나는 사안은 처음부터 협상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계를 둠.
   (나) 우리는 국내 법률이 한미 FTA와 충돌할 때마다 국내 법률을 개정하는 쪽을 택했음(개정대상 법률 30여개). 한미 FTA는 조약이어서 법률의 지위를 가지기 때문임.
   (다) 행정부 관료인 협상단의 협상 내용이 법률을 수정․대체해버리는 결과가 되어 국회의 입법권과 조세법률주의를 해치게 되는 문제가 있음(국회는 비준만 할 뿐 수정동의할 수 없음).
  ② 간접수용 문제
   문제는 한미 FTA가 헌법에 반하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는 것임. 한 예로 우리 헌법과 헌재 판례는 ‘직접수용’은 보상하되, 단지 이용에 피해를 주는 ‘간접수용’은 보상하지 않음. 미국은 양자 보상을 하는데 한미 FTA도 간접수용을 인정하고 있음. 그러나 미국인은 간접수용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우리는 간접보상 권리를 획득하지 못하게 되었음.
  ③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문제
   (가) 우리는 헌법에 반하는 내용의 법률이나 조약을 위헌법률심사로 규제할 수 있지만, 이를 피하기 위해 미국은 미국 투자자의 이익을 해치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 한국에서 재판을 받지 않고 국제중재라는 국제재판을 받기로 명문화하였음. 이 제도를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 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라고 하는데 오스트레일리아는 농업을 포기하고 ISD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택했음. 한․EU FTA에서도 이 제도를 아예 협상 대상으로 삼지 않기로 합의하였음. 한미 FTA에만 이 제도를 택했는데 정부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음. 헌법에 의하면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대한민국 사람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가지는데 ISD를 받아들이게 되면 이 권한이 제3국으로 이전됨. 조약으로 법원조직법과 민사소송법을 개정해버리는 결과가 되며 본질적으로 헌법을 사실상 변경시키게 됨. 헌법개정사항이 국민투표가 아닌 한미 FTA을 통해 바뀌었음.
  ④ 경제질서 조항 문제
   (가) 우리 헌법은 제119조 제2항에서 ‘국가는 적정한 소득의 분배 유지와 경제력의 남용 방지,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음.
   (나) 미국 헌법은 경제질서조항이 없음.
   (다) 한미 FTA 조항에 따를 경우 헌법의 경제질서조항이 철저히 무력화됨.
   (라) 한미 FTA는 내용적 측면에서 실질적인 헌법 개정에 해당됨.
  ⑤ 역외가공지역 문제
   (가) 개성공단 상품을 국산으로 인정해야 하는지, 북한산으로 인정해야 하는지의 문제.
   (나) 우리 입장에서는 이를 우리 것으로 쳐주고 관세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이익임.
   (다) 한미 FTA 협정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진전, 현지 노동․임금․환경이 국제기준에 맞을 것을 조건으로 이런 조건을 한미 양국 공무원으로 구성된 ‘한반도 역외가공 지역위원회’에서 판단하고 미국 의회가 승인해야 개성공단 상품을 한국 원산지 상품으로 인정되게 합의했음.
   (라) 이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한 헌법 제3조의 실질적 영토의 판단을 한미 공무원과 미국 의회에 맡겨둔 것임.

 6) 국민건강보험 관련 문제
  ① 한미 FTA는 중기적으로 볼 때 건강보험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음.
  ②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근간
   (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전 국민 건강보험 강제가입제도)우리나라의 모든 병원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만든 건강보험이라는 보험만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제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게 되면, 병원들은 건강보험이 아닌 민간보험계약을 맺을 수도 있게 됨. 그렇게 되면 소득 상위 5% 정도되는 부자들이 내는 재정이 전체 재정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건강보험제도하에서 부자들은 강제로 내야 하는 돈이 많으므로 건강보험을 탈퇴하고 민간보험에 가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건강보험의 재정이 부실해지는 결과로 이어져 건강보험 적용대상의 축소로 이어지며 그러면 건강보험 탈퇴자의 숫자는 더욱 늘어나게 되어 건강보험은 붕괴될 가능성이 커짐.
   (나) 모든 병원의 비영리병원 지정제비영리병원은 환자치료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한 병원. 영리병원은 ‘합법적으로’ 자본투자자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병원(한 마디로 하나의 회사 내지 기업). 당연히 영리병원은 수익을 위해 진료비를 과다 청구하고 돈 안되는 부문(예: 응급실)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게 됨. 미국에서는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보다 진료비를 20% 더 청구(감기치료시 현재 5천원 정도의 진료비가 들지만 연세대병원의 외국인 진료시에는 8만원 정도가 듦. 13배. 암이라면?). 영리병원의 의료비 폭등은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로 연결됨 →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붕괴
  ③ 한미 FTA는 보건과 건강에 대한 국가의 자주정책권을 인정했으나 인천 송도 등의 ‘경제자유구역’과 ‘제주 국제자유도시’에 건립될 영리병원에 대해서는 정부가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도록 했음. 이 지역들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로부터 자유로움. 경쟁력 있는 병원들과 재력가들이 경제자유구역으로 몰려 당연지정제와 비영리병원 지정제가 서서히 무너져가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음.
  ④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를 통해 평등권을 무기로 다른 지역의 병원들이 영리병원 허용을 주장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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