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패티김 - 열정, 그 자체 패티김의 노래와 삶
패티김.조영남 지음 / 돌베개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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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엄니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 패티김. 그래서그런지 나도 그녀의 노래를 좋아한다.

(세상의 그녀에 대한 시선이나 평가 이런 건 별 관심 없다. 단지 그녀의 노래가 좋을 뿐이다)

그런 그녀가 올초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자서전이 나왔다.


 

<그녀, 패티김> 조영남 묻고, 패티김 이야기하다

(돌배게 / 456쪽 / 19,500원)

 

이 책은 2011년 8월~12월까지 조영남의 집에서 조영남, 패티김, 소속사 사장, 출판사 직원등이 모여

조영남이 질문하면 패티김이 대답하고 출판사 직원이 그 대화들을 녹음, 정리하는 식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모든 문장이 기존의 자서전처럼 딱딱하지 않고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구어체로 이루어져 있다.


 

첫 장을 넘기면 바로 패티김과 조영남의 친필 인쇄 사인이 들어있다.

"영원한 친구로 남고 싶습니다"

 

 

이 책의 재미를 주는 것중 하나가 바로 페이지 하단에 빽빽하게 들어있는 각주이다.

이 깨알같은 271 개의 각주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급 재질에 사진도 엄청 많이 들어있다. 그래서 책 값이 나가는 모양이다.

 

책을 읽어보니 "철저한 자기관리"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54년의 가수생활 동안 늘 톱스타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철저한 자기관리"였다. 그만큼 희생한 부분도 많을 것이다.

 

어머니께 한 권 선물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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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아래 봄에 죽기를 ㅣ 가나리야 마스터 시리즈
기타모리 고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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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 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및 연작단편집 부문 수상작.

 

신타마가와선 산겐자야역 앞 상점가를 지나 도로에서 조금 떨어진 좁은 골목의 끝 지점에 위치한 조그만 맥주바 [가나리야]. 이 곳의 주인장 구도 데쓰야는 손님의 기분과 몸 상태에 따라 알코올 도수가 다른 네 종류의 맥주를 선택해서 권하며 거기에 맞는 안주를 신선한 재료로 요리해서는 간략한 설명과 함께 손님에게 내온다. 그러면서 손님이 가지고 오는 일상의 고민거리와 수수께끼를 그저 조용히 들어주고 주제넘게 나서지 않으면서 차분히 사건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먼저 눈에 띄는 건 제목과 표지이다. 표제작이자 첫 단편의 제목이기도 한 <꽃 아래 봄에 죽기를>이란 서정적인 제목은 유명한 하이쿠 (일본 특유의 정형 단시) 시인의 작품에서 차용한 것이라 한다. 그리고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감상하는 듯한, 제목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파스텔톤의 어여쁜 표지. 겉표지를 벗겨보면 그림 엽서같은 또 하나의 우아한 분홍색 속표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 책은 표제작 <꽃 아래 봄에 죽기를>을 포함 여섯 개의 단편이 실려있는 연작 단편집이다. 모든 이야기는 조그만 맥주바 [가나리야]를 주무대로 단골 손님들이 번갈아 풀어놓는 일상의 수수께끼를 바의 주인장 구도가 해결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쓸쓸하게 병사한 무명의 하이쿠 시인은 어째서 신분을 숨긴 채 고향을 그리워하며 돌아가지 못하고 말년에 고독한 최후를 맞이하였는가. 지하철 역사 무인대출 서가 책들에 들어있는 흑백 가족사진의 정체는? 사진전의 포스터는 왜 하루밤 사이에 모두 떼어져 사라진 것인가. 초등학생만 노린다는 빨간 손 악마의 정체는? 회전초밥집에서 유독 참치 초밥만 매일 일곱 접시를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명의 하이쿠 시인과 휠체어의 여성과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시원한 맥주와 맛깔스런 요리 그리고 일상의 미스터리가 잘 어우러진 수작이다. 일상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단순한 얘기지만 그 내용은 상당히 심오하다. 그 속에 등장인물 개개인의 삶의 깊이와 무게가 들어 있다. 결코 단세포적인 마인드와 말초적 감성으로 쉽게 술술 읽는 책이 아니다. 짧은 단편마다 각자의 사연이 담긴 인생의 비애가 들어있고 삶의 관조가 묻어난다. 깊게 여운을 드리우는 작품이다. 

 

이 책은 1999년 "제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및 연작단편집 부문 수상작"이다. 제 49회 이후 이 부문 수상작이 없다가 이 작품이 3년만에 수상작이 된 것 자체가 이 책의 진가를 잘 보여준 예라 하겠다. 이 책의 참 맛을 즐기려면 독자 역시 아직 팔팔한 청춘들보다는 (책에 나오는 것처럼) 알코올 도수가 다른 네 가지 맥주의 맛을 어느 정도 알 정도의 나이는 돼야 하지 않을까...허구헌날 사람 잔인하게 죽어 나가고 기발한 트릭에 목매다는 책들만 보다가 오랜만에 내 자신을 차분히 돌아보게 하는,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드는 고품격의 잔잔한 미스터리 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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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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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된 관시리즈中 한 권인 <수차관의 살인>이 한스미디어에서 개정 출간되었습니다. 2008년 신장개정판을 번역한 것이네요. 저는 몇 년전 <시계관>과 <십각관>을 재밌게 읽고는 관시리즈에 매료되어 그 즉시 구립 도서관에서 다 헤져서 너덜너덜해진 학산판 절판본 <수차관> <미로관> <흑묘관> <인형관>을 빌려와 손에 땀을 쥐며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당시 너덜너덜한 책이라도 흥미진진하게 읽었는데 이렇게 개정판을 빳빳한 새 책으로 다시 읽으니 기분이 상쾌해지고 재미가 배가되는 느낌입니다.

 

<수차관의 살인>은 데뷔작 <십각관의 살인>에 이은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참고로, '관 시리즈'는 십각관(1987년) → 수차관(1988) → 미로관(1988) → 인형관(1989) → 시계관(1991)(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 → 흑묘관(1992) → 암흑관(2004) → 깜찍관(2006) → 기면관(2011) 順입니다. (저는 깜찍관과 기면관 빼고는 다 읽었습니다.) 

 

간단한 줄거리를 보면...과거 큰 교통사고로 얼굴과 다리를 다친 후지누마 기이치는 고무 가면과 휠체어에 의지한 채 어린 아내와 함께 외딴 골짜기에 수차관을 만들고는 은둔생활에 들어갑니다. 수차관에는 당대의 유명한 화가셨던 아버지의 유작들이 보관되어있고 호시탐탐 작품을 노리는 몇 명의 열혈추종자들이 방문한 자리에서 끔찍한 참극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정확히 1년 뒤 같은 날, 사건 당사자들이 수차관에 다시 모이면서 1년 전의 악몽이 재현됩니다.

 

검정색 바탕에 세 개의 빨간색 수차를 수놓은 표지와 강렬한 빨간색 속표지는 이 작품의 분위기를 그대로 대변해줍니다. 시종일관 번개가 치고 폭우가 내리는, 외부와 고립된 수차관에 모여든 사람들...휠체어를 탄 가면의 관 주인, 의문의 추락사, 소각로의 불탄 시체, 감쪽같이 사라진 남자, 도난당한 그림 등 독자의 흥미를 자극할 본격추리의 요소들이 많습니다.

 

데뷔작 <십각관의 살인>이 육지와 섬, 두 군데 장소를 오가는 교차 서술 방식이었다면 <수차관>에서는 현재와 1년전 과거를 교차 서술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어찌보면 단순한 구성의 데뷔작에 비해 <수차관>은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오가는 시점, 1인칭과 3인칭의 교차 서술, 다소 평범했던 십각관 건물 구조에 비해 좀 더 괴이하게 변형된 관의 구조, 여기에 다양한 복선과 아기자기한 트릭들이 (번역가 님 얘기대로) 깨알같이 들어있습니다. 다시 말해, <십각관>이 강력한 홈런 한 방으로 점수를 내는 작품이었다면 <수차관>은 단타 여러 개로 득점을 뽑아내는 작품이라고 할까요. 게다가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암흑관>과 함께 관시리즈 중에서 가장 공포스럽고 오싹합니다.

 

아야츠지 유키토와 '관시리즈'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실망하지 않을 작품입니다. 그렇다고 관시리즈中 최고로 꼽히는 <시계관>이나 <미로관>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24년전에 쓰여진 작품이라 사용된 트릭이나 구성이 그동안 많이 노출되고 보편화된 이유도 있겠지만 아마도 이야기가 좀 쉽게 흘러가서 눈치빠른 독자면 범인 맞히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보통 '독자와의 대결'에서 작가가 완승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독자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작가의 심기일전한 작품으로 이어서 <미로관의 살인>이라는 걸작이 탄생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범인을 쉽게 맞힌다쳐도 다양하게 깔린 세부적인 복선과 트릭을 추리하며 따라가는  재미는 분명 존재합니다.

 

처음엔 학산판으로, 이번에 한스미디어판으로 읽었으니 총 두 번을 읽었네요. 예전에 학산판으로 처음 읽었을 때는 느낌이 그저그랬는데 (책 상태도 한몫했겠죠) 이번에 재독을 하는 과정에서 (이미 기본 줄거리와 범인을 알고 있는 상태) 작가가 의도한 집필 방향이라든가, 숨겨놓은 복선이나 트릭등을 꼼꼼이 검증하며 따라가다보니 예상외로 만족도가 더 높아졌습니다. 막판에 한 방만이 존재하는 <십각관>에 비해 깨알같은 재미가 들어있는 <수차관>도 못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사족으로, 이 책이 현재와 1년전 과거의 같은 날을 시간대별로 교차 서술하는 전개 방식이니만큼 그냥 목차대로 읽지말고 먼저 과거 부분부터 주~욱 읽고 (2,4,6,8,10,12장, 프롤로그 順) 그 다음에 현재 부분 (1,3,5,7,9,11,13장, 인터로그 順)을 읽으면 그것도 그 나름대로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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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다 히토미 11세, 댄스 때때로 탐정 ㅣ 마이다 히토미 시리즈 1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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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노 쇼고의 작품들을 읽어보면 참으로 팔색조 같은 작가, 변신의 귀재란 느낌이 듭니다. 본격 추리를 근간으로 함에는 변함이 없지만 매번 그 구성과 스타일이 바뀝니다. 서술 트릭의 정수를 보여주며 국내에 화려하게 등장한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시발점으로 반전의 미학이 돋보인 <해피엔드에 안녕을>, 에도가와 란포의 오마주 <시체를 사는 남자>,  클로즈드 써클 3부작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살인 유희 <밀실살인게임> 까지...

 

그렇게 매번 스타일을 바꾸면서도 일본추리작가협회상과 두 번의 본격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하는 등 매작품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와 완성도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입니다. 이제는 그의 데뷔작인 '집 시리즈 3부작'까지 나오는 등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우타노 쇼고의 작품이 국내에 출시되고 있습니다. 2011년에 미야베 미유키에 이어서 국내 최다 출간 일본 작가 2위 자리를 차지한 점만 봐도 국내에서의 그의 인기와 위상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이다 히토미 11세, 댄스, 때때로 탐정>은 그런 팔색조 작가가 그려낸 또 다른 스타일의 본격 추리소설입니다. 책을 읽기전에 제목과 표지만 보고 두 가지를 오해했습니다. 하나는 11세 히토미 양이 주인공인 탐정역인줄 알았고 또 하나는 히토미 양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아주 가볍거나 사소한 일들을 풀어가는 코지 미스터리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실제적인 주인공은 히토미 양의 삼촌인 형사 마이다 토시미이고 매 단편마다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등 사건은 강력사건이고 추리는 진중하게 흘러갑니다.

 

주인공인 34살의 독신남 강력계 형사 마이다 토시미는 시간이 날때면 본가를 찾습니다. 본가에는 세 살 터울 형인 대학 조교수 마사카즈가 초등학교 5학년 외동딸인 히토미 양과 둘이서 살고 있습니다. 토시미 형사는 조카 히토미 양과 게임도 하며 놀아주고 형과 맥주 한 잔하면서 자신이 맡은 사건을 얘기합니다. 친형은 토시미 형사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등 조력자 역할을 하고 토시미 형사는 어린 조카가 무심히 얘기한 말이나 사소한 행동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발견합니다.

 

여섯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구성이 독특합니다. 모든 단편들이 독립적인 완결성을 갖고 있지만 이전 단편의 등장 인물이 다음 단편에서 재등장하는 등 이야기의 연속성이 존재합니다. 그런 면에서 네 번째 단편 <착한 아저씨? 나쁜 아저씨?> 편이 제일 재밌고 기억에 남습니다. 여섯 번째 단편 <그 눈동자에 비친 것>에서도 작가가 숨겨놓은 재미난 얘기가 나옵니다.

 

제목과 표지대로 전체적인 분위기는 삼촌과 놀아주는 11세 히토미 양의 상큼발랄한 귀여운 말투와 행동마냥 밝고 경쾌하게 흘러가지만 사건을 수사, 추리하고 해결하는 부분만은 본격 추리소설답게 진지합니다. 저는 이 점이 특히 마음에 들더군요. 단지 아쉬운 점은 짧막한 단편들인지라 각 단편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 캐릭터와 사건의 발단, 동기등 수사 과정을 표피적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2007년에 출간된 이 책의 후속작으로 2010년에 <마이다 히토미 14세, 방과후 때때로 탐정>이 출간됐으니 국내에도 조만간 좀 더 성장한 중학생 히토미 양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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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12.봄 - 35호
청어람M&B 편집부 엮음 / 청어람M&B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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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함께 다가온 [계간 미스터리 2012년 봄호]. 일단 표지가 산뜻하니 이쁘고 좀 더 미스터리 잡지 느낌이 들어 맘에 드네요. 이번 봄호 역시 국내외 단편들을 필두로 대담, 콩트, 에세이, 특별 기고, 재판 참가기. 십자말 풀이 등 다채로운 내용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두 개의 특집 코너가 있는데 하나는 [추리문학관 20주년 기념 김성종 소설가 대담]이고 또 하나는 권경희 작가의 [그림자재판 참가기]입니다. 먼저 손선영 작가가 진행한 김성종 大작가와의 대담을 읽다보니 저도 모르게 어릴적 시절로 돌아가게 됩니다. 저와 형은 학창시절 김성종 작가의 책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고 출간 즉시 모두 사서 보았습니다. 지금도 어머니의 "저녁 먹어라~"하는 소리를 뒤로 하고 제 방에서 <제5열>의 라스트씬에 흠뻑 빠져있던 때가 생각나네요. 뭐니뭐니해도 김성종 선생님의 대표작은 대하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하드보일드 <제5열>, 그리고 대하 추리소설 <최후의 증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부산 추리문학관 설립 20주년을 축하하고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권경희 작가의 [그림자재판 참가기] 역시 저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2008년 1.1일에 시행된,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법제도의 확립을 위하여 민이 배심원 자격으로 형사재판에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 재판 시작부터 형량 결정까지 재판 전과정에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장면이 무척 흥미진진하고 유익했습니다. 사건사고에 늘상 친숙한(?) 추리소설 애독자가 좀 더 적합한 배심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기회가 되면 한 번 참가해보고 싶네요.

 

 

 

마침 <연문기담>, <백사도>를 끝내고 김내성의 <마인>을 읽는 중인데 백(白) 씨가 무려 네 명이나 등장합니다. 이상우 선생님의 <김내성과 흰 백 미스터리> 에세이 내용이 공감이 가네요. 오현리 선생님의 <영화와 추리소설>도 재밌었습니다만 조금 최신 영화쪽으로 소개를 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환살인의 핵심 장단점을 콕 찝어 보여준 <교환살인>(노원)과 마치 시트콤같은 시크한 결말을 유도한 이상우 선생님의 <진짜 용기> 이 두 콩트로 두뇌에 가벼운 예열을 하고는 드디어 본격적으로 추리 단편들을 만나러 갑니다.

 

시대를 달리한 국내 최고의 추리소설가 두 분이 등장하는 <김성종과 김내성>(김상윤)은 독특한 발상과 위트있는 전개로 인해 신선미가 넘쳤고 <구제역 소동>(김용상)은 구제역에 관한 정의, 파급등 교육적인 측면과 함께 진원지를 추적하는 해프닝를 다룬 재미난 작품었으나 미스터리 요소가 조금은 부족한 느낌입니다.

 

<목련이 피었다>에서 인상깊게 읽은 본격 추리 단편 <노끈>에서 맹활약했던 월셔 홈즈와 라왓슨 콤비가 재등장한 <사람과 로봇 실종사건>(김재성)>은 두 콤비와의 재회가 반가운 반면 사건 도입 부분이 거의 축략된 채 사건 해결후 홈즈의 설명만 따라가야하는 전개로인해 독자가 추리에 동참하지 못한 점이 아쉽더군요.

 

'나는 가수다'에서 뜬 모가수와 스티븐 킹의 <미저리>를 적절히 연상시키는 <사랑보다 깊은 상처>(김차애)는 여성작가 특유의 심리 묘사가 잘 살아있는 수작 스릴러였고, 20년전 딸을 잃은 노파와 그 범인을 변호하는 변호사와의 심리 대결이 돋보인 <아이의 뼈>(송시우) 역시 호러적 색채에 차분하면서도 오싹한 여운을 남긴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제목부터 요상한 <팔선연회투안>(오현리)은 중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저자의 팔선 관련 이색 미스터리물입니다. 마격남 (馬格南, Magnum) 44, 아가사 격리사체(阿加莎 格里斯滯, Agatha Christie)같은 말들이 웃음을 자아내게 하네요.   

 

혼자 읖조리는 자서전 스타일의 <유희교실>(이대환)은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에 비해 미스터리적 긴장감이 조금 부족하달까요. 하지만 2011년 가을호에서 재밌게 읽은 <위험한 호기심>의 홍성호 작가가 쓴 <B사감 하늘을 날다>는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더군요. 재미난 스토리, 논리정연한 전개, 트릭도 괜찮았고 결말도 깔끔했습니다.

 

풍족하게 들어있는 국내 단편 여덟 편을 읽어보니 모두가 작가 나름의 특색있는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있으나 제가 좋아하는 본격 (정통) 추리가 별로 없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만큼 기발한 트릭을 앞세운 정통 추리물을 쓰는 게 쉽지않은 모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사랑보다 깊은 상처>, <아이의 뼈>, <B사감 하늘을 날다>를 우수작으로 꼽고 싶네요.

 

가장 관심이 있었던, 그 유명한 기서 <흑사관 살인사건>의 저자 오구리 무시타로의 추리 단편 <실낙원 살인사건>을 등장 인물과 건물 배치도까지 일일이 그려가면서 정신 단단히하고 초집중해서 읽었습니다. 하지만...역시...어렵더군요. 친숙하지 않은 옛 문체와 단어에 해부학, 화학, 물리학등 온갖 생소한 지식까지 더해져 이해도는 겨우 20퍼센트 정도...사놓기만 하고 아직 읽지않은 <흑사관 살인사건>을 한숨을 쉬며 바라보게 됩니다만... 그래도 <흑사관~>을 앞두고 좋은 예방주사 맞은 기분입니다.

 

조동신 작가가 소개한 [2011년 4분기 주요 추리소설] 코너에 실린 아홉 권의 책 가운데 여섯 권을 읽었네요. 읽은 책들은 반가운 맘에 리뷰하는 재미로, 아직 안 본 책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됩니다. [십자말 풀이] 퀴즈의 빈칸에 정답을 써나가는데 웬만하면 아는 문제들인지라 '나도 이제 조금씩 내공이 쌓이나 보다'란 생각에 절로 흐뭇해지더군요. 근데 세로 9번 문제는 정답이 한 칸 모자르는 것 같습니다만. '2012년 에드가상 후보'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이 포함됐네요. 국내 작가분들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2012년 봄호도 저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짧막한 추리 단편들과 각종 재미난 기사들을 읽으며 잠시나마 일상의 무료함과 답답함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한국 추리소설에도 따스한 봄날이 찾아오길 바라며 다가올 여름호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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